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최근 자신의 경력에 한 줄을 추가했다. 라오스의 한 야구단에 구단주로 취임(?)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아직 야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곳이다. 축구나 농구에 비해 장비가 많이 필요한 야구의 특성 때문인 측면도 있다. 지인을 통해 지난해 봄 이런 사정을 잘 알게 된 이 감독은 그간 팀의 구단주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이번에는 라오스 야구 활성화를 위해 1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했다.
취재진이 이 사실에 대해 묻자 이 감독은 쑥스러운 듯 “우리 선수들도 이제 연봉을 많이 받는 시대가 아닌가. 허구연(현 MBC 해설위원) 선배의 조언도 있었고 야구 불모지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 감독 스스로 세심하게 장비를 챙기고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현역 시절에도 이런 기부의 기억이 있었던 이 감독이다. 소련이 해체되기 전 소련 야구 활성화를 위해 개인 돈으로 장비를 기부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 때는 장비가 배달사고를 일으켜 이 감독의 뜻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은 정부 차원에서 나섰다. 이 감독은 “라오스도 사회주의 국가 아닌가. 당시 기억이 있어 망설였는데 이번에는 라오스 정부에서 직접 확인을 해 많이 도와준다고 하더라. 호주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호주는 아무래도 야구가 좀 더 보급된 국가라 라오스를 선택했다”고 이번 기부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감독의 이런 선행이 알려지자 주위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 사실을 안 임원일 SK 사장은 스폰서 형식으로 이번 기부에 동참했다. 수명을 다해 선수들이 버리려던 유니폼도 재활용된다. 수거를 해 라오스에 전달했다. 선수들에게는 수명이 다했지만 라오스 야구계에는 귀한 자원이다. 이 감독은 “그쪽 사람들이 바느질을 잘 해서 입고 다니더라”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번 기부가 라오스 야구에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