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
가진겂은 몸뚱이고,
원하는것은 배부른것인 이등병시절에
강원도 양덕원쯤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배차계로 일했었죠.
가아끔 제가 일을 잘했을때보다는 그냥 모시는 수송관녀석의 그날 일진이 좋았을때
크게 선심쓰듯이 부대앞 5천원짜리 순대국밥집으로 데려가 줬었지요.
서울 샌님인지라 순대국이란것을 사제에 있을때 먹어보지 못했었습니다만
취사장에 몰래들어가 숫가락으로 설탕을 퍼먹던 시절이었어요.
일주일후 먹을 예정인 고깃국이 있다면 로또를 산 기분으로 먹기전까지
행복했었을 겁니다. 크게 입벌리고 좋아라하면 빠진놈이라고 쪼인트였을지라
짬밥만큼 익숙해지는 위장군기로 네~!! 감사합니다! 크게 했었었네요.
부대 위병소를 통과하여 순대국밥집으로 걷고 있노라면
불빛도 없는 강원도의 까만 밤에 눈꽃 하나둘 내려오고,
길모퉁이를 돌아 모락모락 따듯한 연기가 나는 순대국밥집이 시야에 들어오면
지금 전투모에 하나둘 내려앉는것들이 내일 기상과 동시에 시작될 지긋긋한
제설작업의 대상이 된다는것도 잊습니다.
순대국밥집 할머니는 여름에도 손대면 데일정도로 순대국을 팔팔 끓여서 상위에 올리시는데,
강원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코가 빨개져 순대국집에 들어서 국밥한그릇 상위에 받으면
뜨거운 김이 안경을 덮고 코가 녹아 짭짤한 콧물맛 반 국밥 맛 반반으로 먹는게 좋았습니다.
돼지비릿한 향 가득한 오리지나루 순대국인데
새우젓 넣는것을 많이 짜다 바로전에 멈추고 깻묵은 텁텁하기 바로 전까지 넣습니다.
고추다대기 크게 한술 푸욱 떠넣고나면 이제 돼지부속들의 비린냄새는 가시고
맵고짜고고소하고시원한 전투순대국밥이 완성됩니다.
평양냉면처럼 육수한모금 넘기고 혀를 굴려 맛을 음미할 여백이 있는게 아니라
입에 물자마자 맛이 수류탄처럼 터져 자극적인 것에의 굶주림을 만족시켜 줬었습니다.
세상에 저와 순대국밥과 충성을 바칠 수송관님만이 계시는 맛!
수송관님은 특선사출신 때문일까 고봉으로 주는 순대국밥을 과장없이 2분만에 먹어치우고
이등병 배차계는 먹는것을 따라가려 저작을 생략하고 혀와 목구멍이 데이며
연신 밥알과 국물과 함께 넘기기 바빴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후루룩 뚝딱 국밥을 혀를 거치지않고 목으로 넘겨버리는것은
미련한 짓 같습니다만, 그때는 마초를 숭상하던 군시절이었기에
그래도 어떻게든 멋져보이긴 했었더랍니다.
국밥을 다 넘기면 안경알에 성애는 슬슬 사라지는데
그때 소주한병까서 글라스 두개를 채웁니다.
부대 근처이기에 손님의 계급에 맞춰서 나오는 서비스로는 순대 몇 도막과 돼지간.
한글라스 소주를 들어 단숨에 목구멍을 태우고 허겁지겁 안주 몇조각 넘기면
날씨는 수은 온도계가 깨져나가는데 몸이 덥습니다.
부대로 돌아오는길에 이미 눈은 쌓여 발목에 차고,
급히먹어 걱걱 올라오는 신맛을 들키지 않게 맛보며 걸었습니다.
열심히 왼발 왼발 수송관님의 다리를 맞춰 걸어보려 하지만
술에 취한탓에 잘 되진 않아 빠알간 얼굴로 위장군기 큰걸음으로 걸었고,
"야 야 임마 왠 시늉이야 춥다 빨리 주머니에 손 넣어! 아쭈 빨리 안넣어?"
예상대로의 반응이라 그제서야 편히 걸으며 눈을 옆으로 돌렸봤고
양덕원의 눈쌓인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음을 기억할 기회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