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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3부 4화
게시물ID : pony_631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케
추천 : 5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08 23:42:04

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1부

1화 2화 3화 4화 5화


2부

1화 2화 3화 4화


3부

1화 2화 3화 4화






녹음이 부서지는 시엔본 평원의 중앙에서 두 거대한 병력은 맞부딪쳤다. 맞부딪치기 직전, 거친 숨소리들은 순식간에 거친 고함으로 돌변했고 그 고함은 쇳소리에 묻혔다. 거칠기 그지없는 쇳소리들이 너른 평원을 울렸고 바람이 신음소리를 흘렸다.

 

수많은 포니들이 미노타우루스의 무자비한 도끼날에 목숨을 잃었고 미노타우루스 또한 포니들의 저항에 상처를 입었다. 푸르렀던 대지는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목이 잘려 피가 튀었고 망치에 으깨진 포니의 잔해가 땅에서 뒹굴 거렸다.

 

소에나라는 어느 포니가 있었다. 맑은 눈을 가진 포니였다. 두 명의 어린 필리들의 부모였고 이제는 시엔본 평원의 수많은 장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 두 명의 자식은 어머니의 유해가 어디서 나뒹구는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소에나의 육신을 처참히 부숴버린 체인질링은 호루노라고 하는 순박한 체인질링이었다. 변신 능력이 남달리 뛰어났던 호루노는 주위 친구들의 모습을 모방해 장난을 치기 좋아하는 장난기가 많은 체인질링이었다. 허나 그는 이제 학살자로밖에는 변신을 할 수 없었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가차 없이 포니들의 육신을 뭉갰다. 망치에 진득이 달라붙은 잔해들을 호루노는 아무런 느낌없이 바라보았다.

 

이딴 지저분한 것이, 생명의 잔해일 리가 없잖아.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망치를 휘둘렀고 또 다시 이름 모를 포니의 뇌를 작살내 평원으로 뿌렸다. 방금 전 작살낸 포니가 누군가 닮았다고 생각했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이 시끄러운 침묵의 장에서는 생각은 무의미한 사치였다. 다시 한 번 더 망치를 휘둘렀다. 아니, 망치를 휘둘렀다고 그가 착각했을 뿐이었다. 미노타우루스의 강인한 팔은 어디가고 빈약한 어스포니의 팔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호루노는 다시는 그 상황을 재해석할 필요는 없었다. 생각을 담당해야만 했을 그의 머리는 어느새 체인질링의 머리가 되어 눈을 크게 뜬 채로 잘려버렸으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호루노의 머리를 잘라낸 체인질링 이쉐노 또한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곳엔 자신의 친구 호루노가 있었을 터인데 그 자리는 어느 새인가 어떤 포니가 대신하고 있었다. 이쉐노는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이유모를 공포를 느끼며 그 포니의 목을 잘랐다.

 

물론 그 포니는 호루노였다. 이름 모를 무엇에 의해 그는 방금 전에 자신이 죽인 포니의 모습을 모방해버린 것이다. 죄책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호루노가 죽기 전에 느낀 그 포니에 대한 기시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어느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해석해 줄 수는 없었다.

 

호루노는 절친한 친구에 의해 목이 잘려 따뜻한 고기가 되었을 뿐이니까.

 

이쉐노는 방금 전에 자신이 죽인 것이 포니라고 굳게 믿으며 눈을 열심히 전장 사이로 흘렸다. 포니처럼 보이는 모든 것에 도끼를 휘둘렀고, 그 중에는 죽어버려 포니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자신의 전우들도 있었다. 이쉐노는 이미 땅에 누운 시체를 열심히 도끼로 후려쳤다. 피가 얼굴에 잔뜩 튀었지만 이쉐노는 게의치 않았다.

 

저것들은 포니다. 포니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것일 리가 없잖아. 이쉐노는 흐느꼈다. 어느 누구도 그 흐느낌을 듣지 못했다.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이쉐노는 갑작스레 땅에서부터 솟아오른 나무들에 의해 배가 꿰뚫렸으니까. 이쉐노는 배가 꿰뚫려 꺽꺽 거리면서도 땅에 붙은 수많은 적들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저것들을 다 죽여야만 한다. 다 죽이지 못하면 안 된다. 다 죽이지 못하면, 자신은 집에 돌아갈 수가 없다.

 

집에 있던 가족들이 어느 전투로 인해 몰살당했다는 소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그 따위 것들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당연하다, 집에 있던 가족들이 뭐가 중요한가? 그럼 왜 집에 돌아가야 하지?

 

더 이상 이쉐노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무는 고민하는 생명에게 그것을 그만둘 수 있게 해주었다. 땅으로 후려쳐진 그의 육신이 하늘로 비산했다.

 

 

수많은 이쉐노들이 드넓은 전장에서 나무에 꿰뚫렸다. 지옥에서나 들을 법한 비명이 미친 듯이 울려퍼졌다. 그 비명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팬시와 스마트 쿠키에게도 들렸다. 이제 결정할 때가 온 것이다.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는 없었다. 스마트 쿠키는 팬시를 바라보았다. 비단 스마트 쿠키뿐만이 아닌 수많은 병사들이 자신만을 바라보았다. 페가수스 군단장, 도렌 파시우스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외쳐버렸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팬시 총사령관! 저 개새끼들을 깡그리 죽여 버리고 오겠습니다!”

 

팬시는 그렇게 외친 도렌 파시우스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다른 병사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얼굴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저것들을 쓸어버리겠다.’ ‘다 죽여 버리겠다.’ ‘더 이상의 선택을 미룰 필요가 없다.’

 

그들의 표정을 보며, 팬시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전쟁에서 불가결한 것은 속전속결이다. 뒤처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자신의 존경하는 상관, 허리케인 부마도위의 말이 기억났다. 그 말 그대로, 그는 언제나 빠른 결정을 내렸다. 무엇이 되었든 빠른 결정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팬시는 입을 열었다.

 

페가수스 중 일부는 남고, 그 외에는 모두 출병해, 몰살하라.”

 

어느 누구도 이견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다만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평원에 서있는 체인질링들을 향해 수많은 포니들이 돌진했다.

 

 

이제야,”

 

전투의 시작부터 전장을 주시하고 있던 휴브리스는 쉼 없이 몰려오는 이퀘스트리아 군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 옆에 서있던 모든 군단장들 또한 비슷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지금, 바로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브리스는 더 이상 기다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휴브리스는 칼을 뽑았다. 전군 지휘관이라 할 수 있을 체인질링의 왕 루데셉툰은 그런 휴브리스의 모습을 그 등 뒤에서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거창한 말은 하지 않겠다. 화려한 말은 아끼겠다. 지지부진한 말은 시간을 버릴 뿐이다.”

 

군단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말은 더 많은 피를 뿌릴 뿐이겠지. 가라, 지금의 그대들이야 말로 영웅이 될 것이다. 쓸어버려라!”

 

사티로스는 아직도 말을 사리는 형의 모습에 웃음을 흘리며 형을 따라 칼을 뽑았다. 다른 군단장들도 마찬가지로 칼을 뽑았다.

 

휴브리스는 칼을 전장으로 겨누었다, 외쳤다.

 

왕부께 승리를, 체인질링에게 영광을!”

 

-왕부께 승리를, 체인질링에게 영광을!

 

모두는 전장으로 뛰쳐나갔지만 휴브리스만은 남아 왕을 돌아보았다.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눈빛이 자신을 노려보았다.

 

이겨 보이겠습니다.”

 

왕은 말이 없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휴브리스도 고함을 치며 전장으로 향했다.

 

왕은 말이 없었다.

 

 

 

체인질링들은 도륙 당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미노타우루스들이 도끼를 들고 포니들을 쪼개려 들 때마다 나무들이 그들의 목을 찌르고 심장을 가르고 팔을 쪼개 가히 생물학적인 표본을 만들어내었고 대지는 벌써 가을이 찾아왔는지 이른 단풍을 물들였다.

 

또 하나의 미노타우루스가 넓은 전장에 효시되었다. 진득한 피가 흘려내렸고 그의 육신에는 수많은 창살이 꽂혔다. 살아있는 꼬챙이가 되었지만 그 사실에 미노타우루스는 큰 유감을 가지지는 않았다.

 

하시오덴트는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이퀘스트리아의 충원군을 볼 수 있었다. 멀지 않았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 생각한 그의 눈앞에 낯선 포니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웃기는 소리다. 애초에 이곳의 모든 포니는 전부 낯 설기 마련이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하시오덴트는 고함을 질렀다. 위베나는 멀리서 자신들을 구워먹겠다 소리치는 중대장을 보았었다. 그리고 다시 그 모습을 보았다. 다시 봐도 상당한 거한이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

 

하시오덴트는 당황했다. 지금 이 포니가 나에게 말을 건 것인가? 이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자기도 모르게 도끼를 멈춘 하시오덴트는 당황을 씻어내며 되물었다.

 

뭐냐?”

 

네가 우리를 구워먹는다는 놈이냐?”

 

뭐라고?”

 

아니, 멀리서 들었거든. 네가 우리를 구워먹는다며?”

 

도대체 무슨,”

하시오덴트는 그때서야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확실히 그런 말을 했었다.

 

확실히 그랬군. 그래서 뭐냐.”

 

아니, 별 건 아니고. 꽤 재밌는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었거든.”

 

그 말과 동시에 위베나는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하시오덴트는 순식간에 다가온 글라디우스를 도끼자루로 쳐내고는 위베나의 목을 노리며 도끼를 내뻗었다. 섬광과도 같은 그 속도에 감탄하며 위베나는 뒤로 몸을 내뺐다.

 

그리고, 하시오덴트는 자신의 거대한 실수에 개탄했다.

 

염병,”

 

그 짧은 순간에 위베나는 나무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곧 자라나 자신을 꿰뚫기를 기다리며 하시오덴트는 눈을 감았고, 위베나도 하시오덴트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들에게 쏟아진 것은 어느, 차가운 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을 적시는 물에 당황하며 하시오덴트는 눈을 떴고,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위베나가 뿌린 씨앗이 눈에 띄게 썩어있던 것이다.

 

그리고, 빠른 판단이 그의 뇌 안을 장식했다.

 

위베나는 무엇이 자신을 적신 것인지 혹여나 하시오덴트의 침 같은 것은 아니길 바라며고개를 돌렸고, 번뜩이는 도끼날이 자신의 시야에 육박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베나의 목이 잘려 땅을 뒹굴었다.

 

 

어스포니의 나무가 눈에 띄게 썩어갔고, 그걸 보고 있던 팬시와 스마트 쿠키를 위시한 장군들의 얼굴 표정도 썩어갔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저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유니콘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저놈들이 해낸 모양이군요.”

 

, 설명 고맙습니다.”

 

스마트 쿠키의 가슴속에서부터 깊이 우러난 감사의 말에 유니콘 군단장 그퓐부르겐의 얼굴이 붉어졌다. 확실히 그퓐부르겐도 억울할 만 했다. 삼 부족 전쟁 때부터 유니콘들이 온갖 마법을 들여 시도했던 나무의 고사(枯死)를 이리도 쉽게 해낸 것이다.

 

팬시는 끔찍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퀘스트리아 군이 강력한 이유는 아직 나무라는 비밀병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인해 체인질링 군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무가 없어진다면?

 

전멸이라는 단어가 팬시의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투 이래 한 번도 보이지 않았었던 그리핀들이 어떤 같은 것을 하늘에서 뿌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리핀으로 변신을 하지 못한 체인질링 마저도 열심히 물을 부리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가 더 이상은 없어졌다.

 

도렌 군단장!”

 

파시우스가 열 띈 음성으로 외쳤다.

 

!”

 

저 그리핀들을 전부 죽여 버리십시오. 저 물이 나무들이 고사하는 원인입니다. 그퓐부르겐, 어떤 마법을 동원해서라도 저 물이 나무들에 닿지 않게 하십시오. 유니콘들의 마법이라면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그 물의 일부를 가져와 주십시오. 그들도 이 세상의 생물들인 이상 알 수 없는 물질로 저것을 만들어 내진 않았을 것입니다.”

 

팬시가 쉴 세 없이 명령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스마트 쿠키는 말없이 생각에 열중했다. 얼마 후, 그녀의 입에서 어떤 단어가 기어 나왔다.

 

고엽제,”

 

?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 물음에 스마트 쿠키는 팬시를 바라보았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녀의 입에서 다시금 말이 기어 나왔다.

 

고엽제입니다.”

 

, 뭐가 말입니까?”

 

저 물, 고엽제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스마트 쿠키의 얼굴을 팬시는 유심히 바라보았고, 그때서야 그녀의 표정이 무표정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는 것이었다.

 

고엽제가 뭡니까?”

 

체인질링의 개탄할 만한 발명품입니다. 체인질링의 영토는 그리핀과 미노타우루스의 영역과 거의 맞붙어 있어 늘 전투를 벌이지요. 그 중, 그리핀은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에 자신들의 둥지를 숨겨 짓는 편이고 그렇게 숨어있는 그리핀들에게 체인질링은 어느 약을 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팬시의 얼굴도 스마트 쿠키를 따라 굳어가기 시작했다.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어떠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들은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약을 개발해 냈습니다. 그것의 이름이 고엽제입니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 쿠키는 말을 삼갔지만 팬시는 그 뒤의 말을 유추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체인질링에게 나무를 쓸 수는 없다.

 

꽤나 뼈아픈 사실이었다.

 

 

 

좋았어, 고엽제가 먹힌다! 더 쏟아 부어, 저 빌어먹을 나무들을 전부 다 죽여 버려!”

 

그리핀으로 변신한 체인질링들은 병창에 쌓인 수많은 고엽제들을 쉴 세 없이 나르고 있었다. 정말 그것은 쉴 세 없다라고 평할 만 했는데 어쩌다 다리에 나무가 꽂혀버린 체인질링은 피를 흘리며 계속 고엽제를 나르다가 결국 과다출혈로 실신해버렸고, 또 다른 체인질링은 고엽제와 식수를 혼동해버려 그냥 물을 쏟아버리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그런 헌신적인 체인질링의 분투에 힘입어 나무들은 눈에 띄게 줄어갔다. 정말 수많은 체인질링들이 목숨을 바쳐 고엽제들을 쏟아 부었고, 그 아래 산재해있던 수많은 미노타우루스들이 나무 사이에 숨어있던 포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움츠리고 있던 공포가, 눈을 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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