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복학하고 3학년일 때. 아직 2학년밖에 안 된 후배와 커플의 인연이 되었다. 이런 못난이에게 여자친구라니! 참 꿈과 같은 시간이 흘렀다.
4학년 때.. 여자친구가 많은 시간에 나 개인에게 양보까지 해 줬음에도 졸업과 동시에 직장인이 되는것에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방에 내려와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고.. 여전히 여자친구는 학생이다.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집에서 돈만 축내는 내가 만나러 가기에 너무 부담이 되었지만.. 우리 착한 여자친구가 학기중임에도 중간지점까지 와줘서 몇번 만나는데 성공했다..
방학이 되어서. 그간의 미안함을 갚고자. 그간 아껴둔 자금을 인출해. 여자친구네 집이 있는 곳 근처에서 만나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대접했다. 그런데.. 같이 식사를 하다보니. 여자친구가 평소에 많이 외로워 보였는지. 친구들이 장난반 진담반 나를 타박했다. 나는 좀 의기소침하기는 했지만. 말이 다 사실인지라.. 그저 여자친구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헌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나를 옹호해준다. '취업이 요새 얼마나 힘든데.. ' '나만 안 만났어도 공부 더 열심히 해서 한번에 취업 했을거야..' '그래도 다른여자한테 눈길 한번 안 주는 기특한 남친이야.'
여자친구가 버럭하자. 친구들이 알겠다며 나한테 잘 해줘야겠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친구들과 헤어져서 단 둘이 짧은 시간을 가진 후. 아쉽지만 또 다시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내내. 너무 미안해서 문자도 하나 못 보내다가. 두시가 넘어서. 몰래 문자하나 보내고 자버렸다.
답장이 없길래. 많이 아쉬웠나보구나.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여자들은 자기들 사이에서는 자존심으로 산다는데..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어가는데 전화가 왔다.
좀 화가 풀렸나.? 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여자친구 목소리가 굉장히 흔들거린다. 울먹이고 있다.
미안하다고 한다. 괜히 친구들 불러서 오빠 기분 나쁘게 했다고. 안 그래도 오빠 힘들텐데 보고싶다고 해서 멀리까지 왔는데 스트레스 줬다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렇게 십여분이 넘게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사과를 받고는 아픈 마음으로 진정하고 쉬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미안함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막 나왔다. 그렇게 십분정도 찔찔 짰다..
여자친구는 이렇게 나한테 마음 써 주는데.. 나는 평소에 문자도 잘 안 보내고.. 그 쉬운 편지 한장도 잘 안 써주고.. 전화오면 값싼 멘트나 날리면서 장난이나 치고..
너무 과분한 여자친구를 만났나보다. 더 잘 해줘야 할텐데. 지금 내 처지에 너무 화가 난다.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으으으.. 내가 꼭 너에게 보답을 해야지. 받은 사랑보다 더 넘치게 보상을 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