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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잔잔하게 기분이 좋았던일
게시물ID : soju_413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성군
추천 : 3
조회수 : 30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3/12 22:19:48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직장에서 퇴근후에 단골집으로 혼자 밥 먹으러 갔다.
 
직장에서 제대로 기분나쁜 일이 있어서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닌 상태로 가게 들어가 육개장 하나를 시켰다. 매운걸 시킬까 잠깐 생각했지만 음식이 들어가는 순간 나에게 쌍욕을 내뱉을 오장육부들에게 미안해서 그냥 육개장으로 시켰다, (여기 육개장 맵게 해달라면 진짜 맵게 해주거든요, 잠깐동안 머리 띵 할정도로)
 
10분정도 기다리니 육개장이 나왔고 우선 국물 한숟갈을 떠먹었다.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이 입으로 들어오자마자 한손으로 폰 오유를 하면서 젓가락을 손에 쥐고 우선 건더기 먼저 떠먹는다. 팽이버섯, 풀어진 계란, 대파, 당면 듬뿍......입으로는 열심히 먹으면서 폰으로 오유를 한다. 댓글보며 킥킥 거리는 멀티플레이 도중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소머리 국밥을 시켰는데 말 뽄새나 행동으로 보아하니 좀 많이 까칠하고 잘 따질거 같은 남자였다.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폰 보면서 본격적으로 밥을 말았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고 남자는 열심히 쩝쩝쩝쩝쩝쩝 거리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신경쓰이기 시작할 무렵 주인아줌마가 식탁에 앉아서 티비를 보기 시작하는데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좀 기분나빴다.
 
멀리 있고 티비가 작아서 자막은 잘 안 보였는데 네살난 딸을 데리고 쪽방촌에서 사는 한 아저씨 얘기였다.
집안 환경도 그렇고 애기 밥도 라면스프에 비벼서 준다고...그 장면 나오고 아저씨가 뭐라뭐라 말은 했는데 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렸다. 돈이 없으니까 그렇게 주는걸까 생각하면서 계속 밥 먹으면서 티비를 봤다.
근데 더 열받는 장면 하나가 나왔는데 (아빠랑 걷는건지 제작진하고 걷는건지 몰라서 대충 얼버무립니다.)애기가 갑자기 어떤 사람을 보고 숨는거...
근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아동성범죄자ㅡㅡ(제가 방송을 대충 봐서 이 부분은 좀 헷갈리는데 성범죄자는 정확했어요)
 
그리고 애기 아빠도 좀 모자라보였던게...성범죄자고 자신의 딸아이가 어린애면 좀 조심해야하는데 쪽방촌 사는 사람들은 누구든간에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라고...여기서 어이없어서 입밖으로 18 소리가 나올뻔했다.
 
어느정도 밥과 건더기를 다먹고난후 배도 찼고 남은 방송을 다시 자세히 볼 생각에 탁자에서 일어나서 티비 가까이로 갔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남자 한분이 들어와 포장주문을 했고 저거 주인아줌마가 준비하려면 계산은 좀더 있다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계속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근데 그러다가 뒤에서 국밥 포장주문 해달라는 남자 목소리와 꺄아!하는 애기 소리가 들렸고 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러다가 조그만 애기와 두눈이 뙇!!
아이컨텍 뙇!
그리고 애기가 나한테 손 흔들며 안녕을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순간 나는 무표정을 지우고 빵끗 웃으면서 "엄마야~애기가 이모한테 인사해준거야~~~?♡♡♡아이쿠 이쁘다 아이 예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옆에 있던 엄마로 보이는 여자분이 애기한테 "이모~안녕하세요 해야지~" 라고 말하니까 배에다가 손을 집어넣고 구부정하게 엉덩이를 밖으로 뺀다.
 
 
배!!!!!꼽!!!!!!인!!!!!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고 앙증맞고 귀엽고 애정돋아서 너무 이뻐서 볼 만져주면서(이모가)빵끗빵끗 웃어줬다.
 
 
그러다가 애기 엄마랑 눈 마주치고 혹시라도 이빨에 고춧가루 꼈는데 보일까봐,,,그리고 내가 이쁜 애들만 보면 완전 울상으로 대하기때문에 (거울 봤는데...너무 이뻐서 최고로 사랑스러워 죽겠다 라는 표정이 완전 울상이더라구요...거기다가 선홍빛잇몸 돌출이라.....ㅋ)
 
나름 표정관리하며 애기볼도 만져주고 머리도 쓰담아주고...직장이었으면 그냥 번쩍 안아서 사랑의 궁디팡팡 엄청 해줬을건데 ㅠㅠㅠㅠㅠㅠ
 
"애기 몇살이예요?♡♡♡♡♡♡♡♡♡?"라고 묻자 엄마가 "세살이예요~라고 말해해준다,"
 
나도 덩달아 말해준다. "애기가 너무 이뻐요. 그리고 애기들이 이렇게 빠빠이 잘 안하는데...사교성이 좋은 애들이 이렇게 인사 하더라구요" 라고 말하니까 애기 엄마는 부끄러운듯 살짝 웃는다.
 
애기가 너무 이뻐서 가방을 뒤적이며 "이모가 뭐라도 이쁜이한테 뭐라도 줘야할텐데 사탕 없나?" 라고 가방 뒤적이자 엄마가 웃으면서 말린다.
 
그래도 뭔가 주고 싶어서 계속 뒤졌다.
 
한참 뒤지다가 없어서 그냥 포기상태...그리고 그 부부는 계산후에 애기를 데리고 나갔다.
(나중에는 어린이용 비타민 가방에 넣고 다녀야겠다)
 
식당 아줌마도 애기 배꼽인사 할때 보고 이쁘네 이쁘네 하다가 내가 선홍빛 잇몸 보이며 빵긋 웃고 있으려니 '아가씨도 빨리 시집가서 애낳아야 겟어~"라고 말하신다.ㅎㅎ
 
먹은 음식 결제 하고 나오려니 식당 아줌마가 항상 꾸준히 와서 팔아줘서 너무 고맙다고 자주 와달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신다.
 
갑자기 당황해서 아니예요 ;;;ㅋㅋㅋㅋㅋ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좋은말 들어서 어벙벙한 상태였다가 곧 이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일 그만둔후에는 집에만 틀어박혀있고 인터넷으로만 세상을 알았다. 그리고 열심히 푸념하기 바빴지. 난 실력 되는데...왜 날 안 뽑을까..라고....
 
그러다가 일하면서 갑자기 세상 돌아가는거 알게 됐고 열심히 박근혜 욕하면서...그리고 오늘 굉장히 기분나쁜 일이 있었기에 기분 안 좋았는데 그 이쁜 애기의 손짓과 배꼽인사에 기분 굉장히 좋아졌고 식당 아줌마의 멘트로 더 기분이 좋아졌으며...자연스레 콧노래가 흘러나왔고 자주 들리는 마트에서 술을 샀다.
 
참이슬 빨간거 맥스 큰거 작은거 두개 하이트 하나 이렇게 샀다.
 
이 마트에 젊은 남자애가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말로보 레드 한갑에 참이슬 빨간거 맥스 큰거 작은거 두개 하이트 큰거 작은거 두개 이렇게 해서 소주 한병에 맥주4병을 샀는데 오늘은 한개 빼놨다.
그러니까 한개는 안사시네요? 라고 묻는다.
 
평소에는 무표정에 "네" 하고 말것을 " 네 이제는 좀 줄일까 해서요." 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알바생은 아 그래요 라고 넘어갔다.
 
그래도 기분 좋다.
 
이쁜 애기의 애교를 봤고 좋은 말도 들었고...아까 직장에서 있었던 기분나쁜일은 그냥 다 사라졌다.
 
이런 잔잔한 행복도 세상 살아가는 힘이 되는거지ㅎㅎㅎ
 
이렇게 사람들은 사나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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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기 전에 분위기 함 잡아봤어요 ㅎㅎㅎ
 
이제 모두 한시간에 걸쳐 일어난 일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행복을 느낄수가 있었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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