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공동 주택을 올려다 보니 사건 현장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유독 사람이 북적이는 5층. 계단을 올라 그 곳으로 가보니 이 형사가 나를 보고는 깍듯이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반장님!" "그래,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홀애비 혼자 살다가 죽은 모양입니다. 왜 요즘 흔하잖아요 노인들 부양해주는 가족이 없어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 일......" "사망자 신원 조사는?" "방금 수사관들이 왔다 갔으니 곧 나올 겁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에 들어서려 하자 이 형사가 웬 기다란 고무 장화를 건냈다. "이거 신고 들어 오는게 좋을 겁니다. 집안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됐어 임마, 너나 신어라." 내가 손사래를 치자 이 형사는 머쓱 했는지 말을 흐렸다. "신고 가는 게 좋을 텐데......" 그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거실로 들어서자 나는 장화를 신고 오지 않은 것을 바로 후회했다. 온 바닥에 바퀴벌레가 밟히지 않는 곳이 없었던 것이었다. 마치 달걀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거기에 역한 썩은내까지 코를 찌르는 탓에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았다. "이거 참 문제 아닙니까? 요즘 자식 놈들은 부모 고마운 줄도 모르고, 애새끼들 키워봤자 다 소용 없어요. 어휴." 내 기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 형사가 쫄래쫄래 따라 붙으며 무어라 지껄였다. "니 일이나 잘해 임마,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하는 소리라곤." 이 형사의 머리를 가볍게 후리며 말했다. "아! 반장님!" 그러자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허나 내가 그를 약간 째려보자 이내 고개를 수그렸다. "시신은?" 나의 꾸중에 시무룩해진 이 형사는 말 없이 구석에 있는 방 문을 가리켰다. 그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러졌다. 방에는 노인의 시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얼마나 오랫 동안 방치 된 건지 피부가 짓물러 바닥에 들어붙어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갈 색 얼룩이 묻어 있었다. 냄새야 말할 것도 없다. 구토감을 느낀 나는 담배를 꺼내들어 입에 물었다. "냄새 때문에 그러십니까? 반장님 비위 약하시잖아요." 저 자식은 눈치가 없는 건지 혼난지 얼마나 됐다고...... "시끄러." 짧게 한마디 하고는 담배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쭈그려 앉아 시체를 보았다. 이 노인네 자식들은 어떤 놈인지 어떻게 자기 부모 죽은 줄도 모르고 있을까. "부모님께 연락만 자주 드렸어도 이런 일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쵸 반장님?" 이 형사의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연락 안한지 꽤 된 것 같은데...... 일 끝나고 연락 한번 드려야겠다.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누가 들어오는 듯 싶더니 수사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류 봉투 하나를 건냈다. "사망자 신원 조사 마쳤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리고 곧바로 나가버렸다. 서류 봉투를 받아 든 이 형사는 잠시 나의 눈치를 보더니 봉투를 열어 안에 있던 서류 내용을 읽었다. "사망자 이름은 전봉남, 81세고요. 아내는 오래 전에 죽었고, 남은 가족들로는 외아들 하나 있네요. 어디 그 놈 이름이......" 서류를 훑어 보던 이 형사는 그대로 굳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피우던 담배는 거의 다 타들어가 꽁초만 남았고 다시 시체 썩는 냄새가 풍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