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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3부 1화
게시물ID : pony_630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4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07 11:57:08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1부

1화 2화 3화 4화 5화


2부

1화 2화 3화 4화


3부

1화









역사의 주체는 열정, 국가, 이념, 영웅, 그리고 당신들이다.

 

무명의 역사서에서.

 

 

 

 

스마트 쿠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른 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들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저 수많은 별들, 저 수많은 생명들. 스마트 쿠키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것이 전쟁임을 마음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기가 싫었다. 인정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인정한단 말인가. 이 수많은 참살의 죄를.

 

달이 지고,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비로운 밤의 여왕이 자신의 품안에 감쳐두었던 참살의 증거가 태양의 여명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고 있었다. 헛소리다. 어두웠기에 죽음을 몰라보았다는 것은 혐오스런 기만이다.

 

알고 있었지 않는가.

 

 

동터오는 새벽녘, 수많은 유해위에 살아있는 것은 오로지 거대한 나무의 열주뿐이었다.

 

 

 

 

 

 

체인질링의 장군들은 유사 이래 겪어볼 수 없었던 참패로 인해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대략적인 상황판단은 이제 다 끝났다였으며 전체적 판단으로는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후퇴를 할 수 있을까이었다. 확실히, 두말할 필요도 없이 패배의 순간에 놓여진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함부로 입을 열 수는 없었다. 그렇게도 유쾌하던, 어찌 보면 천박하기까지 했던 사티로스마저도 입을 꾹 다문 채로였다. 단순히 공기에 압도되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단 위에 앉아있는 자의 눈빛이....... 사티로스는 입술을 짓씹었다. 망할 놈의 아버지.

 

보고하라, 1 군단장.”

 

1 왕자이자 제 1 군단장인 휴브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들어 올린 그의 얼굴은 무감정의 극치. 도리어 이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담은 듯 한 얼굴이었다. 허나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휴브리스는 져가는 달빛과 새벽녘 사이에 서있는 나무의 열주를 가리켰다.

 

. 저것들은 나무입니다.”

 

왕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칼집을 집어던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자제력이 대단해서 라기 보단 당황에 빠져 집어던질 타이밍을 놓친 것이 더욱 컸다. 그 사실을 왕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입술을 짓씹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휴브리스.”

 

휴브리스는 자신을 직책으로 부르지 않은 아비를 질책하지는 않았다.

 

어스포니들은 -세 포니 종족 중 한 종족입니다- 예로부터 나무의 생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사실입니다. 그것이 단순히 식량의 조달로만 쓰였다면 아름다운 미담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식물의 병기화가 이루어졌지요. 그들은 식물을 전투의 목적으로 개량을 거듭함으로써 저 지옥 같은 무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잠깐만, 잠깐만요. 질문이 있습니다, 휴브리스 군단장. 그렇다면 저들은 전쟁의 처음부터 그것을 사용하는 게 더 이치에 맞지 않습니까? 그 말의 뜻은 저 나무들이 이퀘스트리아 군의 전력이라는 건데 어째서 지금에 와서야 사용한 것입니까?”

 

휴브리스는 질문이 나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엔반 군단장. 전대 군단장이 전사함으로써 군단장 보였던 자가 군단장에 오른 자들 중에 한명이었다. 존경하던 상관의 죽음을 슬퍼하던 얼마 안되는 자들 중 한명이기도 한 그에게 휴브리스는 잠시 약간의 동정을 느꼈다.

 

, 엔반 군단장.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저들은 일전, 자신들의 전쟁이 끝났을 무렵 -, 그들은 자기 자신들 끼리도 전쟁을 합니다.- 일종의 평화협정을 채결했습니다. 그 내용은 각 종족의 주력무기의 파기, 예를 들어 페가수스는 소닉 레인 붐’, 유니콘은 날개 이상 유발 마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어스포니의 나무또한 들어 있었지요. 허나, 그 나무들의 씨앗이... 아마 우리 체인질링의 국토로 넘어온 듯 싶습니다.”

 

“...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사티로스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쳤고 다른 자들 또한 심정만큼은 마찬가지였다. 나무라는, 어스포니의 기밀무기에 가까운 물건이 우리들의 국토에 넘어왔다니, 그것이 어떻게 이해가 되겠는가.

 

휴브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라는 추측일 뿐이다.”

 

, 추측?”

 

그럴 수밖에 없다는 추측. 네 말마따나 처음부터 나무의 씨앗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2년 동안 연패를 거듭하면서 굳이 기밀무기를 숨길 이유가 없을 테니. 그렇다면 무언가 특수한 상황에 빠져 있었던 게 당연할 것이다. 상정할 수 있는 경우는 내부의 논쟁 등이 있었고 어느 정도의 조사와 추리를 거듭한 결과 우리 국내에 씨앗이 날아왔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이것은 그에 대한 참고 자료입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휴브리스의 부관은 각 군단장들에게 서류를 나누어 주었고 모두가 그 서류를 받았다. 단 한 사람만 빼놓은 채로,

 

그것을 적이 어떻게 손에 넣었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휴브리스 군단장.”

 

휴브리스는 잠자는 듯한 눈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요는 어떻게 하면 저 괴물 같은 나무들을 없앨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보고 또한 물론 있겠지?”

 

왕은 차게 식은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휴브리스는 잠시간의 침묵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폐하.”

 

 

 

 

 

새벽의 바람이 차게 볼을 쓰다듬는 것을 느낀다. 숨을 내쉬면 하얀 김이 새어나와 공중을 부유하다, 다시 사라져버렸다. 달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저 먼 동녘에서는 수천 년 동안 타올랐고, 타오를 불덩이가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바야흐로 신단(晨旦)이었다.

 

투구에 눌려 뒷덜미 사이로 비저 나온 갈기가 바람을 타고 휘날렸다. 팬시는 어느덧 자신의 어깨까지 내려온 갈기를 보며 2년 동안의 길었던 전쟁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갈기를 정리할 새도 없이 내달려 왔던 지난 2, 이제 그 전쟁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팬시 총사령관 각하!”

 

팬시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통신관 시테아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본국으로 보낸 전령에 답신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래, 시테아 통신관. 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 왔습니다만...”

 

시테아는 어물거리며 팬시의 시선을 피했고, 팬시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북함을 느꼈다. 거북함이라고 할까, 당장이라도 시테아의 입을 막아버리고픈 생각이 자신을 엄습했다. 불쾌감, 불안감, 거북함, 팬시는 이미 시테아의 눈에서 그녀가 말할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휴전 협정은 불가하다는... 명령입니다.”

 

팬시는 자신의 무릎이 아직도 서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잔혹한 그 한마디에 온 몸의 힘은 빠져나갔고 눈은 앞이 아닌 미래에 펼쳐질 지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지옥에, 자신도 곧 빠질 것을 팬시는 직감했고, 거부했다.

 

아직 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 아직,”

 

?”

 

아직 연결되어 있습니까? 수정구.”

 

, . 그렇지만...”

 

그럼 됐습니다.”

 

팬시는 시테아를 밀치고 수정구가 있는 막사로 뛰어 들어갔다.

 

수정구는 시테아의 말대로 이퀘스트리아와의 연결이 끊이지 않은 채로였다. 수정구 속의 이퀘스트리아측 통신관이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팬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푸딩헤드 총리대신을 소환해 주십시오.”

[푸딩헤드 총리대신은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헛소리 하지 마십시오, 방금 전까지 있었단 사실을 제가 압니다! 푸딩헤드를, 부르세요!”

 

[방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부재중이십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나중에...]

 

팬시는 탁자를 내려쳤고, 수정구는 흔들렸다.

 

푸딩헤드를 불러!! 그 년을, 불러... 지금 당장! 내가 너를 안다, 통신관!”

 

[계속, 말씀드리지만 푸딩헤드 총리대신은....]

 

통신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며 대답했고, 그에 팬시는 당장이라도 수정구를 부술 듯 발굽을 내쳐 올렸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곧바로 높이 들어 올린 발굽을 내려 쳤으리라.

 

[됐습니다, 디에판시 통신관. 비싼 수정구가 부서지게 생겼군요.]

 

[, 총리대신.]

 

통신관은 옆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곧 익숙한 얼굴이 통신관의 얼굴을 대신했다.

 

푸딩... 헤드...”

 

[좋은 아침입니다, 팬시 총사령관.]

 

침착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태평스러운 말을 늘어놓는 푸딩헤드의 작태는 팬시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한 방울과도 같았다. 더 이상 채울 수 없어, 잔뜩 부풀어 오른 감정의 잔에 떨어진 마지막 한 방울. 팬시는 잔을 따라 굴러 떨어지는 감정의 물방울들을 느꼈다. 소름 돋는 해방감이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이었다.

 

지금, 좋은, 아침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말은 정녕 진심입니까? 당신은 이곳의 참극이 안 보이시겠지요, , 당연합니다. 그러니 좋은 아침 같은 소리나 운운하는 것이겠지요! 당신이 보지 못하는 저곳에는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시체들이 널려 있습니다! 저 중 누군가는 어느 아이의 아버지였을 테고, 저 중 누군가는 어느 포니의 사무치는 연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음에 내몬 건, 저고, 당신입니다! 당신이라고요! 그런 당신이, ? 좋은 아침?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이 개같은 년아!

 

난 오늘도 저 지옥 같은 시신들을 봐야 해. 어떤 멍청한 개자식이 말했다지. 어려운 것은 처음뿐이라고. 포니가 죽어가는 것 같은 게, 익숙해질 리가 없잖아! 당신은 비웃을지 몰라도, 나는 저 한 명, 한 명의 포니의 죽음을 책임져야 해! 난 총사령관이니까, 전쟁의 사령관이니까! 당신의 명령을 받는 또 다른 한명의 포니일 뿐이니까!

 

그런, 그런 당신이.......”

 

토해내듯 비명을 지른 팬시는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허탈감에 비틀거렸고, 푸딩헤드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침착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시테아 통신관을 대석하지 않고 저와 통신하신 걸 보니, 많이 변했군요. 팬시 총사령관.]

 

지금, 그게 무슨...!”

 

[체인질링도 마찬가지입니다.]

 

뭐라고..?”

 

[그들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체인질링도 2년 전에는 휴전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요. 도리어 환영했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언제나, 얻기 보다는 잃는 것을 선호하니까요. 하지만 너무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마치 굴러 떨어지는 눈 덩이처럼, 이제는 멈출 수도, 피할 수도 없지요.

 

전쟁의 생리에 우리는 봉착했습니다. 처음 당신이 말한 것, . 이제 우리는 나무들을 탈환했으니 전쟁의 의미는 없어진 것 아니냐, 휴전해도 되지 않느냐. 옳은 말씀입니다. 이 다음 부터의 전쟁은 의미 없는 개죽음들의 나열이겠지요.

 

하지만, 너무나도 늦어버렸습니다. 동족(同族)의 국가는, 패배를 망각할 수 없습니다. 실패를 망각할 수 없습니다. 상처는 족속들의 가슴속에 깊게 새겨져, 오로지 복수만을 원하지요.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그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곪고 썩어버립니다. 방금 전 당신이 말했었지요, 나의 명령을 받는 또 다른 포니라고, 말입니다.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명령자이지요. 유감입니다, 팬시.

 

하명합니다, 체인질링을 멸망시키십시오.]

 

통신은 끊겼고, 팬시는 무릎을 꿇었다.

 

그에 담긴 절망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소리가 적막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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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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