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재세이화는 고조선의 건국이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고조선의 건국이념은 광명개천(光明開天),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랍니다. 광명개천이 하나 더 있는 거지요.
이 세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광명개천(光明開天)입니다.
한자를 그대로 번역하면 ‘빛으로 하늘을 연다’가 되지요. 그러면 빛은 무엇이고 하늘은 무엇일까요?
우선 여기서 말하는 빛은 불빛, 햇빛, 달빛 등 일반적인 빛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의 빛이지요. 어두운 우리의 의식을 밝혀 줄 지혜의 빛입니다. 지혜광명이라는 말이지요. 깨달음의 빛이라는 겁니다. 태초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속에 빛나고 있는 의식의 태양입니다.
다음으로 ‘하늘을 연다’는 것은 역사를 시작한다, 나라를 건국한다, 교화를 펼친다 등 세속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늘은 본마음을 말하는 겁니다. 활짝 개인 하늘처럼 그렇게 맑고 깨끗한 마음을 뜻하는 거지요. 시커멓게 덮고 있는 먹구름이 걷히고 나면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 것을 연상하게 하는 말이지요. 우리 의식을 가리고 있는 온갖 어두운 것들을 몰아내고 맑고 밝은 의식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지요.
따라서 광명개천(光明開天)이란 ‘밝게 빛나는 의식의 태양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요즘 말로 하면 ‘깨달음’이나 ‘깨어남’ 또는 ‘득도’나 ‘도통’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둘째, 홍익인간(弘益人間)입니다.
흔히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고 해석하는 말이지요. 그러나 이것 역시 그런 세상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광명개천을 이룬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깨달은 사람이지요. 꿈에서 깨어난 겁니다. 도통군자라고도 하지요. 득도한 겁니다. 이런 사람은 홍익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지요. 나라는 의식에서 해방되어 더 이상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까요. 전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흐름에 맞게 행동할 뿐입니다. 더 이상 매달릴 자아(Ego)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기적인 동기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 거지요. 그래서 널리 또는 크게 이로운 인간, 곧 홍익인간이라는 이야깁니다. 인간 위주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마음을 가진 한 차원 높은 인간이지요.
셋째, 재세이화(在世理化)입니다.
‘세상에 나아가 이치대로 다스린다’라고 해석하는 문장이지요. 그러나 이 문구 역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요. 앞에서 해석한 두 가지 문장을 연결해 보면 ‘의식의 태양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도를 깨달은 홍익인간들이 모여 살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됩니다. 마음의 눈을 떠서 나도 없고 너도 없으며 삶이든 죽음이든 모두가 한바탕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면 어찌 되겠습니까? 그런 사회에 무슨 다툼이 있겠습니까?
억지를 쓰는 사람도 없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없으니 법이니 제도니 하는 부자연스런 틀이 필요 없지요.
그러니 나라는 저절로 돌아가는 겁니다. 다스림이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무위이화(無爲而化)의 경지에 있는 사회지요.
지금까지 광명개천, 홍익인간, 재세이화로 구성된 고조선의 개국이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고조선(그 이전 배달국, 한국도 포함하여야겠지만)은 왜 이런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비현실적인 이념을 국시로 삼았던 걸까요?
그 당시 우리 민족은 물질을 위주로 하는 사회가 아니었던 거지요. 욕망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영적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수행공동체 사회였던 겁니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소위 영웅시대의 사회가 아니라 밝음이 어둠을 교화하는 성인시대의 사회였던 거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고도로 진화된 정신문명을 주변의 미개 문명인들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겁니다. 이러한 고조선 사회의 교화 활동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단군신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