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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선플운동을 보며 든 생각
게시물ID : sisa_758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진
추천 : 29
조회수 : 1062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6/09/03 22: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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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달님이 선플운동을 이유없이 시작하진 않았을 겁니다. 
쉴드를 빙자한 악플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에도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격하게 진보를 응원하는 사람들에 반감을 느껴 '반문'이 된 사람들, 꽤 됩니다.
국민통합을 해야할 대통령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그런 지지자가 많다면 자기모순이 될 수 있겠죠.
저는 이 선플운동이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오유인은 일베를 극히 싫어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일베 꼴도 보기 싫습니다.
그들은 부패기득권층(친박, 보수언론)의 입장에 착 달라붙은채 약자들(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할머니, 장애인, 여자, 노동자 등)을 조롱하거든요.

일베 저장소가 상당히 큰 집단이란 점도 우리를 화나게 합니다.
월평균 이용자가 440만명(2014년 기준)이라니.
그 추잡스러움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적이 크다는 걸 떠올리고 우린 대한민국 진보층을 어떻게든 더 보호하려는 마음이 강해졌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언어도 과격해져 갔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면 친노친문에 반하는 내용이 올라오면 댓글로 거친 언어공격을 하더군요.
오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친노 성향이 강한 사이트인 건 맞지만, 비문 인사나 국민의당 관련해서는 좀 심하다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일베에 가끔 들어가서 그들이 뭔 궤변을 펴는지 구경하는데, 보다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감정적으로 대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격하게라도 진보를 보호하려는 여러분 마음 이해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고요.
우리가 일베에 대항해 거친 말을 하면 할수록, 사회적으로는 일베vs오유 프레임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유인(넓게 보면 친문 지지층)도 그 '일게이'들과 마찬가지인 극단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겁니다.
오유가 극단주의가 맞나요? 그렇다면 저는 오유 접겠습니다.
정치에 대해 아무 생각이나 관심 없는 사람들 아직 많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은요.
무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문빠'나 '베충'입니다.
결국 우리가 응원하는 문재인에 안 좋은 인식을 가진 사람이 느는 셈이죠.

한 걸음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더민주 전당대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친노친문은 아직도 힘이 셉니다.
당 지도부도 거의 다 친문 인사가 됐으니 적어도 문재인에게 불리한 대선 경선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한 마디로, 우린 이제 꿀릴 거 없습니다.
이제 굳이 인터넷에서 더러운 키배 안해도 됩니다. 우리가 유리하니까요.
내년은 정권교체를 하기에 최적의 상황입니다.
조선일보가 갈팡질팡하는 게 그 징조입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지지율 매우 낮고요, 여당 대권후보는 반기문 정도 말고는 임팩트 약합니다.
반면 더민주는? 문재인이란 거물과 그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불펜투수들(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이럴 때일 수록 우리가 침착해야 합니다.
문재인의 선플 운동은 그런 기조에서 시작된 겁니다.
웹상에서 밉보일 행동하지 맙시다.
일베가 퍼뜨리는 루머에 욕설로 발끈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반박합시다.
소위 '중도'라고 하는 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아래 말입니다.
극단주의자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면 순간적으로 마음이 시원하긴 하겠죠.
그러나 우리는 "정권교체"라는 큰 목표를 둔 만큼, 악플은 좀 참읍시다.
인신공격 말고, 토론합시다. 더 공부합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 하나 남긴채, 글 마치겠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도 그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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