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에 ‘메갈리아’ 이슈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언론사와 기자들의 ‘자기검열’은 결국 독자에 대한 피해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권력과 자본이 아닌 남성 독자들의 외압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사를 내며 절독 마지노선을 3차까지 잡아놨었다. 설마 여기까지 오겠나 했는데 기사가 풀리고 2~3일 만에 3차까지 빠져버렸다. (빠진) 숫자도 숫자지만, 창간 후 처음 겪는 일이다.” 지난달 20일께 선보인 467호 커버스토리 ‘분노한 남자들’ 보도 후 대규모 정기구독해지 사태를 겪고 있는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은 이후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부 기자와 SNS 등에선 “연간 억 원대” “몇 년 치 연봉”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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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을 중심으로 절독운동이 일어나고 실질적인 피해 언론이 나온 것은 분명 새로운 흐름이다.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구호처럼 그동안 크라우드 펀딩 등 ‘돈’을 통한 영향력 행사의 전략은 ‘메갈리아’를 필두로 한 여성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오늘의유머(오유), 루리웹 등 남초 커뮤니티에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시사인, 프레시안’ 등을 ‘이성을 혐오하는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매체’로 규정하고 절독운동까지 촉구하는 글이 게시된 게 지난달 20일이었다. . . 특히 기사 작성자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신상털이와 인신공격까지 이뤄지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메갈 기자’로 낙인찍힌 일부 기자는 사진과 신상 등이 남초 커뮤니티에 오르내리는 일을 겪어왔다. 이와 관련한 피해자인 B기자는 “일베에서만 그러면 개의치 않았을 거 같은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오유, 루리웹, 앰엘팍 등 남초 커뮤니티 전반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걸 보고 젠더 문제에 한해선 남성들이 참 견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C기자도 “인신공격, 온라인 조리돌림, ‘기사쓰지 못하도록 지켜보겠다’는 식의 협박까지 하는 건 언론을 언론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권리도 있는 거지만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과 의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