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인들은 세상을 보고 통찰하는 잣대가 대부분 이분법 적인 짧은 소견과 시각으로 접근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들이 세상을 보는 기준은, 세상의 가치관은 "악 아니면 선", "옳은일 아니면 나쁜일","하나님 아니면 마귀","천국 아니면 지옥","형제나 자매가 아니면 이방인" 등으로 나뉘죠.
물론 날 때부터 그런것은 아니고 무지한 목사들의 설교에 의해 트레이닝 되고 다듬어진 모습들입니다.
사람이 이진법으로 모든 것을 연산하는 컴퓨터도 아닌데, 1 아니면 0 이라는 단순 연산밖에 할 줄 모르는 기독교인들과의 대화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많은 짜증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번 믿기로 결정한 어떤 대상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그 대상에 true라는 값을 집어넣고, 그 대상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false를 집어넣습니다. 물론 그 대상이 정말로 true인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통찰해보는 작업은 생략합니다.(교회에서 이 작업은 믿음이 부족한 신도들이나 행하는 저질이자 악마의 꾀임 정도로 취급됩니다) 그저 자신이 믿고 싶은 부분을 true라고 선언해버리는 것이죠.
바로 이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교리가 바로 예수천국 불신지옥 입니다.
착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천국 입성이 가능한 티켓은 오직 예수라고 주장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수가 자신의 모든 죄를 대신 갚아주었고, 그 공로를 깨닫고 믿고 의지하기로 결정한 순간이 바로 '구원받은 날' 이며, 천국에 들어가는 표를 얻은 날이라는 것이죠.
그 반대로 이 표를 얻지 못하면, 선행 여부나 어떤 능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지옥행이 되는 것이죠.
몇 가지 절차를 구성해서 이 이야기를 분석해보면..
① 구원의 필요성 ② 천국과 지옥의 실존 여부 ③ 구원이 미치는 효과
크게 이렇게 나눌 수 있는데, 1번과 2번 같은 경우에도 할 말이 많지만..(사실 1번과 2번 같은 경우도 모두 논파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금은 3번에 관한 이야기만 해볼께요.
많은 교회에서 예수이 구원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며, 또 당연한 듯이 그렇게 가르칩니다.
정말 예수가 모든 인간의 구원을 완성했을까요?
성경의 구절을 살펴 보겠습니다. 4복음서중 다른 복음서들은 예수가 구원을 완성했다는 구체적인 결론은 제시하지 않지만(유추해볼 수 있는 구절들은 있습니다) 요한복음에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 가라사대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시고 영혼이 돌아가시니라](요 19:30)
이를 통해 볼 때, 분명히 교회인들은 예수가 인류 구원을 죄의 대속을 통해 완성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듯 합니다. 그렇다면 인류의 모든 죄가 예수 덕분에 사라졌으니 모든 인류는 천국을 약속받은 것일까요? 아뇨! 죄는 모두 사라지지 못했습니다.
'복음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로마서를 한 번 살펴보죠.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마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 (롬 20~22)
[일을 아니할찌라도 경건치 아니한 자를 의롭다 하시는 이를 믿는 자에게는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시나니] (롬 4:5)
의롭다 함을 얻기 위해서는 '믿음'이라는 조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예수는 무수히 많은 죄를 삭제하였지만, 단 한 가지 죄는 예수의 능력으로도 삭제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불신' 이지요. 여기서 예수의 전능함은 분명히 무너져 내립니다.
로마서가 주장하는 교리가 맞다면, 예수의 구원 사역은 '불완성' 입니다. 모든 인류를 구원하지 못했고, 구원받기 위한 조건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불신'이라는 죄는 예수가 오기전의 죄와 동일하게 처리되어 죄의 영속성은 그대로 건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수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으며 능률도 없는 헛수고를 한 셈입니다. 예수가 오기전의 상황과 죽은 후의 상황을 비교해서, 죄도 그대로이고, 조건도 여전히 그대로라면 예수는 대체 무엇을 한것일까요?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사후 세계가 결정되던 시대에 비해 '예수의 대속'이라는 편법이 통용된 후 부터는 비양심적이던 사람들까지 그 편법에 힘입어 더욱 교만해지고 그 교만은 특권의식과 선민사상을 더욱 가속화시켜 오늘날 온갖 폐해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의 공로가 정말로 헛수고가 되지 않고, 값진 희생이나 눈부신 찬양의 대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로 '구원'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면, 종파나 믿음이나 기타 다른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순수하게 '모든' 인간이 이미 구원을 받은 상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교회인들은 예수의 공로가 정말 성공이었다고 주장하려면, 불신지옥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철폐해야 할 것 입니다. 기독교인이든, 천주교인이든, 불교인이든, 대종교인이든, 힌두교인이든, 밀교도이든, .. 심지어 무신론자라고 할 지라도, 조건에 따라서 구원 여부가 '결정'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의 피의 공로로 모두 구원받고 결국 천국행이라고 예기해야만 할 것 입니다.
뒷 사람들의 선택 여부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는 구원은 결코 '완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원의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지, 구원을 완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원론을 보통 '만민구원설'이라고 부르며, 채택하고 있는 교회도 있습니다.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요. 사실 성경적으로 예수의 구원이 완성이라고 주장하려면 만민구원설이 가장 합당한 교리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영화를 보여주고자 할 때, '조건' 에 따라 변하는 구원 여부는, 영화표만 제공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친구가 영화표를 받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는 얻었지만, 결국 그것은 친구가 '영화관'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소용 없게 되어 버립니다.
엄밀히 말해서 그 상황은 친구에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표를 제공한 것이지, '영화를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예수가 누구나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게 천국표를 뿌렸지만, 그 천국표를 줍는 사람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면, 예수는 '모든 사람'을 천국에 갈 수 있게 한 것이 아닙니다. 즉, 예수의 구원 사역의 취지가 모든 인류를 '구원'한다는 것이었음을 상기할 때, 예수의 십자가의 대속은 결국 '실패'로 끝난 사건입니다.
논리에 함락당하지 않기 위해서 만민구원설을 채택하는 교회는 왜 소수에 불과할까요? 심지어 입만 열면 자신들은 '성경적'이라는 소리가 떠나지 않는 교회의 여러 목사들도 만민 구원설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예수의 복음을 뒷바침하는 가장 성경적인 교리인, 만민구원설이 이단 취급당하는 이유는 실제로 교회를 먹여살리는 양분인 '전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공로가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는 순수한 구원이라는 가르침은 결국 자기들의 신도가 되지 않아도 천국가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말이며, 그것은 신도수를 늘리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3살 꼬마도 알아차릴 수 있는 성질이겠죠.
현대사회의 높은 정신수준에 의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성하고, 전통이나 권위를 빙자한 일방적인 주입식 정보들에 대한 비판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시대에 교회는 어떤식으로든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이제는 '선택'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논리에 함락당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신 조차도 논리 앞에서는 벌거벗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