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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페미니즘.
게시물ID : sisa_7604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눈거울
추천 : 16/2
조회수 : 1104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09/10 19:08:17

시사게에 글을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도는 것을 보니 꼭 글을 하나 쓰고 싶었습니다. 

저도 전문가가 아니니까 뭐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식으로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어떤 포유류 동물이든지간에, 암컷이 새끼를 낳아서 기릅니다. (극히 일부의 수컷은 육아를 맡는 사례도 있거나, 공동육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암컷이 육아에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태초의 인류사회는 모계 가족이었을 것입니다.

할머니가 엄마와 엄마의 자매, 그리고 형제들을 낳아 기르고, 할머니와 엄마, 이모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또다시 아이들을 돌보거나 채집을 하고, 남자들 삼촌, 사촌, 형제들은 경비를 맡거나 수렵을 하고, 남자들은 데릴 사위 형식이나 장가를 드는 모계 사회 말입니다.

나아가 발전하다보면, 친족간에는 결혼을 하지 못하니까, 부족과 부족간에 신부-신랑교환을 하는 것으로 발전했을 것입니다. 그게 씨족이 되었을테고요. 초기의 인류 사회는 발달 수준에 따라 가족제도도 여러가지로 다양했을 것이고요.

당시에는 사냥보다는 채취가 생산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사냥을 해봤자 짐승 한 마리도 못잡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면 채취는 그보다는 생산성이 높았습니다. 여성들의 발언권이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죠. 

(인류학에 따르면 아메리카의 이로쿼이 부족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공동으로 추장 선출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청동기 사회에 들어가면서 단순 수렵채취가 아닌, 좀 더 집단적이고 전문적인 목축과 농경이 시작됩니다.

생산력이 늘면서 잉여생산물도 늘게되고, 계급도 만들어지게 되고, 사회가 분화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 시기에는 모든 권력이 남성에게 쏠리고, 여성의 인권이 매우 낮아집니다. 남자의 주변부가 되어버립니다.

왜냐하면 노동의 특성상, 산으로 들로 소나 양을 치러다니는 목축이나, 하루종일 소에 쟁기를 물려서 이랑을 파야하는 중노동 성격의 농경은 여성의 지구력보다는 남성의 근력을 결정적으로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근력은 보통 몸무게가 같아도 남성 근력의 60% 정도입니다.) 힘겨운 목축이나 농경에서 누구의 근력을 써야했을까요? 당연히 남성 노동력을 써야하겠죠. 여성 노동력을 쓰다가는 한 해 농사를 망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같은 경우도, 근력이 덜 필요한 밭농사와 나물 채취는 여자, 소를 치거나 쟁기 끌고 쌀가마를 날라야하는 근력이 필요한 논농사는 남자가 맡았던 겁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상대편의 생산물과 토지를 노리는 전쟁이라는 것도 급격하게 발생합니다. 당연히 전투를 할 수 있는 남성에게 더욱 큰 권한이 주어집니다. (여성 군인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의 형태도 남성 가장 1인이 주도권을 쥐는 가부장제가 확고해집니다.

노동의 형태, 즉 생산양식에 따라서 성역할도 달라지고, 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옳았다는 말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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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관찰에 따르면, 극심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인도에서는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 건기 시기에 마른땅을 미리 갈아놔야하는데, 소에 쟁기를 물려 논밭을 가는 일을 관찰해봤더니, 여성의 경우 10~20분을 동안은 이랑을 직선으로 잘 갈다가 그 후부터는 이랑이 삐뚤빼뚤해지며 밭을 잘 갈지 못하는 것을, 보통 성인 남성은 몇 시간이고 이랑을 흔들림없이 일정하게 쟁기로 갈 수 있더랍니다.

이렇게 인도에선 남성의 노동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했으니까, 인도의 여성인권이 약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도 힌두교의 암소 숭배와 쇠고기 금기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인도에 흉년이 들어서 배고프다고 소를 잡아먹으면, 그 다음 해에는 농사를 못지어서 진짜로 굷어죽어버리니까, 아예 문화적으로 쇠고기를 금지시킨 것입니다. 




그러다 봉건제가 끝나고 자본주의가 되어갑니다.

자본주의의 맹아는 14~15세기 경부터 보였다고 하는데, 본격적인 자본주의는 17세기 말~18세기 초에 본격화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초기의 특징 중의 하나는 여성노동과 아동노동이 엄청나게 심해집니다. 야간노동, 심야교대노동도 심해집니다. 

기계의 도입 때문에 기존에는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여성이나 아동도 밤낮을 가리지않고 노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아무런 법적 보호장치가 없이 여성과 아동이 16시간씩 노동을 했던 사례 등 당시의 현실은 맑스의 자본론을 보면 사례들이 잘 나열되어 있습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도 그런 자본주의 초기 공장제의 처참한 현실이 보이죠. 생산력이 높아진다해서 사람들이 절로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분배가 문제지요.


한편으로는 이제는 남성 혼자서는 가정을 꾸려나갈 수 없게 됩니다. 남성의 경쟁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여성과 아동의 노동과 경쟁해야하니 남성의 노동력 가격(임금)도 떨어져서 남성 가장 혼자 만으로는 가족 임금을 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자들도 당연히 일을 해야 하는 압력이 자연히 일어납니다. 

이제는 당연히 전업주부의 숫자는 매우 줄어들었고, 남성들도 여성이 일을 하는 것을 바라게되었죠. 

현대 문물이 발달하면서 세탁기의 발명, 식사 조리들이 간편화되는 등 가사노동이 줄어들어서 여성들이 가정에 매달릴 필요가 적어지고 그에 따라 사회진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원래 자본주의는 여성노동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여성 노동을 활용하려고 하니, 일단 여성들에게 교육을 시켜야합니다. 글을 깨쳐야지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작업지시서를 보고 노동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여성 교육 말고도 근현대의 보통교육 제도 자체가 국가와 자본이 원하는 노동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입니다.) 

이전 사회와는 달리 여성 교육이 강화되니 사회진출을 하는 여성 비율이 높아집니다.



그에 따라 여성주의(페미니즘)도 생겨납니다.

여성주의는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00년 정도 밖에 안되었고, 학문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것도 몇십년 안되었고, 개념도 급히 빠르게 변화합니다.

여기서 여성주의도 여러 갈래로 생기는데, 

60년대부터 맹위를 떨친 여성주의는 급진 여성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사회에 남아있는 가부장제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전투적으로 해소하려는 여성운동인데, 



이 여성운동이 갖고 있는 인식은 좀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은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서 사고하고, 자신들을 역사적으로 억압받아온 계급이라고 봅니다.

기본 인식이 그러하면 그럼 당연히 남성을 적대하는 방식, 혹은 기존 남성 사회에 할당제 등을 적용해서 기계적인 평등을 요구하거나, 여성 특유의 그 특별함, 남성과 다른 여성만의 관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게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분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차별이 삶의 여건에 따라 성역할에 따른 가정 내의 분업이 아니라, 성과 젠더에 따라 강요된 차별이었다고 본다면 남성 이데올로기를 깨부수고, 나아가 남성권력을 타도해야 하는 것이 맞지요. 남자가 혐오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죠. 이 당시의 일부 미국 여성주의자는 결혼제도를 남성의 지배도구로 봐서 결혼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끝까지 결혼을 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성 할당제를 추구하는 것. 이것도 좀 부르주아 여성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각료나 고위 공무원들의 여성 할당제는 보통의 일반적인 여성 의 큰 삶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여성의 삶이 달라지진 않죠. 유한 계층의 상위 여성계급 극히 일부에게 유리한 것일 뿐이죠. 성매매에 찬성하지는 않습니다만, 도덕주의적인 관점의 여성운동의 성매매반대 운동도 좀 그렇다고 보고요. 탈성매매를 전제로한 생존권과 충분한 생활비용 보장이 근원적인 해결방안.) 

물론 오히려 여성운동은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나 보육제도 등이 더욱 촛점을 맞춰야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약하고요. 




물론 아직도 현실에서는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는 부분들이 많고, 개선되어져야할 필요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운동이 앞으로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성주의의 주류인 급진 여성주의나 그 기본인식이 영 맹탕이거나 정확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어떤 여성운동 일각에서는 여성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나서기도 했지요.



저의 생각은

'여성주의'(페미니즘)라는 용어 자체가 엄밀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여성주의라면, 남성주의라는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무엇인가 대당적이고 대립적인 그런 개념이지요.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 바라봐야하지, 남성과 다른 여성, 남성과 다른 여성만의 그 무엇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 출산, 육아, 엄마라는 여성성에 대한 과도한 찬양...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생물학적인 성역할에 따른 거에요.

성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너무 여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지금 일어난 메갈리아 사태에 대해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혐오'의 문제입니다.

저는 진보는 모든 형태의 억압을 거부하고 총체적인 인간해방을 꿈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형태의 혐오에도 반대해야지요.

메갈리아란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도대체 눈이 어지러워서 글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습니다. 

일베 사이트를 뒤집어놓은 거 같더군요.

여성 성재기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절대 진보가 될 수 없습니다.

한남충이니 그런 걸 비아냥대는게 여성운동 아니고요. 오히려 여성운동에 피해가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그런 것들과 함께 하는 것은 진보운동이 아닙니다.




여성주의(페미니즘)은 세계인권헌장에 따라 그냥 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정도가 맞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해서, 흑인주의나 아시안주의를 외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이슬람차별에 반대한다고 해서, 이슬람주의를 외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갈수록 가사노동비율은 줄어들고 기계화와 컴퓨터화에 따라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은 사라지고 있으니까 여성의 사회진출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기대합니다. 요즘은 여성도 기술만 배우면 덤프트럭 운전사가 되더군요.


다시 말하지만 여성운동의 의지에 따라 여성이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각 개별 가정들이 충분히 겪어본 후에야 사회의 가족제도와 성역할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의 의지는 그런 경향을 더욱 강하게 만들거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지요.)


현재로써 가장 시급한 것은 여성 빈곤노동에 대한 접근이 가장 필요한 여성운동의 과제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트같은데 가보면 캐셔들이 다 중년 여성들이잖아요.


밤 12시까지 서있는 것을 보면, 참 안쓰럽던데... 돈도 별로 많이 못받을테고. 거기에 노동조합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닐테고, 표정들도 되게 피곤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저는 그냥 묻지마 살인사건이라고 봅니다. 여성혐오라기 보다는 그냥 정신이상자가 제압하기 쉬운 약자를 죽인 사건이라고 봐요... 

여성혐오는 아니라고 봅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강간같은 경우도 강한 남성의 약한 남성에 대한 강간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여성에 의한 남성에 대한 강간도 극히 드물지만 일어납니다. 대다수는 여성이 피해자이긴 하지만요.

일본에서 빈발했던 묻지마 살인의 경우. 남성이 남성을 죽였다고, 남성에 의한 남성 혐오라고 보지는 않지 않습니까?

사회가 각박해지고 분배가 안되는 사회일 수록, 정신질환의 발병율도 많아지고, 흉악범죄도 많아지는 그런 것으로 봅니다.

여자가 약한 편이니까, 범죄 대상으로 노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뿐이죠.

이걸 가지고, 여혐이니 남혐이니 이렇게 나뉘는 것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정상적인 남자가 여자를 혐오해서 죽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신체 강자의 신체 약자에 대한 묻지마 범죄 아닌가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일단은 국가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것이죠.

근데, 남성이 여성을 혐오했으니까 이거 여혐~! 니들 남자들 전부 다 나뻐~! 이러면 이상한 대처죠. 자연히 남자들은 여혐이 아니라, 너희가 여혐이라고 몰아서 남혐하고 있는거라고 반발하는 건 당연한 수순인 거고요...




철학자 강신주가 페미니즘은 수준이 떨어진다. 라는 말을 한 것에 이런 저런 의견이 달린 것을 보고, 저도 좀 길게 의견을 써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진보적 여성주의자를 자처하는 몇 분들을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만, 너무 자의적이거나 엄밀하지 않은 이상한 관점이 많아보이더군요. 불필요하게 공격적이거나 치기어리기도 하고. 남자에 대한 어떤 트라우마를 가졌나... 물론 한국 사회가 여자가 살기 힘든 세상인 것은 압니다만, 대응방안은 철저히 도덕적이어야하고, 성숙해야 합니다.)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67228&s_no=267228&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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