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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끄적였던 글인데 봐주실래요?
게시물ID : readers_122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이계속둘리
추천 : 1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11 19: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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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바람이 들어 3개월 정도 언론고시를 준비했을 때 끄적이던 작문이에요.
즉석으로 선정된 단어는 '천막'이었네요. 그래서 제목도 <천막>이구요. 단순하죠.
1시간여정도 시간이 주어지고 글을 쓴 거라 조금 엉성할 거에요. 분량도 제한이 있구요.
음, 사실 이건 핑계에요. 그냥 불현듯 떠올라서 찾아 올리는데, 막상 까일까봐 두려워요.
그래도 비평 되게 좋아해요. 과감하게 까주세요.
맞춤법, 띄어쓰기 많이 틀릴 거에요. 지적해주세요. 






<천막>

“할머니, 이렇게 삐끗하신 곳에 밴드를 붙이시면 어떡해요. 파스라도 붙이셨어야죠. 네? 아니, 파스요, 파스! 어? 거기 할아버지! 그거 만지시면 안돼요!”


 


두문리 달골 마을에 의료봉사 온 지도 이제 겨우 이틀 지났을 뿐인데, 약 냄새가 몸에 배어도 좋으니 어서 외과 병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준호 선배의 제안에 덜컥 따라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산 좋고 물 좋은 산골 마을로 휴가 비슷하게 가자는 선배의 달콤한 말에 바보같이 넘어간 나를 탓할 뿐……


 


지난주 주말 계속되던 장마에 마을 회관이고, 보건소고 모두 잠겨 엉망이 되어, 지금 우리가 지내는 곳은 파란색 천막 아래다. 일주일 동안 내리던 비에 꼼짝도 못 하셨던 어르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침부터 내리쬐는 땡볕을 견디시며 줄을 서 계신다. 막상 증상을 말씀해보시라 하면 그저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다고만 하시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저 영양제 몇 알 드리는 수밖에.





아까부터 나를 계속 괴롭히고 계시는 이 할머니께서는 빗물에 진흙이 되어버린 마당에서 발목을 삐셨다고 한다. 그런데 삐어버린 발목에 밴드를 붙이시곤 절대로 떼지 않으려 하신다. 하는 수 없이 까만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밴드 위에 압박 붕대를 감아 드렸다.





‘우리 손자가 나 주고 간거야.’라며 조그맣게 중얼거리시는 할머니의 말씀은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사실 나도 여기저기 안 쑤시는 곳 없고, 어제 밤엔 모기향 달랑 피워놓고 이 비루한 천막에서 자는 바람에 모기에게 여기저기 헌혈한 곳이 가려워 미칠 노릇인데……. 고작 밴드 하나 때문에 실랑이 할 기운도 없다. 이렇게 답도 안 나오는 천막에서 낮과 밤 지낼 줄 알았으면, 하루 종일 알콜향과 함께하는 외과 병동을 천국이라 여기며 지냈을 것이다. 최소한 그곳엔 에어컨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산 사이로 숨어버린 해는 달골 마을에 이른 저녁을 가져왔고, 금세 어두워진 하늘은 지옥 같던 하루일과가 끝났음을 알렸다. 이장님께 얻은 비닐 위에 돗자리를 깔고, 대충 깐 이불에 씻지도 못한 내 몸을 누이려던 그때 저기 멀리서 불빛이 가까워져왔다. 아까 살짝 삔 발목에 밴드를 붙이셨던 그 할머니다. 아직 낫지도 않은 다리를 절뚝거리시며 한걸음 하신 할머니께서는 손자 올 때 내어 놓으려고 아껴둔 건데, 하시며 분홍색 캐노피 모기장과 참외 한 바구니를 건네시곤 금세 가 버리셨다. 그날 밤 파란색 천막에 어설프게 걸려있던 분홍색 모기장은 우리들을 모기의 일방적인 헌혈 강요로부터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다음날 어르신들께서는 아침에 급하게 설치한 검정색 천막 아래서 차례를 기다리셨고, 나는 영양제가 아닌 안마를 처방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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