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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와 대한민국
게시물ID : phil_85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얍테
추천 : 3
조회수 : 49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3/16 11:55:43
  우리에게는 인종주의라는 말이,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헛소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흔히들 말하는 '단일민족' 이라고 쓰잘데기 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이다 보니, 애초에 인종주의라는 말 자체가 익숙치 않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종주의는 단순히 서구의 지배올로기로써의, 과거의 이데올로기로써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종주의는 지금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큰 흐름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해졌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서, '더럽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거니와, 물론 역사적 배경이 바탕이 되기는 하지만 일본인에 대한 혐오도 만만치 않다. 설령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특히 동남아쪽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 '떨어진다.' 라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인종주의에 익숙하지 못한 까닭은, 어느 역사책에서도 인종주의를 깊게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가르치고 있는 세계사 책을 보더라도, 인종주의를 단순히 지배이데올로기로 설명할 뿐이지, 그것이 어떤 병폐를 가지고 있고,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입장은 이해할만 하다.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부끄러운 역사이니까. 하지만 이 '인종주의'는 서구세계에서도 슬금슬금 다시 얼굴을 내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서구세계보다 더욱 더 심한 인종주의가 만연해 있다.

  우리는 왜 인종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은 인종주의라는 것이 2000년이 넘도록 다른 대륙과 나라를 침략하고 노예화하고 착취한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사이에서 우등한 것과 열등한 것을 가려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착취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바로 인종주의의 핵심이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하면서 외쳤던 아리아인 우월주의라는 것도, 결국은 인종주의의 파생에 불과하다. 인종주의는 자신의 인종(국가)가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며, 이것은 곧 다른 인종을 착취하고 노예화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갖게 한다. '우월'한 우리가, '열등'한 저녀석들을 부려먹는 것이 당연하다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생태계'같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종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말했던 것처럼, 인간사이의 우열을 가려서 한 인종이 다른 인종을 노예화하고 착취하는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보았을 때, 어떤 이데올로기가 이보다 비도덕적일까 할 정도로, 끔찍한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인종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 하는 것을 넘어서,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 더욱 더 무서운 점이다. 다른 인종을 노예화 화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런 인종주의는, 식민주의와 아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연관성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식민주의는 단순히 인종주의의 연장선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민족이 저들 민족보다 우월하니, 저들을 노예화하고 착취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곧 인종주의라면, 노예화하고 착취하는 행동 자체가 식민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종주의는 제국주의, 식민주의라는 무시무시한 사상들을 낳았고, 그 극악의 절정은, 2차대전 시기를 보면 너무도 처절하게 드러난다. 유대인들을 대량으로 학살하고,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을 인체 실험도구로 사용하는 등, 우리는 인종주의의 폐단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아왔다.

  이렇게 극악까지 닿았던 인종주의는, 현대사회에 있어 터부시 되어왔다. 그것이 옳은 흐름이고, 그래야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요즘들어 또 인종주의는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물론 네오나치와 같은, 극단적인 인종주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보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동남아쪽 사람들에게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 있어서도 저들을 다 쫒아 내야 한다느니, 더럽다느니 하는 차별의식을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범죄의 온상이고, 그들이 있어서 우리나라 국민이 위험하다.'라고 우기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억지로나마 이해 해 줄 수 는 있다. 설령 그것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데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되는가? 반유대주의에 절정을 달했던 유럽(독일 뿐 아니라, 유럽 사회는 나름대로 반 유대주의 사상이 만연했다. 셰익스피어를 보더라도, 악역으로 나오는 돈만 밝히는 샤일록은 유대인이다.) 에서 유대인을을 차별헀던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돈밖에 모르는 더러운 놈들.' 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의식이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있었고, 그것이 곪고 곪아 결국 홀로코스트같은, 유대인 학살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런 인종주의가, 언제 나치의 유대인 학살주의처럼 극악한 문제로 치닫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제 사회가 혼란에 휩쌓이고, 전운이 드리운다면, 여태까지 숨겨져 왔던 외국인 차별주의가 극단으로 치닫아, 또다른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당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세계시민이요.' 라고 했던 디오게네스의 생각이,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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