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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그 가을의 기억 1화 (수정본)
게시물ID : pony_63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w211
추천 : 3
조회수 : 2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07 01: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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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의 기억 1화


부제 : 기억의 시작



Written by pw211






 귀뚜라미 소리는 스산한 바람을 타고서 포니들의 귓속을 맴돌고, 비온 후의 땅에선 향긋하고 싱그러운 풀향기가 가득히 코끝을 적셨다.

 그토록 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찾아온 서늘한 가을밤이였다. 많은 포니들이 그들의 체온으로 덥혀진 이불 속에서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꿈에 흠뻑 취해 있음직한 그런 밤이였다. 모든 포니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이름은 루나틱 블루문. 아마 그런 포니들 중 하나일 것이다. 

 비가 조금 내린 바깥공기는 선선했다. 나는 언덕을 올라갔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발굽을 내딛을 때마다 흙의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실컷 목청을 돋우다가 예기치 못한 습격에 깜짝 놀란 개구리들이 폴짝폴짝 튀어나왔다. 언제나 이 언덕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유쾌하지만은 않은 그런 생각 말이다. 난 천천히, 완만하지만 긴 언덕길을 올라갔다.

 머지않아 난 이 언덕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에게 쫓기듯 달아난 개구리떼는 다시 힘차게 목청을 돋우고서 그들의 동료 단원인 귀뚜라미들과 함께 가을밤의 클래식을 연주했다. 그 무질서한 음악을 감상하며 난 물을 먹은 풀들 사이에서  그나마 말라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앉았다. 무겁게 머리를 짓누르던 투구를 벗자, 시원한 바람이 땀에 절은 갈기를 휘감아 주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달빛은 밝디 밝게 이 언덕의 정상을 비추어 주었고 그러한 달을 난 바라보았다. 가득 차오른 둥근 보름달이였다. 이내 난 눈을 감았다. 그날의 기억이 눈꺼풀 사이로 스며들어온 달빛에 서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기에 계셨군요."

 눈을 떴다. 익숙한 목소리는 나로 하여금 회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난 한숨을 쉬고서 대답했다.

"하사...남의 분위기를 깨는 것이 위법이였다면, 자네는 아마 무기징역이였을 걸세."

"하하하, 대장님은 여전 하시군요." 

호쾌한 웃음소리. 그는 내게 언제나 듬직한 부사관이자 어스포니였다. 

"대장님은 이맘때만 되시면 언제나 이곳으로 오셨죠. 헤어진 연인이라도 떠오르시는 겁니까?"

"하사..."

단점이라면, 저녀석의 눈치는 정말로 꽝이라는 점이다. 뭐, 가끔은 그것이 나에게 편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꽤나 힘든일이지. 그렇지 않나? 이곳에 나타나는 미지의 생명체들을 막는 일은 위험해.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있음이 가장 괴로울 때는 이맘때에 숲을 넘어 오는..."

 난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찢어질듯 날을 세운 울음소리가 허공을 갈랐고 그 소린 우리 둘로 하여금 그 울음소리의 근원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거대한 그림자. 그것의 눈에는 바알간 빛이 흘러나왔고, 그 빛줄기 하나하나엔 살기가 어려 있었다.

"맙소사...셀레스티아여...!"

하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하사."

난 애써 긴장감을 털어내고 목소리를 쥐어짜내어 말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냅다 뛰어서 막둥이까지 애들 전부 데리고 와. 어서. 명령이야. 내 걱정말고. 당장!"

"하지만...하지만!!"

망할 녀석.

"당장!!!!!"

 아마 그 상황에서 일반적인 녀석들 보다 대여섯배는 커보이는 크고 아름다운 팀버울프가 달려오고 있지 않았더라면 난 필시 그에게 아름다운 쌍욕을 퍼부었으리라.

"...네!"

난 날아올랐다. 하사가 제법 멀어질 때까진 그가 방해받는 일은 없어야 했다. 망할 녀석. 날개달고 태어났으면 내가 이렇게 개고생 할 필요가 없잖아.

'쉬익'

"읏...!"

그녀석의 육중한 발이 내 옆의 공기를 뚫고 지나갔다. 저 발에 맞으면 병원신세 좀 질 판이다. 내 발굽에 있는 창을 꽉 부여잡았다. 몸집이 큰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재빨리 팀버울프에게 다가가 망할놈의 모가지에다 창을 냅다 박아버렸다.

"크르릉..."

예상했던 일이다. 놈은 꿈쩍도 안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창을 뽑을 수가 없었다. 난 발굽으로 놈의 몸을 치며 뽑아 내려했다.  그러나 발굽만 아팠다.

"이익... 젠장!"

다시 그녀석의 발이 날아들었다. 나는 재빨리 피했고, 그렇게 창을 잃어버렸다. 난 하사가 뛰어가는 쪽을 바라보았다. 충분히 멀어졌다. 이제 된거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녀석에게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난 녀석의 몸을 발판삼아 높이 뛰어올랐다. 중력을 거스르는 것은 페가수스의 특권이지 팀버울프의 특권은 아니다. 난 높이 날아올라 그것이 공격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려 했다. 내 작전은 완벽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퍽'

등에 강한 충격을 느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고 입에서 뜨뜻미지근한 것이 터져나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맡을 수 없었다. 내 몸은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공기를 갈랐다. 필시 강한 맞바람이 불었겠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붉은 빛이 돌더니 이내 깜깜해지던 내 두눈의 시야에서 본 것은, 그 큰 몸을 이끌고 높이 뛰어 날 내려친 팀버울프였다.

"망할...개자식."

시간이 느려진듯 했다. 흩뿌려지는 빨갛게 송글송글한 핏방울들이 내 눈앞을 지나갔고...

이내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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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소설의 시점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설정했으나, 글을 쓰다보니 자꾸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바뀌길래... 1인칭 시점으로 수정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 네이밍 센스 꽝입니다.
누가 이름좀 지어주세요.

오타, 문법틀린 부분 지적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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