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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
게시물ID : sisa_7601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머911
추천 : 5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09 11: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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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며칠 전 8살 아들을 차에 태우고 다니며 일용직 노동일을 하던 40대 가장의 교통사고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를 추모하며 뉴스의 여백에 상상력을 보태보았습니다. 뉴스와 다른 내용은 제 상상의 산물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느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큰 소리였다. 잠시 졸았던가. 확실하지 않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옆을 향해 뻗친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채 불길한 허공의 질감이 느껴졌다.

김칠곤 씨. 그는 지금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조수석에는 8살된 아들 영철이가 몸을 한껏 구부린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차의 덜컹거림에 따라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불안했다.

영철이는 아빠의 10년 된 1톤 짜리 포터 트럭을 타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아이를 태우고 노가다 일터를 전전해야 하는 칠곤씨에게 그건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런 영철이가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너무 싫어했다. 그래. 내가 조심해서 몰면 되지. 영철이가 벨트를 안 매니 자연스럽게 칠곤씨도 안전벨트를 안 매게 되었다. 혼자 벨트를 매는 것이 자기만 살려는 것처럼 보여 아이한테 미안했다.

“내 죽는 한이 있어도 영철이 위해서는 뭐든 할테니까.”

칠곤씨는 입버릇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우여곡절 끝에 베트남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1년 만에 얻은 아들이다. 도움 받을 번듯한 친척도 가진 재산도 없는 그에게 아들은 하늘이 내려준 고마운 선물이자 의지할 혈육이었다.

런데 그 아이가 웃지를 않았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뒤집기도 하지 않고 표정없는 눈으로 가만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의사는 뇌성마비라고 알려주었다. 원인은 알 수 없다면서.

의사의 말을 들으면서 칠곤씨는 결심했다. 이 아이를 위해 내 모든 걸 바치며 살겠다고. 칠곤씨가 모든 걸 바쳐서 영철이를 보살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되었다. 영철을 낳은 베트남 여자가 집을 나간 것이다.

영철이의 위태로운 목숨의 무게가 칠곤씨의 어깨에 오롯이 내려앉았고 그걸 칠곤씨는 온 마음으로 받았다.

“김씨. 야간 일 좀 하지. 병원 인테리어 바꾸는 건데 밤에 해달래.”

“하아 그래요? 쬐끔 곤란한데,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글쎄개인병원이라 보름쯤 걸리지 않을까병원이 짭짤하잖아수고좀 하자구.”

에이 그럽시다그걸로 영철이 고기라도  먹이면 되겠네.”

말끝마다 영철이 영철이 하기는그럼  다시 연락합시다.”

 쓰는 것이 자유롭지 않아 입학을 1 늦추었지만 여전히 영철의 학교 생활은 쉽지 않았다그나마 점심 급식이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아침 일찍 영철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공사현장으로 가는 칠곤씨는 점심 시간이 되면 영철을 데리러 다시 학교에 간다운전하면서 먹는 500원짜리   개가 그의 점심이었다.

이때부터 칠곤씨가 퇴근해 집에 가기까지 영철이는 그의 차에서 지낸다그래서 칠곤씨의 1 포터는 영철이가 아는 세상의 거의 전부였다.

영철아 놀고 있었어?”

잠깐 쉬는 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철곤씨는 영철이 있는 포터로 온다.

으어어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영철의 대답은 한결같다약간의 어조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아직 칠곤씨는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 영철아오늘부터 아빠가 저녁에도 일이 생겼어그래서  늦게 집에 가게  거야보름 정도만 참으면 아빠가 영철이 고기 사줄게알겠지?”

으어어어…….”

어조가 조금 높게 들린다고 칠곤씨는 생각하면서고기 사준다는 말에 영철이가 기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그렇게 해석하고 싶어한다.

지금 칠곤씨는  교통사고를  직후이다그의 포터가 갓길에 주차해있는 25 탑차를, 속도를 줄이지 않은  들이받았다졸음운전이었을까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그와 그의 아들 영철은 이제  운전대와 대쉬보드에 강하게 부딪힐 것이다.

보름동안의 야간 작업이 오늘  끝났다내일 아침 영철이에게 고기를 구워주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24시간 정육 매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칠곤씨에게 영철은 항상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그가 정시 출퇴근하는 일반직장이 아닌공사판을 다니는 것도 영철이를 위해서였다영철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일반직장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같아서였다.

 그래도 늦게까지 차에 있게 해서 마음이 아팠었는데이번엔 한밤중까지 아이를 차에 가둬두고 있었던  같아 칠곤씨는 보름동안의 야간 작업을 마친 오늘이 좋았다내일은 토요일영철이도 학교를 쉬고 자신도 오랜만에 하루   있는 날이었다.

칠곤씨는 자기가 영철이보다  시간 뒤에 죽는 것이 소원이었다자기 없이 영철이 혼자 험한 이 세상을 살게  수는 없었다칠곤씨 또한 영철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없었다영철이 먼저 보내고  뒤따라가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영철이는 사고 현장에서 즉시 사망하였고 칠곤씨는 병원 후송  1시간 지나 사망하였다.

그날밤 그의 소원 하나가 이루어졌다드문 일이었다.
출처 뉴스 출처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5676

창작글 출처- 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82501722173749&id=10001241766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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