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당원’.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 이후 야권에서 회자되는 단어다. 6개월 이상 월 당비 1000원씩을 내 당내 선거의 투표권을 갖게 된 이들이다. 권리당원은 기존에도 있었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친문(친문재인)’ 성향 최고위원들이 모조리 당선되면서 그 파괴력에 이목이 쏠렸다. 호남 출신이 다수였던 더민주의 당원 구성은 국민의당과 분당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온라인으로 입당한 10만 명, 그중에서도 권리당원이 된 3만5000명이 승부의 변수였다는 데 이론이 거의 없다.
온라인 당원들이 전대 때 보인 행동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차기 대선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했다. 그런가 하면 여러 채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지할 후보들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투표 참여 운동을 벌였다.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들을 돕는 현역 의원들의 페이스북 등에 악플을 달아 해당 의원들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당원들의 주장을 따라가 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정치권의 주인공을 자처해 온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자방자치단체장 등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여성 최고위원으로 손혜원 의원이 유은혜 의원을 밀지만 난 양향자를 뽑겠다. 청년 최고위원으로 정청래 전 의원이 이동학을 밀지만 난 김병관을 지지한다. 왜냐면 내 판단이니까~.” 손 의원과 정 전 의원이 문 전 대표와 매우 가까운 사이임에도 권리당원들은 SNS에 이런 글을 올리면서 다른 선택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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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에서 출현한 온라인 당원은 정치 엘리트의 시대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당의 전대는 여전히 큰 체육관에 대의원들을 모아놓고 투표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지만 판세는 이미 사전에 실시된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에서 갈린 뒤다.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 지방에서 버스로 대의원을 실어 나르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휴대전화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한 시대라 별 의미가 없다. 의원과 지자체장 등이 투표를 했던 당 대표 예비선거와 실제 전대 결과가 차이를 보인 것도 새로 등장한 개미군단의 위력이 주요인이다.
더민주 온라인 당원들의 관심은 대선을 향하고 있다. 더민주는 화투에 문재인·박원순·안희정·이재명 등의 사진을 넣어놓고 ‘직접 뽑는 손맛을 느껴볼 텐가? 더민주 대선판에 들어오시게~’라며 온라인 당원을 모집 중이다. 그랬더니 “내 나이 76에 대선 때 권리당원이 되려고 가입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한 권리당원은 “왜 국민과 당원의 미래가 걸린 대선후보를 소수 정치꾼들에게 맡기려 하나. 주인의식을 갖자”고 말하기도 했다. 계파로 나뉘어 싸우거나 자기들끼리 공천 잡음을 빚은 정치권에 유권자가 직접 메스를 댄 4·13 총선에서부터 골리앗 정치권을 향한 다윗의 돌팔매는 시작됐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