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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길을 걷다 - 17
게시물ID : panic_754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valanche
추천 : 1
조회수 : 4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17 16:27:34
내 크로우바는 힘없이 들려있는 놈의 팔 한가운데를 지나 놈의 머리를 강타했다.

 

콰직하는 소리가 들리며, 크로우바의 노루발 한쪽이 놈의 머리 안쪽으로 깊게 쑤셔박혔다.

 

난 캔을 따올리듯, 그대로 크로우바를 잡고 들어 올려버렸다.

 

크로우바로 뚫린 놈의 머리 구멍 뒤쪽으로, 허연색 뼛조각과 뇌수가 튕겨 올랐다.

 

뇌의 한축이 헤집어진 놈은, 나를 잡으려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나쁘진 않았다.

 

어짜피 인간도 아닌, 이미 죽어버린 시체들에게 휘두르는 거니,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어짜피 이미 죽어버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사람들이었기에, 차라리 우리가 그 생을 끝내주는게 더 그들에게 마음이 편할지도 몰랐다.

 

놈의 머리를 가르고, 놈이 쓰러지는걸 보며, 점점 심장이 터질뜻 뛰어왔다.

 

머리속에선 무엇인가 모를 폭죽이 터져왔다.

 

난 입가에서 점점 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크로우바가 놈들 머리속을 헤집고 빠져나올때, 또 그 후에 놈들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며 검은 피의 호수를 만들때마다, 난 점점 주변에 있는것들이 일렁거리는게 느껴졌다.

 

온 몸의 세포가 곤두서는 듯 했다.

 

팔과 다리에 털들이 소름이 돋듣 일어서는 느낌이 났다.

 

난 한쪽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걸 느꼈다.

 

한놈의 머리 뒤쪽에 구멍이 나 뜯겨지며 쓰러지곤, 그 뒤를 따라 또다른 놈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크로우바를 잡고는, 놈의 머리 오른쪽에서 강하게 후려갈겼다.

 

노루발은 놈의 눈을 파고들어가 반정도가 깊게 박혔다.

 

난 크로우바를 옆쪽으로 밀어쳐서는 반쯤 놈의 얼굴을 뽑아냈다.

 

그리곤 크로우바가 박힌채로 놈을 힘껏 앞쪽으로 밀어냈다.

 

놈은 아주 힘없이 뒤로 밀려나며, 자신의 뒤에 있던 놈마저 쓰러트렸다.

 

놈의 눈은 텅하니 비어 검은색 액체를 뿜어내고 있었고, 몸을 몇번 움찔대더니, 그대로 차가운 시체로 돌아갔다.

 

난 다음놈에게 크로우바를 휘두르려 다시 크로우바를 들려 했다.

 

하지만, 놈은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십중팔구 내 팔이 물릴게 뻔했다.

 

난 놈의 배쪽을 향해 발을 뻗어서는, 힘껏 밀어내며 발로 차버렸다.

 

놈은, 그대로 뒤로 밀려나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다시 일어서려 몸을 뒤로 돌려선 바닥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내 크로우바는 놈의 머리 속으로 박혀 들어가 뇌를 한껏 휘저어 놓았다.

 

난 바닥에 쓰러진채로 내 크로우바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빠각 하는 소리가 나며 놈의 정수리 한가운데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다.

 

마치 통조림캔이 따지듯, 놈의 머리쪽에서는 검은색 액체와 회백색 뇌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앞쪽에선, 또다른 한놈이 나를 보고 손을 들었다.

 

난 놈을 향해 씨익 웃어주고는, 크로우바를 양손으로 잡아 놈의 얼굴쪽으로 찍어 넣었다.

 

반쯤 썩어 무너져내렸던 놈의 눈 사이로, 크로우바는 깊게 들어 박혔다.

 

난 그대로 놈을 힘껏 밀어넘겼다.

 

눈을 넘어 뇌쪽까지 찔린 놈은 아주 힘없이 나에게 밀려 뒤쪽으로 밀려 넘어졌다.

 

난 따라 넘어지지 않으려 크로우바에서 손을 놓고는 놈을 발로 살짝 밀어 넘겼다.

 

놈은 빨간색 크로우바가 눈에 꽂힌채로, 그대로 천천히 뒤를 향해 무너져 내려갔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너무 격하게 몸을 움직여 댔는지, 숨이 끊어질것만 같았다.

 

난 옆쪽 주차장 바리케이트쪽에 몸을 기대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보통 사람을 처음 죽일때는, 다들 죄책감에 쩔어 제대로된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내가 죽인게 인간이 아니어서 그런가, 그냥 짐승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는 생각만 났다.

 

내가 살기위해서 무기를 휘둘렀다는 생각만이 내 머리속을 가득채웠다.

 

내가 바리케이트에 기대어 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때,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난 옆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상훈이는, 도끼를 어깨에 걸친채로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상훈이의 도끼는 검은색 피에 절어 있었다.

 

그의 뒤로는, 머리가 반쯤 쪼개진채, 머리가 없어진채로 바닥에서 뒹굴고있는 놈들의 시체가 보였다.

 

상훈이는 내 주변을 둘러보곤, 놀란듯 말했다.

 

 "무슨 참치캔 따냐. 다들 머리를 따놨네."

 

난 상훈이 너머를 슬쩍 보고는, 머리가 반쯤 쪼개진 놈들을 보곤 답했다.

 

 "넌 무슨 장작패냐.. 다들 머리가 반으로 쪼개져있냐."

 

상훈이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의 손을 잡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주변을 둘러봤을땐, 내심 놀랄수 밖에 없었다.

 

열댓마리 정도의 놈들이 우리 주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주변은 흥건해질정도로 피가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그 참상의 한가운데에 멀쩡히 살아남은채로 서있었다.

 

난 앞쪽에 쓰러져있는 놈의 얼굴을 밟고는, 크로우바를 뽑아들었다.

 

회백색의 뇌수와, 검은색 피가 한쪽 노루발을 거멓게 물들여놨었다.

 

난 찝찝한 느낌에 크로우바를 살짝 털곤, 내 앞에 쓰러진 놈 옷에 대충 문질러 닦았다.

 

 "에이씨.. 찝찝하게 시리...."

 

난 잘 닦이지 않는 피를 대강 문질러 닦으며 투덜대며 말했다.

 

상훈이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바라보다, 내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서는 말했다.

 

 "곧 다시 쓸지도 모르는거 뭐할라고 닦아대냐?"

 

상훈이는 가방 옆주머니쪽에서 랜턴을 꺼내며 대피소 안쪽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검은색 피가 어느정도 닦이자, 바리케이트를 넘어 지하주차장으로 걸어들어가는 입구에 섰다.

 

침매터널 입구에 서있던 그 순간이 잠시 내 머리속을 스쳐갔다.

 

이번에는 그런 어둠의 공포에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난 가방 옆주머니쪽으로 손을 뻗어서는, 랜턴을 꺼내들었다.

 

길게 지하로 이어지는 초록색 길을 향해서 랜턴을 비춰봤다.

 

길의 한 가운데, 알수 없는 시체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난 혹시나 또 크로우바를 쓸지도 몰라, 한쪽 손에 굳게 쥐고는 안쪽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점점 그 정체모를 시체의 윤곽이 잡혀나가고 있었다.

 

파란색 옷과, 허리춤에 찬 진압봉에 무전기, 그리고 총집을 보니 경찰인 것 같았다.

 

난 그 시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는 조심스레 발로 툭 건드려 봤다.

 

그 경찰의 시체는 아주 힘없이, 배를 보이며 밀려났다.

 

입에서는 잔뜩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색 피는 아니었다.

 

아마도 감염되기 직전에 무언가에 의해 밟혔던지, 혹은 밀려났던지 해서 이 도로를 굴러가다 머리를 찧은것 같았다.

 

난 그의 허리쪽으로 불빛을 비춰봤다.

 

총집에는, 검은색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난 그쪽으로 손을 뻗어, 권총집을 열어봤다.

 

아직 쓰지 않은 것 같은 리볼버가 그의 허리춤에 꽂혀 있었다.

 

난 권총집에서 총을 빼내어, 무슨 총인지를 살펴봤다.

 

 "스미스앤웨슨, 모델 텐, HB구나..."

 

상훈이는 내 등뒤쪽에서 시체쪽을 향해 랜턴을 비추고 있었다.

 

 "이야, 딱 보고 뭔지 아네, 김경현. 역시 밀덕이다 밀덕"

 

상훈이는 내가 총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것을 보곤 한마디를 던졌다.

 

... 부정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나도 상당히 밀리터리적인거에 관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상훈이가 미스터리한것에 관심을 가진것 만큼, 나도 밀리터리적인 요소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스윙아웃형식으로 된 이 총은, 대한민국 경찰의 제식 권총이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모델 60으로 점점 바꿔나가고 있다는데, 아직 여기가 시골이라서 그런지 여기까진 바뀌지 않은것 같았다.

 

아님 고집에 예전걸 차고 있었다던지...

 

난 실린더를 옆으로 빼서 안쪽 총알을 살펴봤다.

 

한발도 쏘지 않았는지, 여섯구멍은 금색 총알로 들어차있었다.

 

아마 비상상황이라 여섯발이 모두 실탄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난 실린더를 다시 총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상훈이는 총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나를 보곤, 뒤에서 말을 남겼다.

 

 "나는 그거 가지고 있어봤자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니까 니가 일단 가지고 있어라."

 

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바람막이 안쪽주머니쪽에 권총을 집어 넣었다.

 

크기가 좀 있었던지라, 권총 손잡이만 밖으로 삐져나온채로 쏙 들어가 있었다.

 

총을 입수하곤, 우린 대피소의 더 깊은곳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긴 내리막을 따라 한걸음씩 안쪽으로 들어갈때마다, 안쪽의 모습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우리는 벽쪽에 몸을 숨기곤,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치 들키지 않으려 몸을 숨긴 특수요원처럼, 벽에 딱 붙어 웅크려서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모퉁이에 도착해서는, 미끄러져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췄다.

 

난 모퉁이쪽에 서서는, 노란색 기둥 너머로 고개를 살짝 빼 안쪽을 바라보았다.

 

난 너무나 놀라 입을 막고 다시 고개를 집어넣었다.

 

목을 넘어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려고 하는걸 힘겹게 입을 막아 참아낼 수 있었다.

 

난 두어번 숨을 몰아쉬곤, 다시 기둥 너머로 고개를 빼서 안쪽을 살폈다.

 

수십? 아니,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두 놈들로 변하여, 안쪽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참사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중간중간에 널부러져있는 인간들의 시체는, 배가 뜯겨진채, 머리가 뽑혀진채, 척추가 뽑혀진채로 나뒹굴고 있었고, 바닥은 시뻘건 피와 검은색 물질에 뒤섞여 있었다.

 

놈들로 변해버린 사람들도, 주차장 안쪽을 서성이고 있었다.

 

중간중간에서는 피의 만찬이 벌어지고 있었고, 목에 내장을 감고있는 놈들도 여럿 보였다.

 

난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서늘한 느낌이 들어왔다.

 

눈을 아래쪽으로 돌렸을땐,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기어나오던 그대로 죽어버렸는지, 양복을 입은 한 아저씨가 입에선 피를 줄줄 흘려대며 죽어있었다.

 

보급품은 너무나 깊은곳에 있었다.

 

저 보급품을 가지러 가려면, 이 많은 좀비떼를 전부 뚫고 들어가야할것이다.

 

설령 뚫고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다시 나올때는 놈들에게 갖혀 버릴것이 뻔했다.

 

난 고개를 다시 들이밀곤, 상훈이를 보며 말했다.

 

 ", 안되겠다.. 너무 많아. 그냥 나가자..."

 

상훈이는 내 말을 듣고는 기둥 너머로 머리를 빼곤 안쪽을 살펴봤다.

 

 "이런 미친.... 내가 이럴줄 알았지... 나가자. 빨리. 나가자."

 

우리는 다시 벽 뒤쪽에 몸을 숙이곤, 살금살금 바깥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물자를 찾긴 이제 글른것 같았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편의점이든, 음식점이든, 어디든 들어가서 물건을 찾아 나와야한다는 의무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린 그렇게 대피소를 뒤로하고, 또다른 먹잇감을 찾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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