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근처에 자리잡은 한정식집 '은아네 집'에 대형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단체 예약 손님들이었다. 그러나 사장을 비롯한 종업원들은 이 버스에서 내린 손님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하나같이 몸이 성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이 없는 사람, 발이 없는 사람 , 눈이 푹 파인 사람 등. 나병 환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있었다.
정 수석은 나병환자들 손을 꼭 잡고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사장에게 "오늘 특별 한 손님이 왔으니 잘 좀 모셔 달라"고 부탁했다.
종업원들은 이들 '특별 손님' 외모가 무서워 방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정 수석과 부인 임미경 씨가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종업원들은 마음을 고쳐먹 었다.
손님들은 경남 거창에서 올라온 나병환자들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 이었다.
전라도 출신인 정 수석이 부인을 따라 경상도 거창에 가서 고등학교 교사, YMC A 총무 등을 하면서 17년 동안 청춘을 보내면서 알게 된 사람이다.
스스로 '촌닭'이라고 부르는 정 수석은 정말 '촌놈'처럼 시골생활을 했고 그 덕분에 타지 출신임에도 현지인들과 살을 부대낄 정도로 거리를 좁혔다.
촌닭이 청와대 수석이라는 감투를 썼으니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정든 거창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한턱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정 수석은 지난 5월 27일 일요 일 대형버스 한 대를 대절해 거창에서 이들 특별손님을 모시고 서울 구경을 시 킨 것이다. 버스로 서울 시내를 돌고 경복궁도 관람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에 게 밥 한 끼도 대접했다.
이은아 은아네집 사장은 "생전 처음 그런 대접을 받아본다는 나병환자들을 보 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정 수석이 거창 가서 17년 동안 저렇게 동서화합 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공무원이 무슨 돈이 있어. 오늘은 내가 낼게요" 하자 정 수석은 " 무슨 소리야. 내 손님인데" 하면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정 수석은 청와대 수 석 보좌관 중에서 가장 돈이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