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백신 기피에 시민은 분통
[노컷뉴스] 2009년 10월 30일(금) 오전 07:0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CBS사회부 조기호 기자 / 김효은 기자]
의료진이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환자와 의료 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백신 예방 접종 1순위로 결정됐지만 상당수가 투약을 기피하고 있어 비판을 사고 있다.
27일부터 전국의 치료거점병원 의료종사자들은 신종플루 백신을 우선 투약 받고 있다. 보건당국의 이런 조치는 백신의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질병 치료라는 의료의 공공성을 감안한 결과다.
만약 의료진이 감염돼 입원환자에게 전염시킬 경우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무더기로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병원 내 의료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그러나 의료진에게 신종플루 백신이 우선 공급된 지 이틀이 넘었는데도 거점병원마다 많게는 10% 안팎의 의료진들이 백신을 맞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투약이 끝난 서울 지역 K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의 11%에 해당하는 250명이 접종을 포기했고 S병원 백20명, E병원도 백 명 이상이 투약을 미루고 있다. 접종 마감 기간이 아직 남은 다른 거점병원들도 사정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유는 다양하다. 그들 중엔 독감에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는 건강한 몸이기 때문이라거나 접종 신청을 해놓고 휴가를 간 경우 등 개인적인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백신의 안전성에 확신이 없어 투약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의료종사자의 투약기피 사실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환자에 대해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새롬(17.여.성북구 돈암동)양은 “신종플루에 감염된 의사에게 혹시 내가 진찰이라도 받게 되면 어떡하느냐”며 “의료진은 (백신을)의무적으로 맞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3 아들과 검진을 위해 거점병원을 찾은 이모(49.중구 신당동)씨는 “의사들이 (신종플루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들의 건강을 먼저 잘 관리해야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의 이 같은 우려는 해외 유사 사례를 통해 막연한 ‘기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독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하노버 의료 스캔들’에 따르면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 의사가 수술 중 환자에게 간염을 전염시켜 그에게 수술 받은 4천여 명의 환자에 대해 대대적인 역학 조사를 벌인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의 백신 기피에 대해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의 한 관계자는 “의료진의 공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의료진도 사람”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선택권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보건복지 가족부는 의료진 40만명분의 백신을 공급했으며 다음달 13일까지 지속적으로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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