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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GOP, 이등병 세명의 야간 3인조 행군!
게시물ID : military_394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오스모스
추천 : 15
조회수 : 23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05 15:37:01
날이 많이 춥네요.
 
봄이 온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추워지니 군대에서 추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뜬금없이 옛 군시절 에피소드나 적어볼까 합니다.ㅋ
 
 
 
 
 
저는 2002년 11월, 102보충대를 통해 입대한 이제 민방위 2년차의 33세 남자입니당.
 
무려 10년도 더된 일이지만 저는 입대 전 주변에 군대에서의 경험담, 무용담 등을 들은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호기롭게 102보충대도 직접 자원해서 입대를 한 것이죠. 그 날이 가장 빠른 입대 날이었거든요.
 
102보충대로 가면 거의 강원도 부대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마 좀더 기다려서라도 논산 또는 306보충대로 입대를 했겠지요.
 
어쨋든 이렇게 추운 날씨 속에 102보충대에 입대를 하고 강원도 모 보병사단으로 배치되었습니다.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이동하는데, 먼저 연대본부에서 중대를 배치받았습니다.
 
그 때는 그냥 몇중대라는 것만 들었지 그곳의 주둔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도 없었지요.
 
 
 
연대장 전입신고 후 이제 정말 자대로 가게된다는 연대인사장교의 말을 듣고는 다시 육공트럭에 오릅니다.
 
그런데.... 어라? 원래 병력 탑승시 차량의 호루를 덮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타야 할 육공트럭에는 사방이 나무판자로 둘러싸인,
 
뒷쪽의 작은 쪽문을 통해서 탑승하는 육공트럭입니다. 타라고 하길래 타긴 했지만 내부에는 빛 하나 들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는 그 육공트럭을 <진중버스>라 불리는 것을 몰랐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육공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을 합니다.
 
그런데 엉덩이에 느껴지는 감촉은 엄청난 산길입니다. 덜컹덜컹 하는 산길입니다.
 
한시간여를 달렸을까 차가 서더니 하차하라는 얘기가 들리네요.
 
벌써 밖은 캄캄한 밤입니다. 하지만 내리고 보니 전혀 어둡지가 않습니다.
 
길게 산등성이로 이어진 철책을 따라 투광등이 밝게 빛나고 있네요.
 
그래요. GOP입니다.
 
 
 
길 옆으로는 지뢰지대 표식이 있구요, 훈련소에서 느낀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구요,
 
게다가 눈은 또 왜그리도 많이 쌓여있는겁니까..... ㅜㅜ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는 법, 벌써 입대 후 100일이 다 되어갑니다.
 
100일휴가를 가야하지만 GOP의 특성상 휴가자가 많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경계근무 인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결국 120여일 즈음 되어서야 100일휴가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말 눈이 억수로 많이 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줄 알았습니다.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오침 2-3시간 후 자고 눈을 치워댑니다. 그리고 눈을 치우면 다시 야근근무 시작입니다.
 
그래도 치워지는 눈보다 내리는 눈의 양이 더 많아 역부족입니다.
 
 
 
일단 여차여차해서 대대OP로 이동하여 대대장 휴가신고는 마쳤습니다.
 
휴가신고를 마치고 나와보니 그사이 눈은 더 많이 쌓여있네요.
 
GOP의 특성상 소대별로 생활을하고, 대대본부 및 대대OP 역시 거리가 있다보니 걸어서는 이동이 힘들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GOP는 3인조라고 해서 병사는 3인 이상, 혹은 병사와 간부 2인 이상일 때에만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온 상황에서 더이상 차량의 운행은 불가하고, 대대로 올때 타고 온 중대에 배치된 차량도
 
중대본부로 복귀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이미 야근근무조가 모두 투입이 된 늦은 시간이었구요.
 
 
 
어쩔 수 없이 대대본부 내무반에서 대기하고있으니 중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중대장이었습니다.
 
중대장은 폭설로 인해 움직일 수 없으니 오늘은 대대본부에서 하루 대기하고 내일 중대로 복귀해라.
 
어차피 오늘 중대로 복귀하더라도 휴가 출발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라고 하더군요.
 
 
 
 
 
왠지 전 오기가 생겼습니다.
 
내일 상황은 내일 생각하고, 지금 당장은 중대로 복귀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만 내일 혹시라도 운행되는 진중버스를 타고 민통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는 감히 중대장께 걸어서라도 중대복귀하겠습니다. 저는 철책 순찰로가 아닌, 보급로의 길을 통해 중대로 가는
 
길을 알고 있고 마침 동기 두명이 더 있어서 세명이니 3인조로 중대까지 가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미친짓이었고, 중대장도 어이가 없어서였는지 그럼 너만 믿겠다고 기다리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등병 3인조의 중대 복귀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눈이 오지 않아도 한시간여가 걸리는 산길인데,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쌓인 눈에 발은 푹푹 빠져 이동은 더욱 더디고, 더더욱 큰 문제는 길이 분간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뢰지대 표식으로 이어진 경계줄이 보여야하는데, 눈에 파묻혀 그것이 보이질 않으니 그냥 나무가 없는 넓은
 
방향을 따라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뢰지대에 발을 들이기도 했고, 돌아오는 내내 동기들과 수십번은 넘어져 이미 고참들이 정성들여 닦아준
 
전투화와 A급 전투복, 다림질한 야상은 엉망이 되었지만 4개월간의 짧은 훈련병과 이등병 생활동안 가장 많이 웃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두시간여가 걸려 중대본부에 도착했고....... 중대장과 행정보급관, 포반장은 오기가 대단하다고 나름의 칭찬을 해주었지요.
 
고참들도 어이가 없었는지 크게 갈구지는 않더군요.
 
 
 
 
 
뭐, 어찌됐건.....
 
 
다음날도 진중버스가 다니지 못해 휴가를 못나가고, 결국 중대본부에서 무려 3일을 지낸 후에야 휴가 출발을 하게 되었지요 ㅋㅋㅋ
 
 
 
이 외에도 GOP에서 생활하면서 엄청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다 썰을 풀어보고싶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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