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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기념 자작소설] 1951년 9월 1일 (2)
게시물ID : readers_75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곡두
추천 : 1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06 00:49:14

이 글은 실제 2사단 32연대 7중대의 한국전쟁 당시의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며, 

상황이나 인물 설정은 실제 전쟁에 참여했던 분들과 관계 없음을 밝힙니다.


본 글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공모전 3등을 먹은 글이라 타 사이트로 펌하시지 마시고 

오유에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사실 많이 부족한 글이 소재가 괜찮다는 이유로 입상한 것이기에 부끄러운 것도 있고, 

현충일을 보내시는 데에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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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밤이 깊어 이미 새벽을 향해 치닫는 시간까지 중대의 작업은 끝을 몰랐다.

중대원들의 작업에 이소겸은 혀를 끌끌 찼지만, 결국 같이 밤을 새고 있었다. 힘들도 어두운 곳에서 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작업이었지만, 누구하나 라이트를 키고 산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그들 때문이었다. 신규진은 자신이 하던 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중대원들에게 휴식하라고 말한 후 지영욱의 천막 쪽을 향해 걸어갔다. 천막 입구를 들추자, 지영욱 뿐만 아니라 이영석 소위와 이소겸 중사, 김지국 소위가 앉아있었다.

“많이 바쁘구만.. ”

신규진은 천막속의 전부 빛에 눈을 몇 번 문지른 뒤에 자리에 앉았다.

“휴- 이놈의 고지는 은근히 넓디넓은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의 말씀대로 하길 잘 한 것 같습닏다. ”

신규진이 웃으며 말하자 이소겸은 지영욱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흠흠. 자. 이제 1소대장이 낸 의견대로 비트지역을 전 고지로 확대했소. 2소대장과 3소대장은 의견 없나? ”

지영욱의 말에 이작 식견이 작은 김지국은 철모를 손으로 매만지고는 멋쩍게 웃었다. 그때 유재인이 천막을 들추고 급하게 들어왔다.

“포병대대의 중사 한 분이 중대장님을 뵙겠답니다. ”

유재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뒤쪽으로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이가 들어섰다. 인상이 서글서글한 그는 철모를 벗고는 이마에 땀을 닦아내었다.

“휴- 18포병대대 중사 전유호 올시다. ”

“32연대 7중대 중대장 지영욱 중위입니다. ”

지영욱이 자신을 소개하며 손을 뻗자, 전유호는 웃으면서 지영욱의 손을 잡았다.

“어휴- 후방으로 안 오고 전방으로 왔으면 구덩이에 빠질 뻔 했소. ”

“죄송합니다. 워낙에 시일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말입니다. ”

“걱정은 붙들어 매소. 내 자주포대도 끌고 왔으니 말이오. ”

“정말입니까? ”

천막 안에 있던 7중대의 간부 모두는 전유호의 말에 희열을 느끼는 듯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절대적으로 열세일거라 생각했지만 상당수의 적을 아군의 피해를 덜 입히고 맞을 수 있는 지원 병력이 온 것이다. 물론 같이 싸워줄 지원 병력이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근데 보병은 중대 한 개만 있소?”

“다른 쪽으로 퍼져 있는 상태입니다. ”

“어이쿠! 이런 산봉우리를 겨우 중대 한 개로 버틴다고 하는 소리는 내 처음 듣소! ”

“보병이 뭐 그렇지 않습니까.... ”

“중대장님 윗분들도 참 깝깝한갑소~ ”

전유호는 지영욱이 답답한 듯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자리에 앉았다. 지영욱과 이소겸도 자리 에 앉았다. 신규진, 이영석, 김지국은 비트지역 확장작업을 하려고 다시 천막을 나섰다.포병지원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다행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나저나 적은 누가 오는지 알고 있소?”

“중공입니다. ”

“중공?!!”

“예...”

지영욱의 말에 전유호는 당황한 기색을 안면에 역력했다. 조금 전에 734 고지를 중대 하나로 방어한다는 그 것보다 더 답답해지는 표정이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

“중공이 포탄으로 끝나는 놈들이었으면 그 빌어먹을 후퇴를 왜 했것소... ”

전유호는 연신 어이쿠를 연발하였다. 그의 그런 말과 행동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기에, 지영욱과 이소겸 또한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하긴 나야 윗분들이 가라면 가는 데로 가니까, 윗분들이 알아서 보낸 것이지 싶소. 하여간 그 중공 놈들이 워낙에 떼로 몰려오니.. 어이쿠! 하여튼 내 잘 쏴서 많이 줄여보라고 해보갔소..“

전유호의 쉴 새 없는 말에 굳었던 얼굴이 펴진 지영욱과 이소겸은 겉치레 웃음조차도 못할 정도로 기분이 우울해져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 큰 힘입니다. ”

“그럼 어차피 유동병력을 알려면 나도 여기 있어야 하니 잘 좀 부탁하겠소. ”

“이곳에 계십니까?”

“이 전방에 다가 아까운 포병병력을 버릴 수는 없잖겠소.. ”

전유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멋쩍은 듯 웃어버렸다.

“그러면 전유호 중사님. 당신은.. ”

“내야 뭐 전입온 지 이제 이틀 되어서 포는 하나도 모르니 미운털 박히지 않캇소...허허”

“북쪽이 고향이오? ”

“뭐 그리 시골은 아니라 고향 말은 별로 안 쓴다고 듣는 편이지 싶소..”

이소겸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고향이야기를 꺼내었지만 내려 않은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전유호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기지개를 키고는 지영욱과 이소겸을 바라보았다.

“모포없소? 양구부터 쉴 새 없이 와버려서 눈 좀 붙여야 것소.. ”

“여기 있습니다. ”

지영욱은 자신의 모포를 전유호에게 건네었다. 흙이 묻어 더럽다는 생각도 갖지 않을 정도로 전쟁에 적응해 버린 지 오래였다. 전유호도 모포를 서슴없이 받아 덮고는 의자에서 곧바로 잠이 들었다. 지영욱과 이소겸은 그런 전유호를 두고 천막을 나섰다.

새벽하늘은 어느 덧 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삽질들은 머리카락 끝에 매달려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이 되었다. 차마 장구류 하나 총조차 내려놓지 못하고 연신 한숨만 내려놓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다들 살 것만 같았다. 석경은 멜빵끈을 잡고는 개머리 늘어뜨린 총을 질질 끌며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지석경 상병님. 아까부터 부소대장님이 찾으십니다. ”

“형...아니 부소대장님이? ”

“아마 본부 천막 쪽에 가셨을 겁니다. ”

“어..고마워... ”

후임의 말에 지석경은 무덤덤하게 뒤돌아 걸어갔다. 열일곱. 그 나이에 벌써 상병을 달고 있는 소년. 그 앳된 얼굴에는 전쟁의 시간이 묻어 때처럼 달라 붙어 있었다. 전쟁이 일어난 1950년 하고도 8월 4일 전라남도 목포에서 단란한 가정의 외동아들로 귀여움을 받으며 자라던 그의 집에 북한군이 들어와 그의 부모를 끌고 가선 즉결 처형했다. 이유는 남한의 녹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그 시각. 지석경은 거제도의 외가에 있었기에 소식도 부산 쪽으로 피난 오던 사람들에게 듣게 되었다. 부모님의 시신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부산으로 피난길을 떠날 때, 낙동강 전선 쪽에 떨어진 폭격으로 죽을 위기에서 김휘교에게 목숨이 구해졌을 때.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원입대 후, 목숨의 은인이었던 김휘교를 형처럼 따랐다. 그것이 이제 갓 1개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비트가 파여 있었지만, 그 넓은 지역에 있는 비트와 호 인지라, 석경도 헷갈릴 뻔한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아니면 부대를 완전히 전멸 시킬 수도 있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작전이었다. 김휘교와 아무리 사선을 넘어 다니는 전투를 해왔던 지석경이라고 해도 이미 질게 뻔 한 전투에서 이런 작전까지 하면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석경아. 어디가. ”

지석경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김휘교가 자신의 총을 가지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위장크림으로 인해 시꺼먼 얼굴에 나뭇잎이 덕지덕지 붙은 철모로 인해 목소리로 판단하거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김휘교인지 거의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형. 아니 부소대장님.. ”

“둘이 있으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돼.”

“좀 걱정이 되어서 찾았어. ”

“날? ”

석경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김휘교의 전투화 끝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난 이번 전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

“언제는 우리가 마음에 드는 전투가 있었냐? ”

김휘교는 총을 나무에 기대어 놓았다.

“그래도 예전에.. 예전에는 형과 조금 떨어져 하는 전투가 더 많았잖아. ...다 살았고, 그런데, 이번에는 형과 너무 붙어 있단 말이야... “

석경의 불안은 그것이었다. 이제까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것과 같던 법칙이 깨진 것같았기 때문이다.

“괜찮아. 그건 내가 일부러 그런 거야. ”

“형이? ”

지석경은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으로 김휘교를 바라보았다.

“왜..영웅이 직접 지켜준다는 데 싫은 거야? ”

김휘교의 장난 섞인 말에 지석경은 정색을 하며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다만... ”

“다만 뭐... ”

“이번에는 너무 기분이 안 좋아.... ”

뒷말을 흐리며 내려가는 지석경을 바라보며 김휘교 도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더 동생 같은 지석경을 곁에서 도와주고 싶었다. 동생을 지켜주고 싶은 형의 마음으로 말이다.

9월 1일. 숨막히는 긴장 속에 어느 덧 시간은 이틀이나 흘렀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각에도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만큼의 휴식을 취했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쏟아지는 긴장감으로 인해 병력 전부가 피곤에 절다 못해 감각이 무뎌져 있을 정도였다. 교대로

취침을 한다고 해도 벼 다를 바가 없었다. 순간순간 암습하는 긴장으로 모두가 초췌해질 대로 초췌해지고 지쳐만 갔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

신규진이 중대 본부 천막에서 큰소리로 말을 하였다.

“언성을 낮춥시다. 배운양반... ”

전유호는 중대 소속이 아니었던 지라, 며칠 동안 신규진과 더 많이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장본인이었다.

“뭐가 이대로는 안 되다는 건가..”

지영욱이 조용히 신규진에게 묻자 신규진은 상황판을 가리켰다.

“중공이 꼭 이 곳으로 올리 없습니다. 그러니 적들을 이곳으로 유인해야 합니다.”

“어찌 그리 확신하나? ”

이제껏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소겸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이미 패배했던 곳에 병력을 다시 데리고 오는 건 한 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꼭 미친 짓이라고는 할 수 없지. 이미 이쪽의 전력이 미천한 것을 알았으니 더욱 이곳으로 올 수도 있지 않나? “

지영욱의 반박에 신규진은 입을 벙긋 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지영욱의 말도 신규진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누구 하나의 편으로도 갈라서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회의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곳으로 유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둘러쌓여 버릴 겁니다. ”

“일단 상급 부대에서 어떠한 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어. 지금 우리 중대의 단독 판단으로 대대 전력에 피해를 줄 수는 없네. “

“중대장님 말이 맞소.. 함부로 움직이면 그 많은 놈들을 제대로 상대로 못하고 전멸하고

말지 않소.. ”

신규진이 뜻을 굽히지 않자 지영욱과 전유호 둘 모두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지켜보던  김지국은 언성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영석은 상황판에 더욱 시선을 가까이 했다.

“그런데 부소대장들은 왜 안온건가? ”

이소겸이 신규진을 바라보며 묻자 지영욱과 전유로를 비롯한 두 사람의 시선이 이소겸을 향했다가 신규진에게 향했다.

“2소대장과 3소대장. 저. 셋이 상의해서 부소대장들은 병사들과 같이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

“신규진 소대장님. 지금 당신은 뭔가 크게 착각 하고 있습니다. ”

이소겸은 자신의 위, 중대장인 지영욱에게도 존대를 잘 안하는 독불장군이기로 병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물론 자신의 의견과 맞는 이에게는 존대를 하였으나, 이런 의견 차이속에서 존대를 한다는 것은 지금 그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 것을 모를 리 없는 신규진은 심하게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뭘 말입니까! ”

“우리가 아무리 전쟁터를 나왔다고는 하나, 우리 하나하나가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덩어리는 아니란 사실 말이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

“그들을 유인하면, 우리가 아니라 우리 연대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들이 유인

한다고 해서 이곳을 둘러싸지 못할 것 같소? ”

이소겸의 말에 신규진은 잠시 자신의 눈을 굴리더니 할 말을 찾지 못한 듯 지그시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김지국은 겨우 안정된 듯 한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었고, 이영석은 변함없이 상황판을 주시하였다.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

그렇게 조용해진 분위기에 유재인은 급하게 지영욱에게 뛰어왔다.

“용건만 말해! ”

“봉당덕리 쪽에서 적군이 보인답니다. ”

“진현리 쪽에서도 보인 답니다 헉헉... ”

유재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뛰어 들어온 병사 한명도 급하게 말을 이었다. 괜히 호들갑이라고 생각했던 간부들은 순간 당황했다.

“언제 발견했대! ”

“18시 40분경에 공제선을 봤답니다 ”

“지금 시각은..”

“19시 49분입니다. ”

자신의 시계를 보며 침착하게 말한 이영석은 서둘러 자신의 장구류를 챙기었다.

“그 후 무언가 이상은? ”

“아직 없답니다. 분견대 쪽에서 계속 관찰하고 있어서..”

“근데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야! ”

라는 소리와 함께 유재인에게 나무 막대기 하나가 날아들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유재인은그대로 나무 막대기 모서리에 이마를 찍혀버렸다.

“이소겸 중사. 진정하시오. 자! 각 소대장들은 무선대기 잘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예! ”

유재인은 핏물이 흐르는 이마를 쥐고 관측소를 나섰다. 그때에 봉당덕리 방향에서 붉은 빛 4개가 올랐다. 연이어 4발의 무언가가 길게 꼬리를 만들며 관측소를 덮쳤다.

“연막탄이다! ”

누군가의 소리에 관측소 바깥쪽으로 썰물 빠지듯이 순식간에 모두가 물러났으나 그 주위는 순식간에 연막으로 시계가 가려져 버렸다.

「쾅!」 적색의 신호탄 4발과 연막탄 4발이 신호였던 것일까.

734 고지를 중심으로 숫자를 셀 수도 없는 포탄이 굉음을 내며 산을 파헤치고 있었다. 중대 인원들은 벙커나 비트에 몸을 숨기며 이 지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중공군의 공격 준비 사격으로 인해 발사된 포탄은 총 200여발이 되었다. 수 많은 포탄이 불발이었지만, 이 포탄 세례로 인해 피해를 안 발을 수는 없었다. 대대적인 공격의 포문이 열린 것이다.

20시 25분, 유재인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SCR을 바라보았다. SCR의 붉은 빛은 반짝이며 급하게 울리고 있었다. 근처에 튄 흙으로 인해 제대로 확인을 못하가 이제야 확인을한 것이다.

“7중대 유재인입니다. ”

「시끄럽고 중대장님 바꿔!」

“네..넷! ”

SCR에서 들려온 신경이 곤두서있는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유재인은 적의 포격으로 인해 당황한 마음을 다 잡을 길 없이 지영욱을 찾았다.

“중대장님! ”

“머리 숙여!! ”

“예..옛! ”

“왜 그래.. ”

“무전기로 누군가가 찾습니다. ”

“누구길래.. ”

“저..그게 ..당황해서 그만.. ”

“알았어.. ”

지영욱은 당황한 유재인에게 재빨리 수화기를 전해받았다.

“7중대 지영욱입니다. ”

「중대장님! 급하니 상황만 말하겠습니다. 현재 진현리 쪽으로 수도 세아릴 수 없는 중공이 쳐 달려오고 있습니다.」

“진현리인가.. ”

「예!」

“알았다. 너희는 당장 뒤로 후퇴해 최대한 진현리에서 벗어나라! ”

「예!」

지영욱은 무전 내용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유호가 호에서 고개를 내밀고는 지영욱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유호 중사님. ”

지영욱의 목소리에 전유호는 한숨을 쉬며 손을 흔들었다.

“여깃소! ”

“진현리입니다! 진현리요! ”

“아! 알았소! ”

전유호는 자신이 가진 종이 하나를 꺼내 들고는 유재인에게 달려왔다.

“어이 일병분! ”

“넷! ”

“ 요 주파수 맞춰 보갔소? ”

“넷! ”

유재인은 전유호가 내민 종이를 받아 들고 종이에 적힌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연락해서리 진현리 쪽으로 사격하라고 하소. 이쪽 중대 주파수 가르쳐 주면서 이 주파수로연락하라고 하소. ”

“예! ”

유재인이 연대와 포병대대로 무전을 날리는 사이 전유호는 지영욱 옆에 섰다. 포탄이 떨어지기 전에 시계를 가리었던 연막은 포탄의 후폭풍으로 인해 깨끗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시간인 만큼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함이 전장을 감싸고 있었다.

「쾅!」734 고지 뒤쪽에서 진현리 방향으로 포격을 시작했다. 몇 십 분을 다시 이어진 포격에 귀가 얼얼하다 못해 잠시 동안 누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서로 모를 지경이었다.

“아마 군단 자주포대에서도 도와주고 있지 싶소.. ”

“이 정도의 지원이라면 다행입니다. ”

전유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포격이 끝난 잠시 동안의 적막이 가히 심장을 억누르는 듯한 긴장감이 모두에게 선사되고 있었다. 적은 숫자도 파악이 안 되는 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포격으로 두려움에서 공포고 순식간에 압박감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중대장님! 대대에서 무전입니다! ”

지영욱은 유재인의 말에 곧장 수화기를 전배받았다.

“7중대 지영욱입니다. ”

「연대에서의 긴급명령입니다. 적은 734고지를 공격하여 약탈하려 할 것 이다. 우리 2대대는 정면으로 주공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연대는 현 진지 고수하여 적을 포착 격멸하려한다. 이로써 2대대는 진지를 고수하며 적을 포착 격멸한다. 2대대는 현 주진지를 계속 확보하는 동시에 734 고지의 전진 진지에 대한 만반의 지원 태세를 갖춰라. 6중대, 10중대는 명령에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각 대대는 전황 신고를 신속히 하고 긴밀히 협조를 유지하라. 더불어 대대장님이 말씀하시기를 2대대는 예비대가 없으니, 어떠한 상황이 전개 되더라도 734 고지를 기필코 사수하라! 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라고 하셨습니다. 」

“알겠습니다. ”

「넷! 꼭 전투에서 승리하여 표창 받으시는 모습을 뵈었으면 합니다. 」

“감사합니다. ”

지영욱의 마지막 말로 대대와의 교신은 마무리 되었다. 734 고지에 오르기 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이 고지의 중요성 또한 지영욱, 자신이 각인하고 있었다. 포격으로 움츠려든 중대원들의 사기를 살릴 필요가 있었다. 아니 독기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한명이라도 더 살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각인하고 있어야 했다. 이제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남겨진 건 모두 살아서 만나자는 지영욱, 자신의 명령뿐이었다.


21시. 지영욱은 직접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각 소대장들은 사격 통제를 철저하게 하여 적을 조기에 격멸하라.”

차마 입안에 맴도는 살아서 만나자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이 말이 입 밖으로 나간다면 정말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모두 살아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무전기 저 너머에 들려오는 떨리는 목소리, 3소대 소대장인 김지국이었다.

그렇게 무언의 화답이 이어진 후 무전 송신은 마무리 되었다. 어둠이 치달아 버린 멈춰버린 시간. 총구에서 뻗어나가는 빛은 시작이 되고 있었다. 칠흑의 어둠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빛을 태우며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숫자의 한계가 오기까지 인간들 사이를 휘저을 총알들이 말이다. 지영욱은 낙뢰소리가 연이어 들려오는 봉당덕리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그의 눈에도 총알이

빗발치는 모습이 보일 리 만무했다. 포격이 멈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격소리가 포격소리를 대신해서 지축을 메워가고 있었다.

“중대장님! 분견대로부터 급전입니다. ”

유재인은 지영욱에게 달려와 수화기를 내밀었다.

“중대장이다. 상황은 어떤가.. ”

「치이- 칙, 중대장님.. 치이익 포위..치익.. 당했습니다. 치이익-」

수화기에 들려오는 소리에 지영욱의 동공이 확대 되었다.

「치이익- 어서..치익.. 다음 명령...치익...윽 하달해주십이오. 치익- 벌써 15분 가량 교전

중입니다. 치익- 거의 2개 중대 규모..치익.. 같습니다...치이익...저희로써는...치익...더 버틸

수 없습니다. 치이익-」

지영욱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미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다. 그는 상황을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분견대 앞 지역은 별 다른 함정도 없어 대응할 수 있는 화력이 희박 했다.

“포위는 어느 정도인가.. ”

「치익- 양 쪽입니다. 치익.... 동쪽과 서쪽입니다. 치이익-」

남쪽과 북쪽이 뚫렸다고 생각한 지영욱의 머리는 이 순간만큼은 단순해지기로 했다. 분견대 규모로 2개 중대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무리 방어여도 규모의 차이가 심했다

“분견대는 들리는가! ”

「예! 중대장님!」

“무리해서 적을 상대하지 말고 상황을 보며 뒤로 후퇴하라! ”

「예! 알겠습니다.」

분견대의 무전이 마무리 되자, 유재인으로부터 5중대의 경계조 또한 본대로 복귀했다는 무전이 전해졌다. 두 번 걸어 나가기 위한 한 번의 후퇴가 연대 전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입맛을 다시는 커다란 곰은 그 모습을 보고 앞발을 내 뻗어 공격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22시.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소리가 시끄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리와 나팔을 불면서 으르렁거리는 중공군, 그들은 이미 진지 앞까지 다가섰다. 김지국은 특히 자신의 바로 앞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가까운 그들을 보며 바짝 긴장했다. 그 시각 이영석은 무명

고지 동쪽으로 기습해오는 적들을 감지하고 방어하기 위해 달려갔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그들의 사격을 피해냈다. 절대 이곳에 없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했다. 적들이 들어오기 저의 중대장과 소대장들의 워 게임으로 인해 세운 작전을 하기 위해, 바로 적의 예봉을 꺾는 것이었다. 피리와 나팔소리가 줄고, 총소리가 잠잠해지었다. 의아한 곰이 잠시 몸을 내리어 어슬렁어슬렁 주위를 둘러보며 발 앞까지 다가왔다.

이 때, 이영석과 김지국은 마치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과 같이 외치었다.

“투척!! ”

2소대원과 3소대원들의 거의 전부가 수류탄을 날리었다.

「콰-앙!」수류탄 소리가 멎기도 전에 2소대와 3소대는 사격을 시작했다.

“쏴라! 물러나지 마라! ”

이영석은 사격 소리에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임에도 큰 소리를 지르며 반격했다. 가까운 곳의 폭음소리에 지영욱은 2소대 쪽으로 달려갔다. 이영석은 지영욱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했으나, 벌어지는 총격전에 신경은 바로 전방으로 향했다. 수류탄 투척으로 인해서 총격을 가해도 제대로 적중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적들의 비명으로 인해 그들의 피해 규모를 살필 수 있을 뿐이었다. 지영욱 또한 자신

의 소총으로 적을 사격했다. 끊임없는 사격과 교통호 때문인지 적절한 선까지 전진한 적들은 제대로 중대의 위치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저 날아오는 총알에 당황하여 난사만 할 뿐이었다. 결국 피해만 배로 늘어나고 있는 중공군이었다.

그러나 무슨 생각이신지, 그들의 비명은 멀어지기는커녕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음에도 중대 인원 전체가 식은땀을 흘리며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빌어먹을 좀 죽어 버리던지! 후퇴하란 말이야!! ”

서재한은 수류탄을 던지며, 결국 불만을 성토했다. 그러나 서재한의 성토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독기까지 뿜으며 달려드는 중공군의 비명과 함성이 어우러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재인아. 어서 대대에 알려라. 헉헉. 우리로는 무리라고.. ”

“예! ”

어느 새 고지 정상으로 달려온 지영욱이 유재인에게 급히 대대에 지원 병력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유재인은 초조했다. 총알이 빗발쳐 수놓은 야밤의 숲을바라보며 무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수없는 비명소리와 함성이 들리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와 중대원의 성토도 들리었다. 이런 전투를 하는 모두가 억울했다. 무엇이 억울했을까. 울컥하는 마음에 주먹이 절로 쥐어지고 눈가에 눈물까지 고였다. 그러나 이곳은 전쟁터였다. 다시한번 마음을 다 잡으며 유재인은 수화기에 집중했다.

신규진은 아직 들어오지 않는 적 때문에 신경이 오히려 더 곤두섰다. 저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는 1소대 전체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더 이상 적에게 놀아났다가는 이대로 긴장이 풀려 무너져 버릴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소대장님! 동쪽 풀숲 모습이 이상합니다! ”

「탕!」 소대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기가 총알을 치는 소리가 울리었다.

“1소대는 무리하지 말고 진지에서 적을 사격하라! ”

신규진의 말에 1소대원들은 재빨리 몸을 숙여 동쪽으로 사격을 가했다. 야음을 찢어버리는 비명소리는 734 고지를 가득 메웠다. 1소대가 상대한 부대는 중대 규모의 적은 아닌 듯 비명소리가 많아지자 점점 잦아들며 끝내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약 5분에서 10분가량의 사격일 끝나고 1소대가 지키는 진지 쪽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제 정말 734 고지에서의 달아 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1,2,3 소대 및 연대의 수색대나 다른 쪽의 5중대 또한 공격을 당하여 난전이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으아악! ”

비명소리와 함께 힘없이 늘어져서는 옆으로 굴러온 중공군은 죽지도 못하고 숨을 할딱였다. 그러나 그것도 머지않아 숨을 멈추었다. 총알이고 뭐고 인산인해의 중공군 전력이 밀어 닥치는 바람에 전투는 곧장 때리고 찌르는 백병전으로 변해 버렸다. 중대원들의 살기위한 각전고투로도 절반이상의 인원이 인해전술에 의해 밀려 죽어갔다. 후퇴 또한 734 고지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 이외에는 없었다. 그야말로 절벽 끝에 매달린꼴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공군이 밀어닥치는 빈도가 높아지는 통에 팔을 내주고, 적을 죽이는 각오도 거의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23시. 전투는 아군과 적의 모습을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실탄! 탄이 없어! ”

곳곳에서 실탄이 부족하다는 비명이 울리었다. 이미 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난사된 탄은 돌아올 길 없이 텅텅 비기 시작한 것이다.

「중대장님! 실탄..실탄이 부족합니다!」

이미 전사한 3소대장인 김지국을 대신해서 하사 분대장이 날린 전문을 받은 지영욱은 OP로 달려가 유선 수화기를 잡았다.

“여기는 7중대!! 여기는 7중대!!”

중대장님 유선이 끊어졌습니다. “

실탄요청을 하려 했던 지영욱의 표정은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해전술로 몰아치는 그들은 실탄 역시도 엄청난 양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때 지영욱의 머릿속에는 퍼뜩 무언가 떠올랐다.

“그 녀석들의 탄을 빼앗으면 된다! ”

“예? ”

“적들의 탄을 빼앗아서라도 끝까지 이곳을 지킨다. 전문 날려!! ”

“예...예!! ”

지영욱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다시 OP를 벗어나 바로 앞 전투가 한창인 곳으로 뛰어나갔다.

“OP를 중심으로 방어태세를 갖춰라! ”

“중대장님. 3소대 진지가 무너졌답니다! ”

“빨리 재편해서 OP로 빠지라고 해!! ”

“예! 알겠습니다!”

병사는 재빠른 그의 판단과 말에 당황하다가 급하게 3소대 진영으로 뛰어 내려갔다.

「쾅! 쾅!」중공군의 포격은 전투 초기의 아군 포병들의 포격에도 문제없다는 듯이 734 고지를 노리고 들어왔다. 또한 아군들의 지원 포격까지 734 고지로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앞뒤에서 날아오는 포격소리에 시간도 삼켜질 듯이 734 고지를 뒤덮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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