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확정 시기 놓고 신경전
지도부 “당헌상 늦어도 6월” 입장에
문재인 제외한 후보군 반대
“후보들과 소통없이 일방적”
비전경쟁보다 룰싸움 부각 우려도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몸풀기를 시작하면서, 내년 대선 경선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선 가치나 노선이 아닌 ‘룰’ 논란이 국민들에게 소모적인 갈등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더민주 당헌은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6월20일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신뢰성·공정성이 보장되는 한에서 흥행을 위해 경선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6월이 그 한계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당 대표도 그동안 늦어도 내년 6월에 대선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못박아 왔다. 지도부의 이런 ‘원칙론’은 2012년의 교훈에 기반하고 있다. 당시엔 9월에야 문재인 후보가 결정되면서 선거 준비는 물론이고, 이후 후보단일화 과정도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지지율이 높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한 후보군은 6월 경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단체장직 사퇴 문제가 달려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의 경우에는 “당헌에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으니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들은 지도부가 다른 후보들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나서서 6월 경선 원칙을 밝힌 것이 문 전 대표를 후보로 전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안희정 지사의 한 측근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선 일정은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국민들을 위해 (임기)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쪽 관계자는 “시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경선 시기가 빨라질수록 시정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경선 준비를 위한 행정공백이 불가피한데 그렇다면 이는 커다란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 쪽 관계자도 “활력있는 경선을 위해서는 단체장 후보군도 마음놓고 참여해 뛸 수 있는 공간을 줘야 한다. 그게 문 전 대표를 위해서도 좋은 판”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대선 주자들 각각의 비전이나 노선이 알려지기도 전에 경선 시기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면 국민들에게 이전투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다선의원은 “경선 규칙은 당 입장에서 중요할지 몰라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관심사가 아니다. 지도부는 지난 대선의 ‘경제민주화’처럼 어떤 시대정신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를 놓고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