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번있는 합주날인데 세시간쯤 남아 근처 까페에 갔다. 오전에 오던 비가 그쳤지만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서 좋긴 하다. 항상 손에 무언갈 쥐는 건 스마트폰 이외엔 귀찮을 뿐이다.
까페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듯한 한 여자손님과, 잘 보이지않는 구석 테이블에 한 커플이 손을 비벼대고 있다. 화장실만 안갔어도 딱히 볼일이 없었을텐데. 에라이 젠장.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 여긴 꽤나 한적한 곳이다. 대학로 근처인걸 치자면 저렴한 가격에 요 정도 조용함이면 만족스럽다. 일요일인데도 이렇게 조용할 줄은 예상을 못했는데...아 이번주가 시험기간인가?
악보를 체크하고, 노트북을 켜서 다음주에 제출할 취업서류를 작성해야겠다. 아...옆자리에 여자 두분이 앉는다. 꽤나 친해보이고...아 불안한데...자리를 옮기기에는 테이블에 펼쳐놓은것들이 너무 많다. 이어폰을 어디에 뒀더라...
뒤이어 시험을 앞둔 학생들로 보이는 손님도 들어온다. 이제 여긴 번잡해지겠구나. 옆자리의 수다는 이미 시작되었다.
두분은 예상대로 꽤나 친한 사이같아 보였다. 흔하고 평범한 20대 중반의 느낌...학생...은 아닌것 같고 직장을 다니거나 혹은 백조이거나.
하지만 굳이 직장이야기나 인생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말 그대로 수다를 떨기위해 만난 사이, 주말에 쌓인것을 털고 다시 한주를 맞이하기 위한 만남. 서로를 위한 만남이지만 결국 자기자신을 위한 만남. 목적없이 누굴 만나는걸 꺼리는 나로선 이런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와중에 남자이야기가 오고간다. 오?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흔히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여자이야기인걸 보면 이성을 찾는 모습은 별 다를바 없구나...서로를 위로하며 곧 좋은사람 생길꺼란 흔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며 왜 asky인지를 족집게로 털 뽑듯 집어내주고 있다. 사실 이어폰은 꼈지만 재생을 하지 않은 상태라 의도치않게 듣는중. 이제 이어폰을 뺀다.
얼굴 주름부터 시작해서 신체단점, 성격까지 포함해서 바닥까지 내려간다. 아아...묘하게 19금이야기도 하는데 이건 못들은걸로 쳐야겠다. 바탕에 깔린 기저는 서로를 위해주니까 까는것? 하지만 그 본바탕엔 자기위로를 받고싶은 심리가 엿보인다. 매일매일 살좀 빠진것 같지 않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허리가 쏙 들어갔네요~"라는 멘트를 칠때 느끼는 그 여성으로서의 심리.
이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듯 하고, 이 시점에서 난 음악을 재생한다. 이소라의 이번 앨범은 앨범평처럼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