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한국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에 답하기 전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에 한호주 FTA 철도 민영화 조항에 대해 해명을 내어, 이를 먼저 살피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한·호주 FTA 「기존 노선 민영화 의혹」은 사실과 다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호주 FTA(안)는 기존에 체결된 한미 FTA 등 다른 FTA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운영 중인 노선에 대해서는 외국에 개방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기존 노선의 민영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
FTA 철도 조항,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국내법이 공공 건설된 철도 노선에 대해서는 한국철도공사가 전담하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그런데도 한미 FTA와 한호주 FTA는 이와 어긋나는 잘못된 조항을 두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즉 초점은 공공 예산으로 건설한 철도 노선을 한국철도공사가 전담하느냐 아니면 민간 기업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느냐이다. 그러니까 철도 민영화 문제이다.
아래 표의 국내법과 FTA 조항을 보자.
(1)철도산업발전기본법 | (2)한미 FTA | (3)한호주 FTA |
21조 3항 국가는 철도 운영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하여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관련 조직을 전환하여 특별법에 의하여 한국철도공사를 설립한다. | 부속서 1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하 생략) | 부속서 1 현행 규정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개괄적으로 명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국민이 설립한 한국 국적의 법인(한국 국적의 주주가 100%의 주식을 소유한 법인)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하 생략) |
위 세 개의 조항은 어떻게 다른가? 독자들도 알다시피, ‘철도청’이라는 기관이 있었다. 그때에는 철도 기관사는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2003년 12월에 철도청을 폐지하고 한국철도공사를 만들었다. 표 왼쪽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21조 제3항이 그 법이다. 이것을 ‘공사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민영화’라 하지 않는다.
기본법은 공공 건설 철도의 철도공사 전담의 원칙을 정한 것이다. 이는 위 기본법에 따라 철도공사가 출범한 전날인 2004년 12월 31일에 국토교통부가 밝힌 것이다. 지금도 독자들은 국토교통부의 누리집에서 위 날짜 보도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밑줄 글쓴이, 이하 같음)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의 시설 부문과 운영 부문 분리를 골격으로 하는 철도산업구조개혁에 따라 철도 운송 사업 등 철도 운영 부문을 전담하기 위하여 설립되는 정부 투자 기관이다.”
공공 건설 철도의 철도공사 전담 원칙은 국토교통부가 법적 공문서에서도 이미 확인했다. 1회 기고에서도 소개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위 기본법 제5조에 따라 만든 ‘제1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06~2010년)’이라는 법적 문서가 있다. 여기에서도 국토교통부는 “기존 철도청을 공사 체제로 전환하여 철도 영업을 전담토록 하고, 철도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며 안정적으로 투자”한다고 명시했다.
심지어 수서발 KTX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2년 10월 29일, 국토교통부는 박주선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해 이렇게 서면 답변하였다.
“그간 철도공사는 공공 건설 철도의 유일한 철도사업자 지위 등을 감안하여 국토교통부에서 철도공사에서 신청한 사업 계획의 변경을 승인하였으므로, 旣(기) 승인된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에 사업권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볼 수 있음.”
수서 KTX 민영화를 위한 FTA 철도 독소 조항
그런데도 한미 FTA는 어떻게 했는가? 위 표 둘째 칸을 보자. 한미 FTA는 공공 예산으로 건설된 철도를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되었느냐 아니면 그 후에 건설되었느냐를 기준으로 둘로 나누었다. 그리고 전자에 대해서만 철도공사의 전담권을 인정했다. 이것은 국내법 위반이다.
심지어 한호주 FTA는 어떠한가? 위 표를 보면 한미 FTA에서 인정했던 2005년 6월 30일 이전 건설 노선에 대해서마저 철도공사의 전담권을 없애 버렸다! 철도공사라는 이름 자체를 없애 버렸다. 이것이 내가 제기한 문제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국토교통부가 해명 자료에서 “기존에 운영 중인 노선에 대해서는 외국에 개방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본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미 FTA와 한호주 FTA 철도 독소 조항 폐기해야
어떻게 할 것인가? 법치주의에 맞게 해결해야 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맞게 한미 FTA와 한호주 FTA의 철도 독소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진작 2004년에 밝혔듯이 법률의 구조나 내용 또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헌법적 요청이다. (체계 정당성의 원리)
법치주의는 단지 철도 민영화 만의 문제가 아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나는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북한의 2012년 새 형사소송법에 따른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그는 최소한 재판 5일 전에 ‘기소장’(공소장)을 받았고 재판을 준비할 수 있어야 했다. (제297조)
언제나 법치주의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먼저 법치주의를 실천하지 않고는 한국이 통일을 이끌어 갈 수 없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맞도록, 한미 FTA와 한호주 FTA 철도 독소 조항을 폐기하고 아래처럼 고쳐야 한다.
(부속서 1) 공공 예산으로 건설된 철도 노선에 대해선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한국철도공사만이 철도 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다만 한국철도공사가 위 법에 따라 운영을 포기한 노선이나 민간 투자로 건설된 노선에 대해서는 경제적 수요 심사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 만이 노선의 철도 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