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우리는 또 한번 우리의 처지를 곱씹게 되는 일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월에 일본을 방문키로 한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 이 뉴스는 그냥 남의 외교문제인 듯 합니다만, 속내를 살펴보면 한국엔 뼈아픈 소식입니다. 푸틴은 아마 이 회담을 통해 아베와 함께 북방 4도 중 일부 반환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또 아베는 아베대로 일본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섬나라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푸틴은 일본의 경제적 투자를 바라고 있는데, 그 방법으로서 사할린과 홋카이도 간의 해저터널을 건설하고 이를 통해 일본은 대륙과 직접 교역을 할 수 있는 길을 열 수도 있게 된 겁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됐던 동북아 물류 허브의 꿈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의 경우 사실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았습니다. 일제시대 초반만 해도 경성에서 유럽으로 가는 것은 상식이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분단국가가 되고 나서 서울에서 유럽으로 기차로 간다는 것은 오래전 일이 됐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동안, 우리는 이 꿈을 다시 키워낼 수 있는 상황이 됐었습니다. 극우 세력이 그토록 욕하고 저주했던 햇볕정책은 사실 이 꿈을 이뤄낼 수 있는 투자였습니다. 남북이 철도를 잇고, 부산을 떠난 열차가 중국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는, 이젠 중국의 부상으로 뒤쳐져버린 제조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물류산업의 기회가 거기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이제 러시아가 남북 관계, 그리고 사드 문제 등 지금의 상황을 문제삼으며 일본과 직접 해저터널을 뚫고 물류 교역을 이루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미래의 커다란 먹거리를 잃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의 고립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이미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철도로 교역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철도를 통해 북한은 유럽까지 물류를 수송하거나 받는 것에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어서, 만일 북한과의 철도가 이어진다면 부산항에서 그들의 수출품들을 하역하면 우리 기차가 그것을 싣고 유럽으로 달릴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가 일본과 직접 해저터널을 통해 물류를 운반하게 된다면, 부산항은 그 존재감을 크게 잃어버리게 되는 거지요.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들의 권력 연장을 위해 민족 갈등을 그들의 '수단'으로 삼아 버리고 나자, 갈등은 필연적으로 찾아왔습니다. 문제는 그 갈등이 민족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깊어지는 동시에, 우리 미래 후세들의 먹거리마저도 날려버리는 상황을 가져온 겁니다. 이것만 생각하더라도, 이명박근혜 정권이 우리의 미래를 얼마나 망쳐 놓고 있는가 하는 것은 너무 분명해집니다. 정권교체가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 구축을 이야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권이 등장해야 하는 것은 너무 분명한 일입니다. 평화는 그저 우리에게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가져다주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 먹거리까지도 보장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래도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시겠습니까? 눈을 뜨지 않으시겠습니까?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