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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할머니의 목적
게시물ID : panic_764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KRKO
추천 : 30
조회수 : 482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1/21 18:06:41
내가 직접 겪은 실화다.

어릴 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른 채 넘어갔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노라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무서운 일이었던 것 같다.

그 사건은 내가 무척 어릴 때 일어났다.



기억이 애매하지만, 여동생이 아직 갓난아이였을 무렵이니 아마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당시 여동생은 천식이 심해, 진찰과 약 처방을 겸해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먼 곳에 있는 병원에 통원하고 있었다.

나는 딱히 병은 없었지만 매번 동생과 어머니를 따라갔다.



어렸을 때는 설령 병원에 가는 것이라도 멀리 나가는 건 다 즐거운 법이다.

게다가 가는 도중에 음식점에 들러 외식을 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픈 동생 챙기기도 힘든데, 나까지 따라오니 무척 힘드셨을 것이다.



[너는 집에 있으렴.] 이라는 소리를 매번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늘 고집을 피워 같이 병원에 따라다녔다.

병원에 가면 여동생이 진찰을 받을 동안, 나는 병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다.

그 날 역시 평소처럼 넓은 병원 안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환자복을 입은 처음 보는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얘야, 사탕 먹을래?]

새하얀 백발인 와중에 듬성듬성 보이는 검은 머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할머니는 몹시 몸집이 작은데다, 심하게 야위에 있었다.



안색도 영 좋지 않아 건강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

무슨 생각이라도 골똘히 하는 듯 어두운 표정에, 몹시 지친 것 같은 얼굴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보는 눈이 몹시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는 [나는 여기 입원해 있단다.] 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혼자 병원 안을 돌아다니는 나를 보았기에, 말을 걸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외로워서 그런데,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무서웠기에, 고개를 젓고 어머니 곁으로 도망쳤다.

할머니가 어슬렁어슬렁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여동생을 안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울며 달려갔다.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이상한 할머니가 따라와!] 라고 소리쳤다.

할머니는 어느새인가 내 손수건을 손에 들고, [이걸 떨어트렸네요.] 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죄송합니다.] 라며 사과하고 손수건을 받았다.



그리고 나한테 [실례잖니! 그런 말 하면 못써!] 라고 혼을 냈다.

할머니는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 어머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깜짝 놀란 듯 입을 떡 벌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어머니를 보고 말했다.

[우리 딸하고 똑같아.]

할머니는 10년은 더 된 옛날에, 어머니랑 똑 닮은 딸이 있었던 듯 했다.



그리고 그 딸은 그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안타깝다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후로 병원을 찾을 때마다 우리를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여동생과 나에게 과자나 장난감을 안겨주었다.

[죽은 딸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라며 기뻐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차마 어머니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할머니가 무서웠던 나는, 언제 가도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기분 나빴다.



결국 나는 언제부턴가 병원에 따라가는 걸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나에게 [동생 병원 가는데, 같이 안 갈래?] 라고 권해오셨다.



나는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혹시 진찰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사주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도착해, 여동생의 진찰이 끝나고 어머니와 수납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때까지 할머니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오늘은 없나보다. 혹시 퇴원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찾았다.]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할머니는 늘상 입던 환자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있었다.

[A씨, 요새 월요일마다 기다렸는데 못 봐서 서운했어. 통원하는 요일이 바뀌었으면 알려줘야지.]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질책하듯 말한 후, 나를 보며 웃었다.

[오래간만이네, K군. 오늘은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 줄게.]

거절하는 어머니를 억지로 밀어붙여, 할머니는 우리를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식사하는 동안 할머니는 계속 웃고 있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이상한 대화를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두 개 있으니까 괜찮잖아.]



[그런 소리 그만 좀 하세요.]

[괜찮잖아.]

[경찰을 부를 거에요.]



[그럼 이걸 읽어봐.]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봉투를 건네주었다.

그 날 집에 돌아올 때는, 평소와는 다른 도로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 안에서, 어머니는 이상한 질문을 했다.

[K야, 너, Y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니?]

[...응.]



[너는 오빠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Y를 꼭 지켜줘야 해.]

[응.]

[다음주부터는 너도 Y랑 같이 병원에 와서, 옆에 꼭 붙어서 지켜주는거다?]



[응.]

그 당시에는 왜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만나던 할머니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가량 지난 어느날, 나는 어머니에게 [그 때 그 할머니, 그러고보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고 물었다.

돌아온 어머니에 대답에, 나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아마 이미 죽었을거야. 그리고 그 사람, 할머니가 아니라 나랑 동갑이었어.]



나는 깜짝 놀랐다.

당시 어머니는 30대였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어떻게 봐도 60은 훌쩍 넘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진실은 이랬다.

퇴원하고 나서도 계속 병원을 찾는 할머니의 모습에, 어머니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할머니가 무슨 병을 앓기에 아직도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인지를 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놀라운 것이었다.

할머니는 병 때문에 입원한 것이 아니라, 정서불안으로 인해 자살을 지속적으로 시도한 탓에 입원했었던 것이다.

딸이 죽은 충격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고, 그 와중에 심신이 쇠약해져 외모마저 급속도로 노화되었던 것이다.



죽은 딸은 갓난아기였다.

즉, 어머니와 닮았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할머니가 어머니를 향해 [우리 딸하고 똑같아.] 라고 말했던 순간, 어머니는 팔에 여동생을 안고 있었다...



할머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상냥했던 할머니였지만, 점차 어머니에게 여동생을 자신에게 넘기라며 집요하게 요구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연히 어머니는 거절했다.



그리고 혹시나 여동생을 할머니가 유괴라도 할까봐, 나를 보디가드 삼아 병원에 같이 데리고 왔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어머니는 그 때까지도 가지고 있던, 할머니가 줬던 봉투를 내게 보여줬다.

안에 들어있던 편지에는 짧은 문장 몇 줄만 있을 뿐이었다.



[딸 곁으로 갑니다. 당신 탓입니다. 계속 원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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