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 남자친구를 '좋은 남자'라고 믿었어요.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도 결혼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진지해보여서
저 역시 진지하게 결혼도 생각해왔구요.
한달 후면 삼주년,
시간이 갈수록 안좋은 모습들만 보여주네요.
실망, 애써서 회복, 다시 또 실망..
신뢰 깨짐, 꾸역꾸역 회복, 다시 또 깨짐..
'좋은 남자'라는 확신 역시 이제는 없네요.
들통난 것도 있고
제가 알게됐지만 모른척 해준 것도 있고
거짓말하는게 뻔한데 믿는 척 넘어가준 것도 있고.
제 남자친구는 평소에 윤리적으로 옳은 말을 잘해요.
굉장히 개념있어 보인달까요.
예를 들면,
말끝마다 욕설하는 입 더러운 사람 보고 진짜 보기 안좋다거나,
문란한 생활하는 사람들을 쓰레기 취급하며 욕한다거나,
사람이 어떻게 시험 준비하는 수험생을 신경 쓰이게 할 수가 있냐던가,
어머니를 외롭게 하는 본인의 아버지를 보며 어찌 남자가 자기 와이프를 외롭게 할 수가 있냐거나,
남녀 사이에 친구는 절대 될 수 없다거나.
뭐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정말 힘든게
이렇게 욕하는 대부분이 자기 얘기예요..
"너도 그렇잖아"라고는 절대 할 수 없어요, 불같이 흥분하며 화낼게 눈에 보이거든요.
그냥 들으면서 맞장구 쳐주는데 속으로는 겁이 나요.
본인도 그렇다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러는걸까요?
사실 제가 스물일곱 먹은 수험생인데
그저께 저랑 티격태격한 후로 연락도 없어요.
그 다음날 바로 먼저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얘기하기 싫다고 끊으래요.
제가 기분 나쁘게 한건 이해하겠는데 누가 봐도 이렇게 며칠씩 화낼 일은 아니거든요.
시험은 다가오고 죽겠네요 정말.
최근 한달 들어, 다른 여자 생겼나 싶은 느낌이 들게 가끔 행동하는데.
사소한 일로 화나서 제가 먼저 연락해도 싫다 그러고
며칠씩 연락 없으니 또 그런 느낌이 드네요.
이런 얘기 할 곳도 없고
속은 너무 상하고
마음은 초조하고
전화해서 따질 기력같은건 전혀 없고
그냥 넋두리나 하고 싶어서 이렇게 두서없이 주절주절 써봐요.
남자친구도 이 글을 볼 수 있을까요.
저 좀 따듯하게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