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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의료영리화? 원격의료? 용어정리 하고 갑시다.
게시물ID : medical_90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복왕간디
추천 : 10
조회수 : 232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03/12 02:42:51
이번 의사 파업 관련해서 베오베 간 게시물들 댓글들을 읽다보니 용어를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리 한 번 해봅니다.

뜻만 통하면 됐지, 용어가 뭐가 중요하냐구요?

중요합니다...용어를 애매하게 사용하면 그 뜻이 상대방에 의해 악의적으로 왜곡되기 딱 좋거든요.

개인 사이의 논쟁이나 설득에서 발생하는건 짜증나고 끝이지만, 정부나 언론이 이를 악용하면 여론이 바뀌어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의사파업 전에 슬로건을 정할때도, 이런 점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었을 정도입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의료민영화

잘 아시다시피 "의료를 민간에 맡긴다"라는 뜻인데요, 꼬투리 잡히기 딱 좋은 용어입니다.

의료기관 민영화와 의료보험 민영화 두 가지 뜻으로 해석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약 93%가 민간의료기관입니다.

OECD 평균 대비 턱 없이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공공의료에 관해 반쯤 손 놓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민영화 되어있다"...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반면에 의료보험은 "당연지정제"라는 제도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의료보험공단과 의무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내가 어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던간에 국민의료보험에서 일부를 지원해준다는 말입니다.

미국처럼 의료보험이 민영화 된 나라의 경우, 해당 병원과 계약을 맺은 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으면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합니다.

즉, A 병원이 B 보험사하고만 계약되어있는데 C 보험에만 가입한 환자가 가면 아무런 지원도 못받고 본인이 치료비를 다 낸다는 소리죠.

자, 그럼 제가 네X버 댓글에 "의료(보험)민영화 반대!!" 라고 댓글을 달았다고 합시다.

대댓글에 "우리나라는 이미 의료(기관)민영화 된 나라인데 뭔 소리?"라고 반박하면, 말장난이지만 논리적으로는 옳은 말이 됩니다.

이런 경우야 넌씨눈 종자이니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언론이나 정부가 이걸 이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몇 달 전, 의료민영화가 한창 화두가 됐던 시기에 "의료민영화 괴담"이라는 말을 정치권과 언론에서 떠들어댔었죠?

"의료(기관)민영화 된다고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싸진다는건 괴담일 뿐"이라는게 그들 논조의 일부였습니다.

참 더럽죠?



의료영리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소유주는 개인과 의료법인으로 나뉘어집니다.

의사가 아니면 개인명의 의료기관(대부분 의원급)을 개설할 수 없으며, 의료법인을 만들어야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의사 명의만 빌려서 만든 개인명의 의료기관을 속칭 "사무장 병원"이라 하며,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 때, 모든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병원 진료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병원에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모 재단 산하 의료법인 명의의 병원에서 발생한 순수익을 같은 재단 산하 의료장비회사의 개발비로 사용하면 불법이 된다는 겁니다.

반면에 개인소유 의료기관은 제한된 영리추구가 가능합니다.

환자 유인 같은 의료법 상의 불법행위만 금지될 뿐, 진료수익을 원장이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죠.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영리추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용어 가지고 장난칠 사이즈가 딱 나오죠?

그런데 좀 더 복잡한게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이번에 이슈가 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 문제인데요.

이건 엄밀히 말하면 의료(법인)영리화가 아닙니다.

다만 제도의 취약점을 이용해 돈을 법인 외부로 빼돌릴 수 있는 허점을 제공하게 되므로, 의료영리화나 다름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모 법인 명의의 병원이 자회사인 의료장비회사의 제품을 통상보다 훨씬 비싸게 사고, 그 차액을 의료장비회사가 외부로 빼돌리는 방식이죠.

만약 의협이 공식입장을 "의료영리화 반대"라고 내걸었다면, 정부가 "의료영리화 안할건데? 니네 명분없는 불법파업ㅋ"라고 하면 끝나는겁니다;;;



원격의료

언론에서 이거 가지고 장난치는건 아직까지 못봤지만, 댓글에서 장난치는 놈들이 가끔 보여서 짧게 정리해봅니다.

이 용어 역시 (의료인 사이의)원격정보공유(환자 검사결과나 영상물 등)와 (의사와 환자간의)원격진료의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원격정보공유는 당연히 합법이고(물론 치료목적으로만), 지금도 일부 시행되고 있습니다.

생뚱맞게 응급의료기관 사이의 원격의료(정보공유)가 가능해진다는 기사가 악플로 도배가 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원격의료보단 원격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게 좀 더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하겠죠?





세 줄 요약:
1. 의료기관 민영화와 의료보험 민영화를 잘 구분해서 쓰자.
2. 의료영리화는 악용하기 좋은 용어이므로 의료법인 영리화라고 쓰자. 단,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가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에 주의하자.
3. 원격의료보다 원격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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