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몇몇 범죄의 약자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약자 = 여성은 아니다.
190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맞았다.
심지어 유럽에서조차 남편의 허가를 받아야 취직을 할 수 있는 사회였으니까.
하지만 그 사회에서도
남성장애인, 게이, 레즈비언, 어린아이 등 약자들이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에
여성 = 약자로 등치시킬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약자였던 건 맞다.
그럼 그 여성이 기득권층인 남성과 동등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약자들과 연대하면 된다.
군 가산점 문제가 불거지면, 여성 vs 남성의 싸움이 되지만
여성의 편에 '남성장애인'이 서게 되면 이 싸움의 편이 모호해진다.
(실제로 당시 군가산점 문제에 남성장애인도 발언을 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성진영 가르기에서 묻혀버렸다.
그렇다면 진정한 약자는 남성장애인 아닌가?)
이런 식으로 외연을 확대해갈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소위 배웠다는 페미니스트들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여자니까 약자! 너는 남자니까 무조건 강자!' 이러한 '단순이분법논리'는 편안하지만 위험하다.
이 사회에서 남성동성연애자와 여자 중 누가 약자일까?
이 사회에서 전신마비 장애인인 남자와 여자 중 누가 약자일까?
5살짜리 남자어린이와 여자 중 누가 약자일까?
내가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2000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 = 약자라고 무조건 등치시킬 수 없다.
박근혜가 우리 동네 아파트 경비원 할아버지보다 약자일 수 없다.
땅콩 조여사가 그 비행기 사무장보다 약자일 수 없다.
메갈과 워마드는 과연 2016년을 살고 있는가?
자신들이 전태일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가?
자신들이 빨대를 꽂은 자신의 아버지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가?
자신들이 호구 취급하고 뜯어먹는 남친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가?
미인이 잠꾸러기라고 해서 모든 잠꾸러기가 다 미인은 아니듯,
여성이 일부 항목에서 약자라고 해서 모든 약자가 여성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여성이 약자가 아니라 돈이 없는 무산계급이 약자이다.
나는
내가
박근혜나 땅콩여사와 같은 '약자'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
나는
강제아우팅 공포에 떠는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약자이며,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가 없는 신체적 정신적 약자인 어린아이들과 연대하는 약자이며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취급받는 장애인들과 연대하는 약자이며
가진 게 없다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빈곤층, 무산자들과 연대하는 약자일 때에만 약자이다.
여성이 약자가 아니라
이 사회의 약자와 연대하는 여자들이 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