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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사는 나라 2.txt
게시물ID : readers_75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우름
추천 : 12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3/06/03 00:20:33

 

 

 

추천주신 일곱 분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셨길^.^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1CrHl

 

 

 

케롤라인은 팬지꽃을 꺾으며 왜 팬지꽃이 이토록 붉은지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또 왜 이토록 아름다운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케롤라인이 이렇게 금세 우울해 지는 일은 좀전에 없던 일이다. 

그녀는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었고, 누구보다 자존감이 강했다.

하지만 왜 그토록 쓸모없는 자존감이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여자들 간의 질투심의 근원과는 다소 달랐는데,

그저 그녀 온전히 자신만의 자존감이었기 때문에, 그 근원이 더욱 궁금해져 갔다.

 

한 날은 케롤라인이 꿈을 꾸었는데, 꿈속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었다.

너무도 생소한 얕은 개울 뭍 색의 연 하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느낌을 받으며 케롤라인은 가파르지 않은 언덕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꿈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플뢰르의 여자들은 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고 천에 염색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녀들이 좋아하는 일은 목화로 천을 만드는 일 보다 천에 갖가지 염료를 만들어 내어 염색을 하는 일이다.

앞에 말했다 시피 여자들은 말하기를 좋아해서, 묵묵히 일 하는 여자는 잘 없다.

그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협동하여 일 하기를 좋아한다.

때로는 소프라노처럼 노래를 부르며 일 하는 여자도 있었다.

여자들은 항상 자신을 뽐내고 싶어 했지만, 또한 조화롭고 싶어 한다.

유독 튀는 여자는 가끔 따돌림을 당하기 때문이다.

보통 그 이유는 재수 없게 나서거나, 뒷담화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때로 그녀가 지나치게 셈날 만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케롤라인, 너한테는 이런 색이 참 잘 어울린다.”

 

푸른색의 천을 얼굴 밑에 가져다 대며 도라가 말했다.

도라는 다른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코는 낮고 조금 매부리코이지만, 케롤라인은 그 곡선 또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특히 도라의 경우에는 다리가 길고 쭉 뻗어 예쁘다.

여자들은 때로 각기 다른 모양새를 가졌지만 케롤라인은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아름다운 기준에 있어서 선망이 되는 여자가 있었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여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 잣대로 여자 자체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손재주가 아주 좋아 그녀들의 긴 머리를 잘 땋는다거나, 심성이 좋아서 이야기를 잘 듣거나, 이야기꾼이거나 하는 경우에 말이다.

 

사실 케롤라인은 그녀들의 매력이 어디에 쓸모 있는 지 가끔 궁금했다.

도라가 처음 이 궁금증에 대해 들었을 때 호응해 주는 듯 했지만,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

여자들은 다소 평화로운 나날을 이어갔다.

 

 

여자들의 기나 긴 이야기를 듣느라 지루해 진 당신을 위해, 나는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플뢰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남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는 큰 바다가 있었는데, 남자들의 나라에서는 그 바다를 건너가다가 파도에 휩쓸려 매번 사라지고 말았다.

그곳을 지나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늘 그곳은 죽음의 바다으로 여겨졌지만,

언제나 남자들은 바다를 건너가고 싶어 했다.

이 용감한 남자들의 나라의 이름은 그레인(grain)’이였다.

 

여자들의 나라 플뢰르와 다르게, 그레인에는 왕이 있었다.

왕 밑에는 그를 보필하는 신하, 신하 밑에는 그 신하를 보필하는 남자, 또 그 밑에는 더 낮은 남자가 끝 없이 존재한다.

가장 낮은 남자는 멸시당하거나 조롱당하기 십상이다.

보다 높은 남자가 가엽게 여기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약해 보이는 것은 싫어했다.

남자들은 노동으로 거칠어지고 검게 탄 피부를 좋아하고,

불뚝 튀어나온 근육을 가진 남자도 선망의 대상이다.

그들은 과시하기를 좋아했고, 드러내 놓고 인정하는 일은 드물었다.

 

남자들은 매번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낸다.

서로 다른 마을 간에 거래하기를 좋아했으며, 종종 약탈하기도 했다.

바다 너머 마을과 접촉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었기 때문에,

'죽음의 바다'에서 '죽음'이 긍정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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