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사태와 박정희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의 여자관계와 친 일성향등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극비리에 촬영을 마 치고 내년 2월초 개봉할 예정인 것으로 20일 알려져 시선을 집중 시키고 있다. 특히 10·26사태 및 박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 로 관계된 인사들이 현존해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정치 사회 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일보 발행 Am7 21일 자 보도)
20일 제작사 강제규&명필름에 따르면 총제작비가 60억원에 달하 는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톱스타 한석규가 중앙정보부장 김 재규의 오른팔인 주과장을 연기한 것을 비롯, 중량감 있는 배우 가 출연함에도 모든 제작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됐다. 또 스태프들 은 ‘비밀 서약’까지 했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유신말기 10·2 6사건을 담고 있는 만큼 과거사 규명 문제와 맞물려 보수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이들 세력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제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여자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삽 입되어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상 영화 첫 장 면의 경우 한 아주머니가 중앙정보부에서 “우리 딸이 아침에 속 옷만 입고 어르신(박정희)을 모시는데, 어르신이 힘이 좋아서 오 전부터 성관계를 하더라”는 요지의 대사를 한다. 암살당하던 그 술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여자관계가 이야깃거리로 오른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장교를 지낸 박정희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한 장면도 삽입되어 있다. ‘자우림’의 가수 김윤아가 연기 한 심수봉(극중 송금자)이 술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엔카를 부르는 장면도 맥락을 같이 한다.
나머지 배역은 백윤식이 김재규를, 송재호가 박 전 대통령을 연 기한다. 연출은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이 맡았고, 9월에 크랭크인해 이달초 촬영을 사실상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영화는 김재규의 오른팔로 나오는 중앙정보부 요원 주과장(한석 규)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박 전 대통령 암살이 일어난 1979년 1 0월 26일 하루를 급박하게 그리고 있다. 주과장은 상사의 암살음 모에 연루되며 동료를 죽여야 하는 운명에 맞닥뜨리고 고뇌한다.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 모든 출연진은 가명으로 처리됐다. 논 란이 우려되는 문제작이다 보니 모 대형배급사가 거절하는 등 배 급사를 찾지 못하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을 맡기로 했다.
강제규&명필름 관계자는 “특정 인물을 왜곡하거나 편향된 관점 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선보이기도 전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간 비밀에 부쳤다”고 밝혔다. 이미 포스터 촬영 등을 마친 ‘그때 그 사람들’은 다음 주말부터 극장에서 예고편이 상영될 예정. 내년 설 시즌에 맞춰 개봉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수롭지 않다”며 애써 무시하면서도 “역사적 사실관계의 기술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이같은 영화 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박 대표는 이 영화 와 관련해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한 측 근도 “자유로운 창작물인 영화 제작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당하 지 않다”고 전제한 뒤 “역사의 기술은 정확해야 하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