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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퇴출사건 관람기
게시물ID : sisa_756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니
추천 : 16
조회수 : 56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9/10/15 10:39:19
Q 김제동씨가 <한국방송>(KBS)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했잖아요. 말들이 참 많은데 대체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A 이젠 야들야들한 연애상담 좀 할까 했더니 또 이리 방자한 사건이 터져주시네. 할 수 없지 뭐. 연애는 한 번 더 미루자. 1. 예전에 말이야, 호랑이가 아리랑, 신탄진, 청자, 거북선 따위 피워 대던 그 시절에 말이지. 각하가 한 분 계셨어. 그 양반, 국민 여럿 작살내셨지. 그 양반 스타일이 이래. 통치하다 몹시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 그럼 그냥 걸어가. 씨바스 리갈 물고. 뚜벅뚜벅 걸어가. 국민 앞에 서. 그리고 모가지 딱 잡아. 너 국민이냐. 유 국민? 나 각하야, 각하. 졸라 내려치는 거야. 졸라. 정신, 빠개질 때까지. 그때 사용했던 짱돌. 그게 바로 긴급조치다. 유신헌법 53조 긴급조치권, 그 내용이 뭐냐. 각하가 곧 법이란 거지. 국회, 필요 없어. 각하가 해, 하면 그게 그냥 헌법과 쌤쌤이야. 그럼 제1호 조치가 뭐냐. 유신헌법 개정 금지. 지 맘대로 법 정해 놓고 그 개정 주장은 불법. 카, 죽이지 않니. 그러면서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했어요. 각하 말씀은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 이거지. 무조건 옳다 이거야.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거야. 미친 거지. 그럼 그걸로 뭘 했냐. 자기한테 반대하는 놈들, 조지는 데 썼지. 언론도 조지고, 단체도 조지고, 개인도 조지고. 근데 말이야, 당시 판결 보면 지식인·정치인·학생보다 오히려 일반인 처벌 사례가 더 많아요. 한번은 “정부가 돼먹지 않아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고 말한 어떤 외판원이 있었어. 그냥 일반인이 주변 사람들한테 한 소리야. 그 사람 어떻게 됐을까. 유언비어 유포로 징역 10년 먹었어. 10주가 아니라. 그렇게 일반인 조져서 각하가 얻은 게 뭐냐. 공포의 일상화. 2. 이제 요즘 보자고. 아이 미래 걱정하며 유모차 끌고 나간 엄마들, 촛불 들었던 연인들, 어떻게 됐나. 그 시민들, 배후 대라며 공안사범처럼 다루더니 결국 벌금 몇 백씩 먹였지. 4대강이 대운하라고 양심선언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 어떻게 됐나. 징계 안 한다더니 7개월이나 지난 후 3년 활동 제약하는 정직 먹였지. 박연차 표적세무조사라며 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판한 나주세무서 김동일 계장, 어떻게 됐나. 5년간 공직에도 못 가게 파면 먹였지. 전세계적으로 다 폐지됐고 일본조차 폐지한다는 전국적 학력조사-일제고사를 반대한 교사들, 어떻게 했나. 단체로 해직 먹였지. 촛불 1주년 원천봉쇄 과정서 하이서울 무대 올라간 시민 9명, 어떻게 했나. 2억3509만원 손해배상 소송 먹였지. 어때. 필이 오나. 일반인, 바로 일반인들을 닥치는 대로 조지고 있다고. 공포의 일상화. 완전 판박이야. 근데 그 시절과 결정적으로 다른 게 한 가지 있어요. 뭐냐. 옛날 각하는 인신구속, 즐기셨어요. 아무래도 군국주의 일제사관생도 출신 아니냐. 까불어. 처넣어. 기본이 그거야. 근데 요번 각하는. 벌금, 정직, 파면, 해직, 소송. 그러니까 정치보복의 금전화, 정치탄압의 생계화, 긴급조치의 민사화가 바로 요번 각하의 스타일이라고. 국민이 직원이고 자기가 대한민국 시이오(CEO)인, 지극히 각하다운 발상이지. 까불어. 죽었어. 그러고는 벌금 먹이고 정직시키고 파면시키고 소송 걸고. 이게 본질은 다 돈이고 생활이거든. 한마디로 밥줄공안의 시대가 개막됐다고. 뭐 생각해 보면 당연하긴 해. 요번 각하의 이념은, 돈이잖니. 3. 김제동 퇴출, 비용 절감이니 오래됐느니, 핑계인 줄 모르는 사람 어디 있나. 노무현 노제에다 사회적 발언, 그 행실 고까워 그런 거 모르는 사람 어디 있냐고. 다 알지. 메시지도 똑같아요. 까불면 밥줄, 끊는다. 그런데 이 생계형 겁박이 무서운 게 뭔지 아나. 바로 주변 사람들이 입을 다문다는 거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나주세무서, 일반 교사들. 다, 입 다물잖아. 왜. 내 밥줄도 위태할까봐.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들, 아무도 없거든. 부양가족까지 걸린 문제라고.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게 뭐냐. 그렇게 밥줄 걱정에 입 닥치는 거, 그거 자조와 자괴로 되돌아온다는 거야. 감옥 가고 사형되고. 이게 무서운 건 당연해. 그래서 입 다물어도 자학은 안 해. 무서워서 아예 같은 편 되거나 몰래 분해하지. 하지만 이 밥줄 협박에 입 닥치고 마는 건, 자기가 생각해도 치사하고 볼품없거든. 그래서 스스로도 놈들이 제공한 명분에 기꺼이 넘어가 주고 싶어. 모른 척하고 싶다고. 정면으로 자기대면하면 너무 시시하고 초라해지니까. 이게 진정 나쁜 거야. 각하 하나 살자고 나머지 국민 자기비하하게 만드는 세상. 그 패배의식과 허무주의의 누적. 이건 너무 우울하잖아. 그러니까 닥치면, 안 되는 거라고. 거창하게 정의를 위해서가 아냐. 김제동 위해서도 아니라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이대로 닥치고 3년 지나봐. 쪽팔리지 않겠냐고. 자기한테.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침묵하면 안 되는 거야. 수다 떨고 구시렁거리고 씨바거려야 해. 닥치지, 말아야 한다고.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해서. 떳떳한 나를 위해서. 김제동과 모두의, 건투를 빈다. 졸라.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출처 :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3819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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