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스물여덟살.. 작은 벤쳐에 비서로 근무하고있습니다. 며칠전 오유 유머글에서 어떤분이..결혼을 생각한 여자분의 과거에... 술집접대부였던 사실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아.. 더이상 믿을 수 없네 마네.. 말씀하셨던 걸 보고.. 괜히 가슴이 답답해서.. 글한번 뚜닥여 보네요..
저는 상고를 나와서 바로 기업에 들어갔죠. 대학은 안나왔어요. 그러던중 IMF때문에 안그래도 사업수완 없던 큰오빠가 유통사업을 하다 망했습니다. 참고로 부모님은 예전에 일찍 돌아가셨구요. 여덟살, 여섯살 차이나는 큰오빠 작은오빠의 보살핌으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저도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거였죠. 저에게는 부모같은 존재인 큰오빠가.. 사실 제가 여자로서 남자를 보는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몹시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사업수완도 없는데 적응도 잘 하지못하는 우리 큰오빠같은 존재..많이 한심했겠지만.. 저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싶었거든요. 그래서 대출받고..것도 모지라서.. 조금후에 퇴직해서 퇴직금까지 제가할 수 있는 모든 돈은 다 땡겨 받쳤습니다. 이제 다른 회사로 가서 대출받은 걸 매꿔야하는데..그게 스물둘때였어요. 그런데.. 저는.. 학교다닐때..밴드도 했었고.. 과외활동모임에서 임원으로 지내며 여기 저기 많이 쑤시고 다니는 몹시 활동적인 애였거든요.. 노래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해서.. 노는 시간을 완전히 없애고.. 회사 끝나고..저녁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것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투잡을 시작한게 스물둘때였어요..처음엔 영어과외도 해보고.. 남의집 baby-sitter도 해봤는데 성격이 너무 과격한 탓인지..아이들 돌보는 일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호프집 알바를 시급 2,300원 받고 했어요. 회사끝나는 여덟시부터 열두시까지..처음에는 급여는 고스란히 대출상환으로 들어가니까 집세며 생활비만 벌자고 시작했는데.. 그돈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니까 나와서 사는데 돈이 없어 월세집을 얻어 한달 이십만원씩 내고.. 공과금이며..점심값.. 차비.. 뭔가 다른 여가를 즐기거나 나를 위해 몇천원짜리 화장품 하나를 사는것도 찢어질 지경이었어요... 그래도..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늘렸지..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딴 생각 안하구요.. 그생활 일년.. 정말 미친듯이 해서.. 빚 갚았어요... 그런데.. 또.. 다시.. 사업을 벌이다..실패한...오빠... 이번엔 딱 천만원만 있으면.. 괜찮을 거같다 해서.. 더이상 대출은 못하겠고.. 지인께 부탁드려 천만원을 드렸어요.. 물론..한달에 팔십만원씩 일년 상환하기로 차입증까지 쓰고요.. 너무 감사해서.. (지금도 눈물나게 감사하죠..저같은게 뭐 볼 거 있다고..) 또 다시 투잡해서..열심히.. 돈을 벌었어요..한달이라도 땡겨 돈 갚고.. 빨리 나도 다른 친구들 처럼.. 정상적으로 살고싶었거든요.. 당시 제 생활은..일..잠..술밖에 없었어요.. 일하거나 잠자지 않는 시간엔 술을 마셨죠.. 돌아다니면서 마신게 아니라.. 풀 수 없는 스트레스를 그렇게 풀었던 거같아요..
암튼.. 그렇게 일하는데..같이 알바하던 친구가 갑자기 그만두더군요.. 그러다..며칠있다 연락이 왔는데..자기.. 시내에있는 단란주점을 나가고있데요.. 그게 뭐 어떠냐 싶어..돈은 잘 벌리냐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죠.. 그랬더니..삼일 일했는데..벌써 사십을 벌었다는 거에요.. 사십... 그동안 그나마 착실하게 일해서 사장 눈에 들어 몇달만에 올린 급여가 삼천원.. 하루 일당 만오천원..한달 내내 쉬지않고 일해야 사십오만원.. 그걸..삼일만에 벌었다니요.. 그래서..너 몸팔았냐 했어요.. 아니래요..자기는 그냥 테이블 티씨만 받았데요..나를 그런애로 보지말라더군요.. 그래서.. 그럼 테이블에 앉아서 뭐하냐 물었죠..그냥 손님들 비위 맞춰주고.. 술따라주고 하면된다더군요.. 손찌검은 많이 없냐 했더니..자기는 지금까지는 그런거 없답디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보자..제가 먼저 그랬어요..
나갔죠.. 단란주점이 밀집해있는 구역에있는 작은 주점이었구요..일하는 아가씨들은 대략 여섯정도..그지역 주점들끼리 연계해서 돌아가면서 아가씨를 조달하기도 하는가보더라구요.. 암튼 첫날 갔는데.. 통장으로 돈을 넣어주니까 통장을 만들어오라길래.. 나는 땡겨주는 돈도 필요없고 통장도 필요없으니까 맨날 일당 그냥 현금으로 달라고했어요.. 사장같은 사람이 위아래 흝어보더니..원래는 안되는데 해준다더군요.. 그래서 그날부터 나갔죠... 사실..스물셋..그나이에 뭘 알아요..더군다나 사회생활 하자마자 일만 죽어라했던 나인데.. 술집아가씨들이라고 다를 거 하나없데요..다만... 돈을 쉽게벌어서 그생활에 익숙해져선지.. 명품투성이더라구요..그거 안사고..돈모아서 딴일 했으면 좋겠는데... 암튼.. 그아가씨들은 그아가씨들이고..그렇다고 이상하게 보진 않았구요.. 내가 이렇게 살듯..그사람들도 나름의 방식이겠지 했죠...
결론을 말하자면..삼일 일했어요... 삼일동안...음... 물론 여러분들 아시는대로..주무르고.. 허리 감고..브루스추고.. 그래도..저는..처음이라고..좀 빼고..그랬는데..앞서 말한 그 아가씨들... 하~~ 아직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술취한 손님이.. 파진 옷속으로 손집어서 가슴을 조물락 거리는데.. 그때 그 아가씨하고 저하고 눈이 맞았거든요.. 시체같았어요..동공이 풀려서.. 자포자기한.. 내몸은 내몸이 아니다.. 이건 껍데기다.. 스스로 그렇게 시체취급하는 거같은...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그 다음날.. 못나가겠다고 전화했죠.. 물론..당일당일 현금 빼준 사장.. 갖은 욕설에..아가씨들도 돌아가면서 한번씩.. 니년이 그렇게 조신한 년이냐.. 뭐.. 잘사나 두고보자..길에서 보지말자...조심해라.. 난리도 아니었지만.. 나중에 나도..무뎌져서..그아가씨처럼 될까봐..너무 무서웠어요..
술집다니는 아가씨들더러 빠순이라고.. 쉽게 돈벌라고.. 머리 비어서 그러고 다닌다고.. 모르는 남자들.. 심지어 같은 여자들까지 그렇게 욕하죠? 그러지 마세요.. 술취한 사람 접대하는 거 만큼.. 어려운 일이 없어요.. 지금까지.. 손가락에 꼽지도 못할만큼 아르바이트 많이해봤지만..역시나.. 그만큼 어려운 일이 없었어요..(겨울에 주유소에서 총질하는 것둥..ㅠㅠ) 그런데..그렇게 일하고..삼일 일하고.. 제가 얻은 돈이..삼십만원...이었어요... 그것만해도..엄청났죠... 근데 그돈..못쓰겠더라구요.. 그래서 큰올케..고생한다고.. 오빠랑 외식하라고..줘버렸어요..
그러고..벌써 오년 지났네요.. 그리고 나서 오빠는 또 사업에 실패해서..우리 온식구가..그것때문에 절망의 늪이었어요.. 저는 스물다섯되던 해에.. 모든 빚을 다 청산하고..이제부터라도 돈 모아서..새로시작하자했는데.. 다시 그래서..더 큰돈을.. 또다시 미친듯이 벌어서.. 지난달.. 모두 끝냈답니다. 스물여덟...저는 다시 시작하고있어요..
아~ 말하려던 게 이게 아니지.. 그러니깐요 남자분들.. 저는 술집에서 일했었지만..한치 부끄러움도 없이 말할 수 있어요.. 내가 내입으로 말했든.. (저는 좀 용감해서요) 용기없어 사랑하는 사람한테 말 못하고 과거의 자신을 탓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술집에서 일하면서..다른놈 손좀탓든.. 심지어 이차를 따라나갔든... 내 몸의 순결 여부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만진다고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썩는것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 정신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어찌됫든 누구한테 도움한번 되보겠다고... 그러다 어찌 어찌 무슨일해보다..어쩌다 그쪽으로 흘러들어가서 그런 일이 있었던들.. 지금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잘 살고있는데..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물론 거기 가서 수틀려서 완전히 발목잡히는 일도 많이있지만요.. 꼭 그런데 다닌다고 해서 빠순이다 뭐다.. 욕하진 마세요... 비록 음지에서 발버둥칠지언정.. 나름대로 돈 모아서 자기 사정에 부합하는데 쓰고.. 다른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저는 지금..연애중이거든요... 빼어나게 예쁜 것도 아니고.. (저는 사실..코끼리 다리에..성질이 아주 지랄같아여..) 가진건 정말 없고..(빚만없어도 저는 감사하죠) 또 집안도.. 정말 뭐하나 가진게 없는데..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제 발이 되주고..손이 되주었어요.. 그걸 숨겼냐구요? 아뇨.. 차마 제가 먼저 다가가진 못하고..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겠다고 말해오면.. 전 처음에 제 집안사정부터..그런 일들까지 모조리 말하고 시간을 줘요.. 이런 나라도..받아줄 수 있겠느냐고.. 지금까지 너무 힘들어서.. 이젠 사랑 받고싶은데..사랑해줄 자신 없으면..다신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하죠.. 그래서 그 사람들이 그 순간 눈이 멀어 그래 만나보자-하고 나중에 시간지나면 저를 업신여기고 함부로 했을까요..? 아뇨.. 미안할만큼.. 아무 조건없이 너무 사랑해줘서..전 늘 지난사람들에게 감사해요.. 제가 운이 좋아서 그런 분들만 만났는지모르겠지만.. 오유 하시는 다른 여러 남자분들도.. 여자의 몸뚱이나..과거에 연연하기 보다... 그런 일을 해야만했던 그녀의 속사정을..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마음아팠을지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수치심에 목놓아 울다가 지쳐 혼자 잠들었을 그녀의 외로운 시간들을... 그냥 꼭 안아주세요... 혼자 이해하고 용서할 수 없다면..혼자 생각하고 결론내리고 헤어지고 하지마시구요.. 그냥 대놓고 물어보세요.. 왜 그랬냐.. 그럴 수 밖에 없었냐... 그럼 분명 사정 있을겁니다..자기발로 사창가로 들어가는 여자들..많이 않잖아요... (저는..물론...-_-;; 제가 들어갔습니다만... 매우 욕하세요..흠!)
암튼..저는.. 여전히 일도 열심히 하고있고..뭣보다도..일하면서 뵌 어른들께서 이쁘다 이쁘다 하셔서.. 그게 너무 스스로 대견하구요.. 또 좋아하는 사람도 생겨서..너무 좋아요... 지금 남자친구요? 물론 알고있지만.. 그래도 내가 너무 예쁘데요... 이렇게 생활력 강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나를 만난게 너무 감사하데요.. 단 삼일동안이었지만..술집은 술집이니깐요...
과거는 과거일뿐... 그런 걸 가지고..소중한 시간 함께했던 내 반쪽을... 함부로 생각하진 마세요... 스스로를 죽이는 일입니다.
처녀가 아니라고 고민하는 남자분들.. -_-+ 저는 첫경험이었는데도..너는 처음이 아니다.. 고개젓는 놈에게 처음을 받쳤습니다. 당신이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여자가..사실은 처음이면.. 그 오해에서 비롯된 여자에게 저지를 상처를 어떻게 감당하실 거에요? 육신은..변하는 거에요...
변하지 않는 정신에.. 내 영혼의 동반자에게..올인하세요.. 아.. 전혀 유머스럽지 않은 말을 두시간이나 또닥거렸네요.. 읽으시느라 너무 욕보셨구요...
살기들 너무 힘드시죠? 저처럼 스물여덟이나 먹어서 한푼 없이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 (그나마 나는 다행이지) 저희오빠처럼 결혼생활 십년에 남은건 억대 빚뿐인 사람들... 수두룩 합니다..기운내고..현재에 충실히 열심히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