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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도서관 컴퓨터에서 USB를 주웠는데요... 마지막편
게시물ID : panic_758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호박찐빵
추천 : 51
조회수 : 663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1/02 06:34:12
실험 21일째
11/4/2009
아침 7:30

어젯밤 밝고 따뜻한 방안에 있는 꿈을 꿨다. 창문은 열려있었고 하늘은 맑았다.
모든게 조용했다. 나만 빼고.
나는 침대에 앉아서 통제가 안될정도로 울고 있었다.
내 볼은 젖어있고, 눈물은 내 무릎에 떨어지고 있었다.

엄청난 죄책감이 느껴진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 방을 암담한 기운이 방해한다.
내 안에서 뭔가 잘못되었다.
그게 뭔지 알아내는 데에 가까이 갈때 나는 일어나서 다른 방으로 갔다. 여전히 꿈속에서 말이다.
이게 오랜시간 계속됐다.

일어났는데도 내 얼굴이 아직 젖어있다. 눈물은 좀 그쳤지만 여전히 떨어지고 있었다.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이렇다니, 왠지는 모르겠다.

태비사와 애스펜은 내 방 소파에서 둘이 껴안고 자고있다.
진짜 방은 내 꿈에 나온 방과 전혀 같지 않다.
여긴 춥고 어둡고, 벽에는 흉측하고 무서운 표정의 검은 가면들이 걸려있으니까. 

애스펜은 왜 머리를 훼손한걸까?
태비사는 머리카락이 아예 없다. 
모근이 뽑힌 자리에는 빨간 얼룩점만 남았을 뿐이다.

내가 고른 피실험자들이 아니다.
확실히, 이건 내가 계획했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애써도 원래 이 실험이 뭘 증명하려던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세웠던 가설이 뭐였지? 그저 다 환상이었나?

대체 나는 왜 지금 저택에 있는걸까, 오두막이 아니라..
난 일어나서 이 노트북을 찾았고 내가 글을 쓰고 있었단걸 기억해냈다.
그런데 내 실험보조들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속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렀을때, 내 스스로 마음 속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내 기억속에는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난다.
마치 살해 장소에 분필로 그려진 윤곽선같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것 같이..

그 무엇보다도.. 끔찍한 목소리가 뭔지 알고 싶다. 
마치.. 화난 사람들이 가득찬 연회장이 내 방 밖에 있는 것만 같다.
이 저택 가득히 말이다. 
나는 막연히 내가 대답해야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날 원하는걸까?
내게 남겨진 선택은 하나뿐인것같다. 나가서 대답해야겠다.
.
.
.

오후 2:15
맥스웰이 우물을 파는걸 끝냈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찾아냈다.
이 저택의 장엄한 외침을 들었어야 하는데! 마치 날 반기는듯 했다.
애스펜과 태비사는 내 주변을 돌며 팔짱을 끼고 춤을 추고 있다.
우리는 가렛과 에드워드가 지하실 천장에 매달려서 발버둥치는걸 보고 있다.
그 둘은 아직 살아있다.
그 둘이 몸부림을 칠때마다 태비사와 애스펜이 내 노래를 불러주는게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돼지는 매달려서 말려야지
흰자위가 눈을 채울테지
목은 잘라서 젖혀놓아야지
살펴봐야할 세상을 위해
우린 이제 안다네
이젠 이유를 알지
우리의 진주는 돼지안에 숨겨져있단걸"

나는 애스펜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그녀도 곧 알게 되겠지.
조숙한 아이. 크게 보상받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애스펜은 여기 주인이 있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이제 내가 진짜로 왔다.



실험 22일째
11/5/2009
오후 3:30
우리는 일라이자 이 새끼를 찾지 못했다. 
쓸데없이 똑똑해서는 지가 죽을때가 됐다는걸 알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듣고 알았을지도 모르고.
순진해빠진 25살짜리도 고문을 받는 남자의 비명소리와 
죽음에 임박해 있는 남자의 무의식적인 비명소리는 구분할 수 있을것이라 확신한다.

여전히 태비사는 조금 실망스럽다. 흉강을 찌를때 칼날을 너무 높이 들지 말라고 했건만.
털끝같이 작은 실수도 완벽한 장난감을 망쳐놓을 수 있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지.
어찌됐든, 에드워드가 죽어버리더라도 여전히 가렛이 남았지만.

맥스웰은 이상하게도 낙담해있다.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이 실험에 응답하지 않아 걱정스럽다.
맥스웰은 이미 그의 목적을 수행했다.
일라이자를 해가 지기전까지 찾지 못한다면 맥스웰을 목매달아 죽여야겠다.




실험 23일째
11/6/2009
새벽 2:00
꿈에서 엄마를 봤다. 다시 따뜻했다.
우린 여름에 실외에 있었고, 모든게 좋았다.
아마 내가 5살쯤 된것 같았다.
놀이터에서 엄마는 그네를 밀어주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웃으면서 자기네들 부모들과 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잠에서 깼다.

나는 끔찍한 고통 속에 일어났다. 내가 내 손톱으로 내 살을 파내고 있었다.
내 팔을 하도 긁어대서 피부가 상해있었다.

난 꿈을 계속 꾸고 싶었다.
그 꿈 속에서 살고 싶었다. 더이상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
.
.

밤 10:00
일라이자는 정말로 교활한 돼지새끼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한 녀석이다.
일라이자는 여기서 죽은 모든 이들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고 있었다.
의식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아마 도서관에서 정보를 뒤진게 틀림없다.
거기 어딘가에 에드먼드 가의 딸내미가 
날 방해하기 위해 뭔가 숨겼다.
여전히 그저 바보 같은 게임 그 이상도 아니지만 말이다.

난 이제 그들의 영혼을 느낄수 있다.
내 마음속의 주인님을 탐색하려고 하고 있지만 난 그가 내 안에 항상 살고 있길 바란다.
내게서 로즈우드 저택을 빼앗아 가려는 자들과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다.

일라이자 그 개새끼에겐 죽음조차 아깝다.




실험 24일째
11/7/2009
새벽 5:00
인터뷰 날이다. 더이상 박살날 과학적 근거도 없지만 어느 방면으론 큰 도약을 이뤘다.
이것이 여태까지 이뤄낸 우리의 업적의 최종 결과물이다.
우리는 지금 모두 지하실에 유치원생들처럼 동그랗게 앉아있다.
내 원래 실험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걸 알아채기엔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발견이다. 주인님 때문에 기록하는것을 멈출 수가 없다.

피실험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한마디씩 할 예정이다.
자신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는 잊어버린것 같지만 이게 바로 진정한 성공이다. 
단기간내에 이렇게 큰 진전을 보여주다니.
예전에는 정말이지 가여운 영혼들이었거늘.
지금은 로즈우드 저택의 충실한 하인이 된 것을 보아라.

여기 기록하건대,
내가 그들에게 "우리가 이룬 성공에 대해 주인님께 고하라" 했다.

가렛: 지옥에서 썩어라 개년아.

- 노트: 능변이지만 진부해. 난 이 새끼를 제일 좋아하지만.

애스펜: 음음.. 암..음음음..

- 노트: 오늘 아침 부엌에서 칼로 혀를 스스로 자르라고 명령했다. 애스펜은 주저없이 명령에 따랐다.
진정한 군인이야. 

태비사: 우물이 깨끗할때
우린 모두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었지
궁핍한 세상의 소음을
날려버리는 목소리를

-노트: 이젠 노래를 부르면서 춤도 추고 있다. 재밌는 애야. 살려둘까봐.

일라이자: .....

-노트: 어떤 하인들은 집안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해. 이게 죽은 사람이 남긴 대답이야.
우리가 정원 삽으로 일라이자의 몸 안을 퍼낼때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말이지.
아마 우리가 그의 몸 속에 응징의 씨앗을 심었다고 할지도 몰라.




실험 25일째
11/8/2009
오후 6:30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불굴의 용기를 가진 자만이 로즈우드 저택에 쓰일 수 있다.
솔직히 피실험자들을 처음 관찰할때는 의심하였다.
우리는 피실험자들 중 아무도 이 실험적 변화를 거쳐 진정한 하인으로 거듭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실수였으나 당신을 위해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

난 종종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굴까 궁금해진다. 우리가 여기 기록해온 용감한 피실험자들처럼 당신에게도 대망을 불러 일으키는가?
간사하기 짝이 없는 샌더밸 박사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겠지.
분명 이 파일을 누군가에게 떠넘겼을거야.
처음부터 우리 실험에 신경이나 썼을까?
신경쓰는거라고는 우리가 교수실 찾아갈때마다 얼마나 빨리 우리 팬티를 벗길 수 있을까 뿐일텐데

나는 주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패트리샤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모.든.것.을.
난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걸까?
알고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내면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뭔질 알고싶다.
그 싸구려 표면들 속 깊고 어두운 곳에 당신이 뭘 숨기고 있지?

우리가 맥스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려줄까?
맥스웰은 나에게 덫을 놓으려 했어. 뱀같은 새끼.
결국 그런 짓을 할 줄 알았다.
처음 관리인을 죽이고 주인님을 만족시켜드렸을땐 다들 맥스웰을 영웅처럼 생각했지.
하지만 우린 그때부터 그 놈을 지켜봐야한단걸 알았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놈이었지
애스펜과는 달라. 맥스웰은 애스펜의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새끼야.

벌로 우리는 맥스웰을 길들였어.
접을 수 있는 접이식 의자를 접듯이.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작고 예쁜 상자처럼 접어버렸어. 그리고는 우물 안에 넣어버렸지 
그 놈은 아직 살아있었어 아마 지금도 살아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깊은 곳은 아니거든
아직도 거기서 비명소리나 질러대고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어.
죽은 거미처럼 팔다리가 구겨져선 말야 




실험 26일째
11/9/2009
새벽 2:30
난 지금 꿈을 꾸는걸까? 따뜻함이 느껴진다.
밖은 완전히 새카만데 꿈 속의 따뜻함이 내 안에서 느껴진다.
나는 부모님의 얼굴을 봤다.

엄마, 아빠. 만약 이걸 보고 계신다면,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이걸 보고나면 다신 절 사랑하지 못하실거란게 너무 괴로워요.
제가 매순간 싸우고 있다는걸 알아주세요.

하나님 제발 이게 현실이 되게 해주세요.
제발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끝내고 싶어요.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요.

애스펜과 태비사는 가버렸어요. 그렇게 보내서는 안됐는데..
전 확실하게 알기 위해 노력하고 계속해서 싸워왔어요. 
이제야 마침내 그들이 얼마나 가여운 존재들인지 알게 됐죠.
제가 그들의 삶을 끝내야해요.

적어도 태비사는 그러길 원했어요.
제가 칼을 치켜들자 고마워하는것처럼 보였죠.
제가 찌르지 못했다면 자기가 스스로를 찔렀을 것처럼 가슴을 찔렀어요.

애스펜은 좀 힘들었어요. 
쥐새끼처럼 저에게 달아나려고 몸부림을 쳤죠.
도망쳐 달리면서 그 차콜색 눈으로 뒤돌아 보더라구요.

저는 애스펜에게 주인님이 원하시는거라 말했어요.
주인님이 모든걸 끝내고 싶어하신다고요.

이게 꿈이 아니었을까요?
만약 사실이 아니었다면 이런건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전 아직도 저 여자를 보고있어요
저 여자를 따라 우물로 가는 길엔 차가운 바닥이 내 발에 느껴졌어요
점점 메스꺼워서 구역질을 쏟아낼 것 같았지만
저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어요
그 여자는 마지막 숨을 내쉴때까지 둥글고 매끈매끈한 돌을 입에 쑤셔넣고 있었거든요
마지막까지 군인다웠어요

그리고 지금은 사이렌 소리가 들려요. 자장가에요.
제가 방금 마신 이 표백제들과 함께 제가 잠들 수 있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어요.

이 실험의 하찮았던 시작이 기억나요.
전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열정을 가지고 좋은 의도로 시작했죠.
하지만 제가 발견한거라고는 아주 깊은 틈이에요
사랑, 증오, 종교, 의심, 두려움 따위로 필사적으로 채우고 싶어하죠.
전 영혼 안에 있는 우물 속을 봤어요. 끝이 없고 부패할 수 있는 것이죠.

제가 누구에게 이 말을 하고 있는걸까요?
제가 뭘 알고 있을까요..
저는 제 안에서 붕괴가 언제 시작됐는지조차 말해줄수없어요.
여기 도착하기도 훨씬 전인걸요.
그게 저를 이 곳으로 이끌었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전 더이상 이 세상에 있을 곳이 없어요.
처음부터 있을 곳이 없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제 안의 따뜻함을 느끼며 죽을 수 있어요.
제가 진짜 누군지, 제가 뭔지 알고 죽을 수 있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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