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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나 ‘보’나 영어로는 다 같은 댐(dam)인데
게시물ID : sisa_760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결
추천 : 15
조회수 : 207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9/10/28 19:17:02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45

4대강 진실 말하려다 마이크 뺏긴 서울대 교수

[4대강 통신 ①]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전략)

평생 광고에 나갈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 광고가 심의에 걸릴 줄은 더더욱 몰랐다. 최근 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이 제작한 라디오 광고 ‘4대강 진실을 말한다’에 출연한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얘기다. 

김정욱 교수(위)는 학자적 양심상 광고 출연에 응했다고 말했다.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김 교수는 요즘도 4대강 관련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흔쾌히 수락한다고 했다. 은근슬쩍 이름만 바꿨을 뿐 ‘4대강 살리기’가 결국 대운하 사업의 일부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라디오 광고에서 그가 한 말은 딱 두 마디였다. “4대강 사업으로 댐을 스무 개나 짓는다네요. 강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물이 더러워지고 우리 식수가 위협받습니다.” 

그런데 한국방송협회(회장 이병순)가 이를 문제삼았다. ‘진실성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다’며 심의를 두 차례 보류했다. ‘정부 계획에는 보만 있고 댐이 없으며, 댐 자체는 식수와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식을 듣고 김정욱 교수는 웃었다. ‘댐’이나 ‘보’나 영어로는 다 같은 댐(dam)인데 굳이 보라 우기는 정부가 우습다고 했다. “비버가 갉아 만든 것도 댐이다. 꼭 대형 댐만 댐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보는 학술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도 아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 시설이 보다. 그런데 4대강에 예정된 보는 길이 300m, 저수용량 300만t이 넘는 대형 구조물이 아니던가.

“댐을 왜 굳이 보라 우기는지”

김 교수는 사회 전반에 거짓말이 넘치면서 국어가 오염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살리기를 영어로 ‘Four Major Rivers Restoration’이라 표현한 것도 학자적 양심으로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복원(Restoration)’이란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훼손된 하천을 본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것인데, 4대강 사업은 거꾸로 자연 하천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방송협회가 문제 삼은 “강이 흐르지 못하면 물이 더러워진다”라는 대목 또한 마찬가지. 그는 불쑥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를 얘기했다. 1991년 사고 이후 정부가 ‘맑은 물 대책’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그 결과 상당수 강이 맑아졌지만 호수 수질이 좋아진 예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 물을 깨끗하게 하려면 강바닥을 파거나 둑을 쌓을 일이 아니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게끔’ 큰 강 상류의 오염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대강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그를 둘러싼 유·무형의 압박 또한 거세지고 있다. 광고 소동만이 아니다. 4대강 찬성론자들로부터 강의 도중 뜻밖의 폭언 세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나는 너무나 옳은 얘기를 하고 있다”라고 담담하게 말해 상대를 오히려 무색하게 한다. 최근에는 4대강을 반대하는 동료 학자 중 절충론을 제시하는 이도 있다. 사회적 논란이 거센 사업은 뒤로 미루고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는 사업부터 하자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근본부터 잘못된 사업은 그만두는 것이 최상이다”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그것이 더 큰 재앙을 막고 혈세도 아끼는 길이라는 얘기다.

심의 파문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라디오 청취자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MBC) 시간대에 김정욱 교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환경연합은 이번 일이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홈페이지(kfem.or.kr)에 광고 원본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곳에서 광고 집행을 위한 시민 모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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