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가 재벌그룹 산하 경제연구소장을 만난 것 정도는 인터넷 논객들의 시비거리가 될지언정, 같은 당 소속 정치인이 정색하고 공격할 만한 실책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이야 여러 진영의 사람과 기관을 두루 만나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도 박영선 의원이 이랬다는 것은 의도적이고 명시적인 도발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 의원이 4선인가 하죠. 인터뷰 중에 기자의 유도 발언에 넘어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올릴 때에는 심사숙고하여 올린 것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고, 더 민주당 지지 국민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열의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럴 때에 당 소속 중견 정치인이 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정면으로 강도 높게 공격하였다는 것은 더민주당 비주류와 국민의당을 아우르는 야권의 비주류 그룹에서 문 전 대표로 정권 재창출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보장받을 수 없다고 보고, 문 전 대표를 지금부터 만신창이로 만들어 제거해야 한다는, 합의되고 확신에 찬 전략적 판단을 하고서 박 의원이 공격의 선봉에 나선 것을 의미합니다.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누구나 다 정권 교체를 말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국회의원으로서 차기를 보장받는 것입니다. 정권 교체는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야권이 주류 중심으로 개편되고, 비주류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이 이토록 터프하게 나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의도가 없다면, 이런 공격을 절대 안 하죠. 설사 유력 대선 주자가 언행에 실수해도 소속 정치인들은 대개 감쌉니다. 쉴드치기가 민망하다면, 침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게 정당을 함께 하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금도입니다.
문 전 대표 공격에 초선 의원이라든지, 김영환 같은 낙선 의원이라든지 하는 레벨이 떨어지는 인사가 공격 스타트를 끊지 않고, 같은 당의 중진 비주류 의원이 나선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그만큼, 비주류가 단호하면서도 분명하게 "문재인, 너는 결코 대선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전의(戰意)를 보인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이 문재인 공격에 나서면, 보수 언론들이 편향적 보도로 협력할 것이고, 박근혜 정권이 검찰이나 정보기관을 동원하여 비주류의 정치 행보를 엄호할 것입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이 '문 전 대표를 통한 정권 교체'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 전 대표 자신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야권 비주류의 이런 명백한 도발에 어찌 대응할 것이냐? 참으로 중차대한 순간입니다. 이런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여 이기지 못한다면, 문 전 대표는 만신창이가 되어 정치판에서 사라지는 것이고, 야권은 비주류가 주도권을 쥐고 깽판치는 박근혜 2기 정권이 도래할 것입니다.
정면으로 싸우자고 메시지를 던지는데, 허허 웃으며 꽁무니를 뺀다? 그러면 문재인으로의 정권 교체 물 건너 갔다고 봅니다. 문재인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이 적을 아군으로 만들 능력도 없는데다가 적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도 못하면서 그저 국민들이 자신의 선의를 믿고 찍어주면 집권할 수 있다는 생각,,, 이건 감나무 아래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너무 안이하고 어리석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