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으로 소재를 잡은 건 진짜 신의 한수였습니다. 얘네가 무슨 개 지랄을 해도 다 그냥 귀엽고 예쁘고 싱그럽습니다. 분위기 급 다운 되고 선임 애들 표정 굳고 썩소 날라댕기고 해도 예쁩니다. 분명 분위기 살벌하라고 하는거 같은데 웃는 얼굴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지랄... 진짜 웃긴건 저 개인적으로는 이 기분이 사실이란 겁니다.
저는 2005년에 군대를 갔다 왔습니다. 306 내무반에서 한명 나올 때마다 박수 처준다는, 실제로 박수를 받은 3/3출신입니다. 그것도 18연대 gop였습니다. kctc도 뛰었습니다. 저는 그런 부대를 나왔지만 배빵은 고사하고 뒤통수나 쪼인트조차 까여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군생활을 잘한건 아닙니다. 저도 어리버리한 신병 시절이 있었고 군장 싸진 않을 경미한 사고 정도는 제법 첬고 사격은 20발 중에 5발 넘어가면 잘쏜거인 그냥 체력만 믿고 부분대장하는 유탄수였습니다. 그렇다고 밑에 애들 관리를 잘했는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애들을 딱히 갈궈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도 부대는 적당히 돌아갔습니다. 훈련 뛰다 염좌 이상으로 다친 사람 못봤고 다들 자기 할 일 잘 했습니다. 아마 제가 나온 그 부대는 말만 빡세지 그냥 천국이었나봅니다.
이 작품 보면서 든 생각은 그냥 "얘네들은 왜 이렇게 사람 괴롭히고 패는게 이력이 붙었나?"였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그게 불편하다거나 한건 아닙니다. 캣파이트는 남자의 로망이죠. 근데 "실제로 이런 부대도 있으니까 이런 소재를 써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거겠지"라고 생각하니까 자연히 "왜?"라는 생각이 따라온겁니다. 뭔가 뒷일 생각 안하고 사람 팬다는 느낌? 우리 때는 선임이 '필요 이상'으로 사람 갈구면 개인적으로 있을 때 한마디 했습니다. "000 뱅장임, 진짜 이러깁니까? 사회 나가서 저 보면 어쩔려구 이러심까?" 예 뭐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제 동기 군번들은 단체로 미쳤었나봅니다. 실탄 장전하고 다녀서 보이는 게 없었나봅니다. kctc 훈련을 산꼭대기에서 해가지고 발한번 삐끗하면 인생 하나 종치게 생겨서 그랬나봅니다. 어쨌든 저희 부대는 그정도 선에서 왠만한 갈등은 서로 마무리 됐습니다. 제 후임들이요? 제 군번이 딱히 갈굼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후임들도 갈궈본 적 없습니다. 선/후임 병/간부 불문하고 사람 간에 예의가 있었죠. 배려를 해주는 느낌이랄까. 작품의 배경이 제가 군생활 하던 2000년대 중반이라고 들었습니다. 내가 저렇게 천국같은 내무반에서 지낼 때 작중에서 나온 모든 불합리한 지랄들을 겪은 사람이 있다는게 참 기분이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