처음 이 영화를 보고,,, 역시 코엔식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 엔딩'을 탈피해서, 무명 음악가의 삶을 리얼하게 그린 슬프다 못해 처절한 영화,,
그런데,
문득 르윈의 삶이 그렇게 절망적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나의 졸렬한 분석을 정성스레 읽어주면 아주 고맙겠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거의 똑같다. 단 하나만 빼면.
첫 장면은 고양이가 집 밖을 뛰쳐 나왔고, 마지막에는 고양이가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양이=르윈' 이라고 보는데, 처음에 밖으로만 겉돌던 르윈이 일련의 사건들을 경
험하면서 마음의 정착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밖으로만 겉돌았다고 함은 자신의 능력 밖의 것들 을계속 좇았음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 장면 곳곳
에 르윈의 허세 넘치는 언행을 목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장면들을 굳이 상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혹여 능력은 따라주었을 지는 몰라도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시카
고에서 오디션을 본 뒤에, '수염을 깎고 트리오로 활동할 의향이 있냐'는 제안에 아주 단호하게 거절한
다. 마이크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라 때문만은 아닌 듯 보인다. 진에게 '넌 뮤지션이 아니라 속물이
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뮤지션으로서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더 큰 것 같다.
그는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다.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랬던 그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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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르윈이 시카고를 가면서 만났던 자기와 같이 바닥의 인생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겉으로는 밝고 자
신감 넘치지만 몰래 화장실에 들어가 마약을 하는 정도로 아주 피폐한 인생- 을 사는 사람을 보고 (뚱
보 아저씨랑 팀버레이크) 분명히 느낀 바가 있다. 자신의 미래로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차에 두고 내리는 장면에서 그의 표정은 단호하다. 고양이를 르윈과 동일
시 했다고 했을 때 진정한 자신을 아직 인정하지 않은 단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직 허공에다가 손
을 내민다.
2. 그러다가 오디션에 낙방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더이상 꿈을 펼칠 길이 없어진 셈이다. 자신의 음악
적 성공에 조그만 가능성조차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 (시카고에 가기 전 일이지만) 낙태했다고 생각했던 전 여자가 낙태를 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아기
가 있는 셈이다. 무책임한 아빠를 평생토록 원망하며 산 그였는데, 정작 그 자신은 똑같이 얼마나 무책
임한 아빠가 되었는가. 아기를 보러갈 용기조차 없다.
4. 원망하던 아빠를 만나 이제 자기 꿈을 버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겠다고 밝힌다. 그런 아버지는 자
식 앞에서 '똥'을 싼다. 아주 나약한 인간의 아버지다. 그런 나약한 존재를 르윈은 원망하며 살았던 것
이다. 죄책감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바로 앞에서 밝혔든 사실 그는 자기 아버지 이상으로 훨씬
악질의 '아빠'가 아니던가.
5. 자살한 친구의 여자친구 진이 몸을 쉽게 굴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을 혐오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르윈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녀를 남모르게 사모(?)하는 르윈에게는 그녀의 자상함이 얼마나 따
뜻 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pub에서 진이 몸을 쉽게 굴렸다는 얘기를 듣는다.
얼마나 상심이 클까,,,거의 바로 그 자리에서 깽판을 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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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쌍하고 비참한 인생의 르윈이지만 그를 정성껏 반겨주는 주위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 사람들은 바로 골드윈 교수 내외 그리고 르윈의 누나, 조카이다. 누나 그리고 조카는 르윈에게 전혀
never 적대적이지 않다. 조카가 '삼촌 환영한다'라는 문구를 쓰고 자고 있는 르윈의 옆에 놓아둔 장면
을 기억 하는가? '삼촌은 쓰레기야'라는 말에 너무 태연히 'okay'라고 대답하는 조카를 기억하는가?
하지만 무엇 보다도 골드윈 교수 내외의 역할이 이 영화에서 아주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영화 시작부
터 르윈은 교수집에서 신세를 지지만 곧바로 교수집을 나선다. 중간에 집 나간 고양이를 가져다 준다
는 이유로 다시 방문한다. 하지만 저녁 식사에서 큰 무례를 범하고 다시 떠난다. (르윈의 행동을 이해
는 한다만 그래도 지나친 게 있다) 설상가상, 고양이는 골드윈 교수의 고양이가 아니었다.
맨 처음 르윈=고양이라고 했는데 중간에 골드윅 부부의 집에 들어온 르윈은 진정으로 돌아오지 않았음
을 암시한 것이라고 본다. 가짜가 돌아온 짝이다.
드디어 마지막에 르윈이 다시 골드윈 교수를 방문한다. 정말 돈도 없고 멘탈도 붕괴된 최악
의 상황이다. 그런 난리를 치고도 다시 교수의 집을 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사모(?)하던 그리고 믿었던(?) 진 마저도 가벼운 행동을 한 사실을 깨닫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직후이다. 모든 기대를 땅에 내려 놓은 르윈에게 골드윈 교수 는 아주 극진히 그를 대접한다.
어느 정도냐면. 그 아내는 먼저 르윈에게 저번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르윈은
'Are you apologizing to me?'라며 고마움+미안함을 표현한다. 르윈에게 무조건적인 신뢰
와 사랑을 보인 셈이다. 사실 돌이켜 보면 골드윈 교수 내외는 르윈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무명 가수인 마이크&르윈의 앨범도 가지고 있고 PUB에서조차
아무도 따라부르지 않던 그의 대표곡의 가사를 외우고 있지 않았던가!(따라 부르다가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
첫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르윈이 어떤 여자의 남편에게 맞는 장면이 나온다.
이따위 조그만 선술집에서 노래하는 게 뭐가 큰 대수라고 그런 난리를 칠 수도 있지 않냐는
말에 남자는 분개하고 르윈을 때린다. 그러면서 자기 아내는 '노래를 하러 올라간 것이다(맞
나요?)'라고 말한다. 엔딩신에서는 시작과는 다르게 르윈이 그 사내에게 웃으며 잘가라고 말한다.(맞나요?)
자신의 음악을 아주 대단한 무언가로 여기던, 그래서 상업적 성공을 무조건적으로 좇았던
그는 느낀 바가 있다. 멀리 있는 것들만 좇던 그는 비로소 자기 주위의 것들 그러니까
자신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주위 사람들 그리고 음악 자체가
자기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임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골드윈 교수 내외에 집에는
고양이가 다시 돌아왔다. 그 고양이의 이름은 율리시스. 그리스 신화에 온갖 고초를
겪은 뒤에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영웅의 이름이 율리시스(오디세우스)이다. 르윈=고양이
마지막 르윈이 골드윈 교수의 집을 다시 나갈 때 이번에 고양이는 첫 장면과 다르게
대문 밖을 나서지 않는다.(못한다.) 제대로 정착한 한 것이다.
이 정도 인생이면 르윈은 앞으로 3류 바닥 인생이 아니라
최소한 2류 정도는 될 수 있지 않나?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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