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여왕은 낭만을 꿈꾸는가
그러니까 이 상황이 꽤나 재미있다, 는 식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러고는 참을 수 없는 한숨이 기어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그렇다, ‘터져 나왔다.’ 한심스러운 나 자신에 대한 혐오와, 도망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부정과, 이런 저런 것들이 이렇게 저렇게 엮여 터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한숨은, 한참 전에 저버린 해와 같이, 흰 구름이 되었다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조각나 사라진 한숨 그 틈새 사이로 달빛이 샜다. 저것 참 예쁘다고 생각해보았다.
가을이 가까워지는지 밤이 추웠다. 약간 서늘한 바람이 갑옷의 이음쇠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시원하다기엔 약간은 애매한 바람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부드러움 이었다. 날씨가 이 정도로 서늘해진 것을 보면 고향의 퓨리나도 잔뜩 열매를 따고 있을 터였다. 입영하기 전날 밤, 퓨리나가 내방을 몰래 찾아왔을 때도 이렇게 밝은 달이 떴었는데,
그러고 보니, 고향은 괜찮을까? 전장에선 본국의 소식을 듣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 말이다. 지금에 와서야 궁금해 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반신이 쓰러진 나무에 깔리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게 웃긴 일 아닌가?
살짝 몸을 뒤척여보았지만 고개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을 다시 상기하게 만들 뿐이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어디가 잘못된 모양인지 말이 아닌 쇳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어, 어이 우으 어어? (어이, 거기 누구 없어?)”
실험삼아 말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절망스러운 전적이었다. 나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 다른 포니에게 들릴 턱이 없었다. 얼굴에 묻은 피가 굳어가고, 슬슬 눈을 감았다 뜨는 것도 지쳐갔다. 이 당연한 행동이 이리도 피곤할 줄이야.
조용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은 내게 임박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 나오더라도 남은 일생은 죽 앉은뱅이 신세이다.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편이 퓨리나에게도 나은 일이겠지. 앉은뱅이 서방이라니, 웃음거리밖에 더 되겠어? 그래도, 죽기 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퓨리나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언제나 만나면 서로 놀리기 밖에 하질 않았으니,
“에이. (제길.)”
떠오르는 기억이 놀리고 맞은 기억밖에 없다. 이 얼마나 한심스러운 일인지.. 그래도, 정말, 다시,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을 텐데. 빨간 머리카락이 아름답다고 해줄 수 있을 텐데, 약간 긴 코가 매력적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텐데, 작은 눈이 빛난다고 말해줄 수 있을 텐데, 튀어나온 앞니가 귀엽다고 말해줄 수 있을 텐데.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 텐데.
어떤 멍청이가 죽을 때가 되면 주마등이 떠오른다고 했단 말인가. 후회밖에 쏟아지지가 않는데.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후회를 담고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 정말 싫다. 정말로, 이렇게 죽기는 싫었는데. 집에 돌아가고 싶다, 퓨리나, 퓨리나,
“퓨우, 리, 나...”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한 것을 내뱉는 순간, 정말 말도 안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만, 난 확신한다, 저, 앞의 있는, 저건, 퓨리,
“퓨우, 리, 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 목소리 같은 게 들릴 이유도 없었다. 이 미치도록 바쁜 상황에, 무슨 놈의 목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참혹한 모습에 고개를 다시 돌려버렸다. 방금 전 쓰러진 나무에 깔린 포니의 시체였다.
시체가 말을 할 리가 없다.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그녀의 뿔끝을 날아다니는 그리핀에게 향했다. 그녀의 뿔이 화려하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곧이어 붉은 섬광이 그리핀의 날개를 꿰뚫었다. 물통 같은 것을 들고 있던 그리핀이 추락했다.
“이퀘스트리아를 위하여...”
기도를 끝마친 그녀는 일어나 장소를 옮겼다, 아니, 옮겨졌다.
미노타우루스의 거대한 망치에 의해 그녀는 여러 장소에 있게 되었다. 산산이 부서진 고기조각도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미노타우루스는 뼛조각과 피가 진득이 붙은 망치를 휘둘러 그 유해를 털었다. 분명 그리핀을 쏴 죽이는 것이 고엽제 뿌리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긴 하지만 그 저격을 위해 유니콘 저격수는 그 섬광으로 자신의 위치를 노출 시킬 수밖엔 없었다.
미노타우루스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이미 어지간한 어스포니들은 나무에 깔려 죽거나 빈사상태였고, 섬광을 따라다니며 유니콘만 쳐 죽이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었다. 그리 생각하며 미노타우루스는 고개를 돌렸다. 섬광이 다시 나오기를 기대하며.
“줄었습니다.”
“......”
끔찍한 기분에 스마트 쿠키는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사정거리의 문제 때문에 숨겨야 할 유니콘을 전장의 사이사이에 배치시켰고,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섬광의 숫자가 줄었다.’
그것이 그 말이 뜻하는 바였고, 이는 스마트 쿠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유니콘은 1:1의 백병전에선 처참할 정도로 취약한 개체이다. 게다가 상대가 야전의 패자인 미노타우루스이니,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후퇴해야 합니다.”
그퓐부르겐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외 어느 누구도 감히 그의 앞에서 입을 열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퓐부르겐의 유니콘 군단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이 분명했다. 혹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을 지도 몰랐다. 아무도 후퇴를 제안하는 유니콘 군단장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팬시와 스마트 쿠키를 바라볼 뿐이었다.
모두의 집중 아래, 팬시의 입이 열렸다.
“기각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그퓐부르겐은 분을 참지 못하고 발굽으로 책상을 후려쳤고, 지도 위에 놓인 말들이 넘어졌다. 있어선 안 될 분노였지만 누구도 그퓐부르겐의 무례를 탓하지는 않았다. 그의 눈에 맺힌 촛불의 빛이 너무나 밝았기 때문이었다.
“기각합니다, 그퓐부르겐 군단장.”
“어째서입니까?”
“기각합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의 반론은 삼가십시오.”
“어째서, 도대체 어째서! 지금 이 상황으로는 어떠한 승기도 잡아낼 수 없습니다, 완벽한 개죽음입니다, 다 죽어버립니다! 유니콘의 괴멸을 바라는 것입니까, 날개달린 등신새끼야!”
“그퓐부르겐 군단장!!”
스마트 쿠키는 경악 속에서 고함을 쳤고, 그때서야 그퓐부르겐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었다. 3부족이 이퀘스트리아로 통합된 이후, 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종족 차별적인 발언을 해버린 것이다. 그퓐부르겐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순간의 정적이 가신 후, 그퓐부르겐이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죄송합, 니다.. 자,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습니다..”
“느긋하게 다녀오십시오.”
팬시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퓐부르겐은 황급히 막사를 나갔다. 스마트 쿠키가 팬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이것을 노린 것이냐’하고 질책하고 있었다. 팬시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겨우, 이성적인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만들어 졌군요.”
“팬시, 역시,”
“무의미한 추측은 그만 두십시오. 스마트 쿠키. 우리의 눈앞에 있는 것은 다른 것이잖습니까. 나무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유니콘들의 마법은 저 고엽제라는 것이 나무에 닿지 않게 할 수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유니콘들의 그리핀 저격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고 도리어 유니콘 군단의 괴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팬시는 약간의 휴지를 두고 다시 입을 열었다.
“거짓입니다.”
“거, 짓이라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거짓입니다.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것이란 건 사실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비효율적이진 않습니다. 유니콘 군단에게는 희생을 빙자한 학살을 강요해야겠지만...”
스마트 쿠키는 어째서 팬시가 그퓐부르겐을 자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쫓아내면서 까지 해야 할 말이 무엇이란 말인가?
“최악의 선택을 해볼까요, 여러분.”
팬시의 쓴 웃음이, 스마트 쿠키는 슬펐다.
오늘의 밤은 분명 화려한 축제이길 바랐다. 그러니까, 피로 얼룩진 추잡스런 전장에서가 아닌 캔틀롯 궁성에서의 아름다운 축제이기를 바랐다. 물론 그것이 이루어질 일은 이제 까마득한 가능성이 되어버렸지만.
화려한 궁성의 연회에 대한 꿈은 이미 접었다.
뿔을 휘두르고, 도끼를 휘두르고, 창을 휘두르고, 마법이 날아다니고, 화살이 날아다니고, 비명이 전장을 가득 메우고, 땅에 남아있는 생물은 피를 옷 대신 입고, 자 무기를 들어라 병사들이여, 우리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도끼를 앞에 있는 체인질링의 목에 박았다. 피는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그에 어스포니 퀘헬른은 웃음이 나왔다. 죽음이 즐거운 친구가 되었을 때, 병사는 행복을 마침내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다음을 생각할 리가 없었다.
“돌격!”
누구에게 하는 명령인지도 모른 채, 듣는 포니가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돌진하는 퀘헬른의 모습은 화려했고, 전신의 화신처럼 웅장했다. 퀘헬른은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영원히 이어질 참이었다.
퀘헬른의 목은 미노타우루스의 칼에 뚫렸다. 꿰뚫린 목에서는 기이한 신음같은 소리가 들렸다. 체인질링 헨신은 칼을 뽑으며 다시 옆의 포니에 새로운 육신을 소개시켜 주었다. 강철로 된 육신이 영 못미더운 참인지 그 포니는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쓰러졌다. 분명 많은 피가 흘렀을 태지만 여전히 땅은 매말라 있었다.
피가 부족한가? 헨신은 수많은 피를 땅에 배풀기로 마음먹었다. 어스포니들도 마음에 들어 하겠지, 일단 어스(earth) 포니지 않은가. 그들도 분명 행복해 할 것이다. 밤에 이루어지는 학살은 시끄러웠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헨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수많은 포니들을 학살했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동생이, 누군가의 아들이, 딸이 헨신의 도끼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헨신은 슬프지 않았다. 그들이 내 동료를 죽였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냥 슬프지 않았다. 타인의 비극은 그저 개인의 비극일 뿐이다. 다른 자의 감정에 어떠한 기별도 느끼게 할 수 없다, 라고 헨신이 생각했을 때,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아아아악!!!!”
고개를 돌려보니 피칠갑을 한 포니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 눈에는 눈물과 경악과 슬픔과 좌절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비명과 비명 사이에 비명이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
뭐지?
뭘까?
모르는 척 하지마,
이름이잖아.
“퀜슨! 센닌! 비요노! 프란치! 시와느! 세이민! 카바나르!”
이름이군, 누구의?
내가 죽인 포니.
오, 경악할 만한 일이로군.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헨신은 도끼를 바투 쥐었다. 저 여자가 외치는 이름들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저 여자의 종족에는 큰 관심이 있었다. 포니였다, 포니. 죽여야만 하는 존재다. 헨신은 순식간에 그 포니의 근처까지 달음박질 쳤다. 어디선가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렸다.
“로제니아 섭사직!”
누구야 그건?
네 앞의 포니.
오,
헨신은 도끼를 들쳐 올렸다.
땅땅땅,
공습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체인질링은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새까만 어둠 뿐, 낙조의 불꽃이 아름하게 남아있었던 아까까지는 유니콘들도 하늘을 향해 섬광을 쏘아 체인질링들을 맞췄지만 이제 잘 보이지도 않아서인지 섬광들도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그런 와중에 공습을 알리는 종이 울려봐야, 하늘을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당연했다. 체인질링들은 종이 잘못 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액체는 그 의심을 없애게 해주기 충분했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냄새가 그 액체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기, 기름...! 페가수스들이다! 공습이다!”
무작정 사수들이 하늘에 활을 쏘았지만 보이는 것이 없어서야 맞출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눈먼 화살들이 이리저리 휘날렸지만 비명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기름이 쏟아질 뿐이었다.
“진정해, 진정하란 말이다!”
사티로스는 칼을 휘두르며 이리저리 전전했지만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기름이 언제 불타오를지 모르니 진지 내의 모든 횃불에 물을 붓기 시작했고, 기름이 쏟아진 곳 주위의 횃불들은 죄다 모래를 덮어 꺼버렸지만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기에 명령계통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명령을 내려선 안되는 자가 명령을 한다던가, 명령을 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 명령을 받는다던가 하는 혼란이 계속되었다.
끔찍한 혼란이었다. 사티로스는 혼란이 진지를 잠식해감을 느꼈다. 그런 중에 갑자기 옆에서 휴브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티로스.”
“형님, 어떻게 좀 해 봐! 도대체 이 일을...”
“아니, 어차피 곧 끝날 텐데 놔둬도 괜찮지 않을까,”
“미치셨어? 전장에서 혼란은 곧 죽음이야, 그런데 뭘 놔두라는 거야! 저리 비켜!”
사티로스는 휴브리스를 밀치더니 그 뒤에 있던 북을 무작정 치기 시작했다. 진격을 알리는 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북의 의미 따위가 중요하진 않았다. 확실히 북은 소란을 잠재우고 시선을 모으는데 효과를 보였다. 두서없이 쏟아지던 고함과 악다구니가 줄어들고 점점 체인질링들의 시선이 사티로스에게로 모였다.
기름이 쏟아지는 소리와 사티로스가 치는 북소리만이 체인질링의 진지를 울릴 무렵, 사티로스는 북채를 집어던지고 호기롭게 외쳤다.
“뭣들 하는 거냐, 얼간이 같이 굴지 마라! 대열을 정비해. 경망되게 움직이지 말란 말이다!”
사티로스의 한 마디는 꽤나 효과가 있었고 긴장은 흘렀지만 더 이상의 혼란이 진지를 잠식하지는 않았다. 방금 전까지의 혼란과는 다르게 병사들은 조용히, 그렇지만 진중히 움직이며 불을 끄고 기름에 대비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페가수스 튀퓐은 혀를 찼다.
“저놈, 능력 좋군.”
“동감입니다. 티핀 수사과. 저렇게 빨리 혼란을 잠재울 줄은 몰랐는데요.”
케히스의 어설픈 캔틀롯 억양을 들으며 튀퓐은 웃었다. 저 이름도 모를 시골에서 온 뜨내기 종사과는 자기가 이렇게 티 나게 어설픈 억양을 쓰는 줄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운이 좋다고 할까, 나쁘다고 할까,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겠지만.
튀퓐은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우왕좌왕 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훨씬 진열된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이제 혼란은 안 먹히는 모양이었다.
“됐다, 뿌려!”
“벌써 말입니까?”
케히스는 깜짝 놀라 되물었지만 튀퓐은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재고는 없다. 케히스는 발굽을 뻗었다.
“뿌려!”
그 별이 반짝이던 밤, 체인질링들은 하늘에서 불이 내릴 수도 있단 사실에 감탄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