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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보는 사회]힐링으로써 회귀(윤대녕-은어 낚시 통신)
게시물ID : readers_7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쟁이oO
추천 : 0
조회수 : 2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07 17:49:08

 요 몇 년간의 계속해서 나오는 단어 중 하나는 ‘힐링’ 일 것이다. 아마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이제는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픈 사람들을 위해 이만한 단어 또한 없을 것이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아마 대한민국이 산업화 시대를 거친 이후 더욱 복잡해진 사회 때문에 부딪히게 되는 장애물은 많아지고 선택의 지로들은 광범위하게 늘어나 그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은 이제야 대두되는 것같다. 사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뿐 산업의 시대인 80년도를 지나고 IMF가 터지기 전까지 90년대 초반에 위로받고 싶어하는 영혼들이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아직 성장을 위한 부작용의 잔재가 남아있어 시간이 있어도 그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고 또한, 그 당시엔 ‘힐링’을 추구하는 컨텐츠가 아직 많이 없었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방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은어 낚시 통신’이란 작품은 이렇게 아직 마이너한 이들을 비추는 작품이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위로하고 사는지에 대해 이 작품은 솔직하게, 억지로 꾸미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이 ‘은어 낚시 통신’이란 모임에 초대장을 받으며 시작한다. 그는 은어 낚시를 안 다닌지 오래되었으며 이런 모임과 자신의 연관 관계를 찾지 못하는 찰나에, 초대장에 붙어있던 우편을 통해 자신을 홀연히 떠나간 여인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3년 전그는 화보등을 찍어내는 사진가 였는데, 광고 촬영 현장 회식자리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현장 분위기에 홀로 나와 자신을 비탄하는 모델을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은어의 귀소본능에 대해 얘기하며 달래주었다. 그 이후 그들은 만남을 계속했지만, 그에게서 아무런 위로를 얻지 못한 그녀는 길을 걷다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었고 그는 모임의 회원의 차를 타고 그 비밀스런 장소에 도착하게 된다. 그 모임의 회원들은 모두 상처를 입은 사람들 이었고, 그녀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다시 만나게된 그들은 다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게된다.

 

 이 작품에도 가장 중요한 인물은 ‘그’와‘그녀’이다 ‘그’는 반복되는 삶에 감정이 매말라버린 인물이었고 ‘그녀’는 배우가 되고 싶던 자신과는 다르게 싸구려 모델로 전락해버린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방향과는 다르게, 다시는 못 돌아오는 길을 와버려, 그런 자신의 처량한 모습에 한탄을 느끼고 있던 인물로 자신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차에 나타난 ‘그’는 은어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이 다시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희망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반복되고 진절머리나는 생활에 지치고 메말라버린 인물이었고, 결국 ‘그’가 자신을 돌아가게 해줄 인물이 아니라는 것에 실망하며 다시 상처받은 채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은어는 태어나면 더 큰 물을 향해 헤엄친다. 그들은 큰 물에서 먹이를 먹고 죽기 전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수가 엉뚱한 곳에 도착을 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해 방랑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우리들의 역사와 같다. 자기계발서든 인터뷰 잡지이든 어느 매체든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만이 쓰여져있다. 그 곳마다 쓰여있는 말,

 

 ‘제가 성공한 비결은 어떤 일이든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걸보고 주위를 돌아보면 얼마나 웃기는 뽕짝인지 알게된다. 일례로 수많은 사업에 도전했다 진탕 빚만 생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물론 이들도 후회하지 않기에 이런 도전을 계속 했을 것이다. 그리고 후회라는 것을 느끼고 난 뒤에야 얼마나 가망없는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성찰을 가진다. 이처럼 많은 이들은 실패하고 실패하고 계속 실패한다. 성공의 자리는 10이거늘 100이 들어가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은게 맞다. 그럼 이들은 누가 위로해 주는가? 특히 이 90년대 초반에는 이 마이너한 인생들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90년대부터 자살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결국 그 대안을 찾지 못하거나 초심으로 돌아가는데 실패한 사람들은 이리저리 방황하게 된다. 이 방황자들의 모임인 은어 낚시 모임... 솔직히 건강한 부류의 모임이라 할 수 없다. 그들은 모여서 마리화나에 취해 그 독한 공기와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일시적인 안락에 만족하며 되려 초심으로써의 회귀와는 멀어지고 있던 존재들이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돌아가게 해줄 인물이 그가 아니라고 느꼈음에도 다시 그에게 돌아왔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비늘찢긴 물고기들 마냥 널부러져 있는 이 모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때는 27세... 3년이 지난 후 모임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의 나이는 30세였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모두 용띠였는데 아마 작가는 ‘30’이라는 나이를 통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시기인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 것 같다. 그녀만 보아도 27세의 나이라면 다시 배우로써 시작하긴 힘들어도 작은 페이를 받는 모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30이란 나이가 되면서 할 수 없다. 정확히는 찾아주질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 피폐한 곳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 돌아보길 포기하여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의지를 잃은 연어들은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어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그저 만족하기를 택했으나, 그녀에겐 그가 있었고 또한 그가 이제는 다시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같다. 다시 돌아갈 힘을 얻은 그와 그에게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을 바라는 그녀의 모습은 마지막쯤에 알 수 있다.

 

 ‘지금부터, 돌아가고 싶다고, 나는 간신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촛불 속에서 그녀의 얼굴이 수초처럼 잠깐 흔들렸다.

...중략...

아뇨, 더 거슬러 와야 해요. 원래 당신이 있던 장소까지 와야만 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 말할수록 나는 뼈아픈 마음이 되어 갔다...‘

 

 늦었다하면 늦은 시기, 아직 괜찮다 하면 아직 괜찮은 시기... 마치 물 반컵처럼 애매한 시기 30에 그녀는 다시 돌아가길 원했고 또한 그는 그녀를 이끌어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비록 전보다 더 힘들지라도...

 

 ‘긴 흐느낌의 시간이 흐른뒤, 나는 가까스로 그녀에게 다가가 살아 있는 자의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차디찬 손을 완강하게 거머쥐었다.

아침이 오기까지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 살아온 서른 해를 가만가만 벗어던지며, 내가 원래 존재했던 장소로, 지느러미를 끌고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이 작품이 21세기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떨어진 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대에도 다시 회귀하기 위해 그렇게 각고의 노력을 했건만 너는 그저 주저앉아 한탄만 하는가... 왜 돌아갈 의지를 잃었는가... 그렇게 씁쓸하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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