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5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오후에 사람 없는 전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가방을 껴앉고 가만히 앉아 있던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일어섰다.
역에 도착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아저씨는 이마부터 머리 꼭대기까지가 훤히 벗겨졌는데, 키는 꽤 크고 말랐지만 골격이 굵어 체격이 좋아 보였다.
아저씨는 눈을 반쯤 감고서, 꼿꼿하게 선 채로 무슨 군가 비슷한 걸 큰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는 이렇게 말하더라.
[여러분 중에 들어보신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만, 지금 제가 부른 건 PL학원 교가입니다. 저는 학교에 다닐 때 5번 타자였어요. 하지만 아깝게 코시엔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실은 저, 어제 회사에서 해고당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을겁니다. 야구부 시절을 떠올리며 앞으로도 힘내서 살아가겠습니다!]
그러고는 앉았다.
마지막에 말할 때는 소리도 잦아들어 잘 들리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드문드문 앉아 있던 다른 승객들은 다들 어안이벙벙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개중 한 명, 작은 소리로 [그런가. 힘내라구.] 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 아저씨가 워낙 괴상했기에 기억에 남아, 나는 나중에 회식에서 2차로 선술집에 갔을 때 이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랬더니 다들 의기소침해져서는, [이런 불경기에는 그것도 남일이 아니야...] 라며 우울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선술집 칸막이 너머에 앉아있던 한신 야구모자를 쓴 아저씨가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얼굴을 쓱 내밀고는 이렇게 물었다.
[이봐, 그거 한큐 다카라즈카선 열차였지?]
[네, 그런데요.]
[그거 귀신이야. 그것도 순 거짓말쟁이라고. 회사에서 해고된 건 몇 년 전이고, 그 직후에 목 매달아 죽은 양반이야. 1년에 몇 번씩 나타나서 그 열차 타는 사람들한테는 유명하다고.]
[귀신 같지는 않던데요? 그냥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 같았는데... 그나저나 거짓말쟁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그 자식, 처음 나왔을 때는 PL학원 8번 타자라 그랬었다고. 그게 점점 타순이 올라온거야. 죽고 나서도 허세를 부리고 싶은 건지 원. 다음번에 나오면 4번 타자였다 그럴게 틀림없어.]
그렇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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