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내가 일을 하는 날이다. 크진 않지만 내실이 탄탄한 영어학원에서 원장선생님과 미래를 설계하며 꿈을 먹으며 학원을 경영한지 어느덧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크고 작은 문제들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와 원장 선생님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모두 헤쳐나갈 수 있었다. 폭풍 전에는 세상이 고요하고 전쟁 전에는 아이들이 우는 소리만 들린다는 말이 있듯, 나에게도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조용하고 급작스럽게..
모든 사건의 발단은 Y양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Y양은 EXO를 좋아하고 담배대신 츄파츕스를 항상 입에 물고 있으며 치마를 자기 손바닥 만큼 줄여서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마냥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평범한' 중2학생이다. 가끔씩 수업중 욕이 튀어나와 나의 여린 마음을 놀래킨 적은 있지만 이렇게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Y양의 친구들(H양, H군)은 Y양을 여신처럼 떠받들며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었고 수업 도중 책장 한장 넘기는 것도 Y양에게 허용하지 않을 만큼 그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아이들이다.
3월 13일 목요일 6시 수업인 나는 학교를 마친 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랩을하는 아웃사이더 마냥 발을 빠르게 제촉하여 신촌에서 왕십리로 갔다가 왕십리에서 덕소로 가는 지하철을 갈아탔다. 4시 30분에 지하철을 타서 1시간 15분 가량의 대장정 끝에 덕소에 도착하였고 학원에 도착하니 6시 1분이었다. 1분이라도 늦으면 밥달라고 지껴대는 제비새끼떼마냥 제잘제잘 조잘대는 Y양 페밀리가 무서워 조심스럽게 강의실 문을 열고 오랑케 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인조의 심정으로 고개를 숙인체 강의실로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강의실에는 Y양의 기에 눌려 항상 벌벌떨던 N양만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
그렇게 우리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Y패밀리를 기다린지 10분..15분..그리고 30분..40분...도착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되고 손이 떨리며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하였지만 모진 비바람에 그들의 교통수단이 다소 정체되어 늦는 것이라 판단하여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때였다. 나의 갤럭시 노트3가 나의 심정을 대변하듯 부들부들 떨렸던 때가..그렇게 Y양에게 전화가 왔고 자기들은 오늘 학원을 못 갈 것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EXO직촬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아..이 얼마나 어리석은 아이인가..한 순간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다니..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 하니 "쌤 담주에뵈요 ㅂㅂ"라고 하고 끊어버렸다.
나는 어이해야 한단 말인가.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수업 보이콧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