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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아픈 일도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게시물ID : sisa_4922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fafa
추천 : 1
조회수 : 5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11 13:40:42
메인 뉴스에 나온 기사인가요?
제가 TV로 3사 메인 뉴스는 잘 안 봐서요. 
시사인 들렸다가 봤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ㅠ_ㅠ
빌어먹을 세상입니다.
 
 
 
선생님도 사장님도 각서만 내민다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한다. 현장실습생은 학생도, 노동자도 아니다. 올해 들어 벌써 현장실습생 두 명이 공장에서 숨졌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이었다.
장일호 기자 이소영 인턴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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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승인 2014.03.10  08:54:10
공장 담벼락마다 분노가 가득했다. ‘내 친구 살려줘’ ‘대환이 살려 보내’. 이를 악물고 스프레이형 래커를 흔들어 글씨를 써 내려가던 열아홉 살 소년은 끝내 울먹였다. “대기업이라 그냥 묻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소년은 이 공장을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있었던 지난 2월10일은 졸업식 이틀 전이었다. 밤 10시18분, 울산시 북구 모듈화산업단지 내 금영ETS 공장 지붕이 무너졌다. 일주일간 내린 눈이 원인이라고 했다.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작업을 중단할 정도의 폭설이었다. 그러나 하청업체인 금영ETS는 조업을 강행했다. 그 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지붕 밑에 한 현장실습생이 깔렸다. 김대환군(19)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울산저널</font></div>지붕 붕괴 사고로 숨진 ‘현장실습생’ 고 김대환군의 어머니와 누나는 매일 아침 금영ETS 공장 정문 앞으로 간다.  
ⓒ울산저널
지붕 붕괴 사고로 숨진 ‘현장실습생’ 고 김대환군의 어머니와 누나는 매일 아침 금영ETS 공장 정문 앞으로 간다.

김군과 학교, 회사가 모두 서명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실습 시간이 하루 7시간이다. 김군의 동의하에 한 시간 연장 실습을 할 수 있다. 협약서상으로는 그렇다. 김군의 외삼촌 이 아무개씨는 “회사 지문 출근 시스템을 확인했더니 (협약서상) 정상 근무를 한 날은 딱 이틀이었다. 잔업, 특근, 교대근무…. 그런데도 교육부에는 오전 실습만 한 걸로 서류가 제출돼 있었다.”

김대환은 한 명인데 김대환 이름으로 된 출근부는 세 개였다. 학교 제출용, 교육부 제출용, 그리고 회사용. 학교와 회사는 유족에게 “학생이 원했기 때문에 시킨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군의 친구들이 여러 차례 채근을 해서야 겨우 빈소를 찾은 취업 담당 선생님은 “야근시키지 말랬는데…”라는 말뿐이었다. 어머니가 재차 확인하자 그제야 회사에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현대공고에서 금영ETS로 실습 나간 학생은 김군을 포함해 모두 세 명이었다. 학생들은 금영ETS가 어떤 일을 하는지 공장에 가서야 알았다. 하루 12시간을 꽉 채워야 한 달 190만원 남짓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결국 김군을 제외한 두 명은 현장실습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왔다. “제가 선생님한테 잔업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말씀드렸어요. 근데 선생님이 ‘진짜냐’ ‘안 된다’가 아니라 그냥 ‘많이 힘들었겠네’라고 하더라고요. ‘돈 많이 벌어 좋겠네’라고 말하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김군의 친구 오 아무개군(19)의 말이다.

현장실습 중에는 선생님이 현장실습생이 일하는 공장에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계약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대일 면담도 아니고, 회사 관계자도 한 명씩 꼭 끼어 있어요. 서로 눈치 보느라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얘기 못하죠.”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울산저널</font></div>김군의 친구들은 공장 담벼락에 ‘살려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김군의 친구들은 공장 담벼락에 ‘살려내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정부의 취업률 확대 정책에 따라 취업률이 중요해진 특성화 고등학교 처지에서 오군 같은 현장실습 중간 이탈자는 부담이다(아이들 사지로 내모는 ‘취업률의 덫’ 참조). 김군의 친구는 “학교와 회사 간 계약이 끝나기 전에 그만두면 회사가 더 이상 이 학교 학생들을 안 받는 식으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졸업식 날 아무도 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요”


김군이 다녔던 현대공고는 2014년부터 현대마이스터고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김군의 친구들은 졸업식 날 김군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걸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서운했어요. 모두가 대환이 사고를 아는데, 아무도 대환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학교 이미지 깎일까 봐 그랬겠죠.” 유족을 대하는 학교와 회사의 대응도 놀랄 만큼 비슷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이 꼭 회사 측 대리인처럼 구는 게 가장 섭섭했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20일이 다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이 사고에 관련된 사람 모두를 처벌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가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어긴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군의 어머니와 누나는 매일 아침 영정사진을 들고 공장 앞으로 간다. 아무도 막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썰렁한 빈소에는 친구들이 남긴 편지만 놓여 있었다. “대환아 많이 추웠지. 이제 거기선 춥게 있지 말고 따뜻하게 있어라! 너는 내가 알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착했으니깐 좋은 곳 갔을 거라고 믿어. 내가 너 사랑하고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대환 많이 보고 싶다. 이가.”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font></div>일주일 동안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금영ETS 공장 천장이 무너졌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일주일 동안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금영ETS 공장 천장이 무너졌다.

1월20일, 충북 진천 CJ제일제당에서도 현장실습생 한 명이 죽었다. 고 김동준군(19)은 오전 6시19분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 “저 어제 몸살로 고생했는데 앞으로 8시30분에 출근하고 싶어요”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김군 역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하루 7시간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어 있었지만,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른 아침 공장에 나가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오는 날이 잦았다. 김군이 일했던 라인은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빴다고 한다. 주말에 대전 집에 쉬러 온 동준군은 가족에게 “12시간씩 일하기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청소 노동자인 김군의 어머니는 “그때 그냥 그만두고 나와도 된다고 했어야 하는데, ‘세상 사는 게 다 그렇게 힘든 거다’고 말했던 게 너무 후회된다”라며 가슴을 쳤다.

그날, 김군은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하는 대신 기숙사 옥상에 올랐다. 어머니와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아들의 힘들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던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을 때 동준군은 “엄마, 나 지금 급해. 출근해요”라고 말하고는 끊었다. 통화시간 15초.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들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4층 높이 건물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동준군이 속한 분임조는 동기 원 아무개씨(29)가 조장 노릇을 하곤 했다. 김군이 죽기 나흘 전 분임조 회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김군은 원씨에게 뺨을 맞고, 엎드려뻗쳐 자세로 한참을 견뎌야 했다.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원씨는 이후 김군을 불러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주며 회식 자리에서의 일을 알리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이는 김군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폭행 사실을 알리면 자기 회사 못 다닌다고, 여기 주변에 아는 형들 많으니 조용히 하래.”

그러나 김군은 용기를 내 이 같은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 김군이 자살한 1월20일은 담임선생님이 회사 관계자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1월19일 김군은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나는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내일 인사과에 나를 때렸다는 사실이 전해질 텐데, 나는 과연 그 형의 반응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학교 측은 실습 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학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  
학교 측은 실습 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학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
CJ제일제당은 폭력 사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관련자들을 경찰보다 먼저 조사한 CJ제일제당은 원 아무개씨를 비롯해 회식 자리에 동석했던 이들의 진술서를 담은 A4용지 몇 장을 유족에게 내밀 뿐이었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원씨를 만나보지도 못했다.

일곱 차례 협상 끝에 CJ제일제당은 ‘모든 임직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협의문을 들고 왔다. 유족이 요구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유족은 앞으로 모든 실습생에 대해 현장실습표준협약서의 내용을 지킬 것과 원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빠진 합의문에 결국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김군의 이모는 “유족 대부분이 일주일 이상 휴가를 낼 수 없는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부당한 합의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1월20일 0시9분, 동준군은 담임선생님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선생님… 저 무서워요….” 그러나 “걱정하지 마~ 네 뒤에 샘이 있잖아”라는 다정한 답장은 뒤늦게 도착했다. 선생님이 답장을 보냈던 오전 9시13분, 동준군은 이미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이모는 학교에 대한 서운함도 숨기지 않았다. 이모가 내민 ‘각서’에는 “불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질 것이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며 각서를 보호자 연서로 제출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얼마 전 살던 집을 내놓고 이사했다. “동준이가 ‘엄마’ 하고 금방이라도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주말만 되면 마음이 쿵쾅쿵쾅 뛰어요. 오늘 동준이 오는 날인데…, 싶어서.”

법적 효력 없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가 대책?

2011년 12월 광주 기아차 공장에서 주 70시간 이상 일했던 현장실습생 김민재군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현장실습생 문제가 반짝 주목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광주 기아차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산업안전법 위반 등 82건을 적발했다. 정부 관계 부처는 특별TF를 꾸려 다음 해 4월 현장실습제도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가 바로 대환이, 동준이가 서명했던 현장실습표준협약서다. 1일 7시간 근무, 주 2회 휴일 보장, 야간 및 휴일 실습 금지…. 그러나 이 협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었다.

김민재군은 올해 스물두 살이 되었다. 여전히 병원에 누워 보조장치로 숨을 쉬고, 코로 먹으며 버티고 있다. 민재군이 쓰러진 후 떠들썩했던 사회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학생인 동시에 노동자였던 열아홉 살 아이들에게 학교도, 회사도 기댈 곳은 아니었다. 결국 죽음으로 질문하는 이 아이들에게 사회는 어떤 대답을 돌려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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