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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아버지가 한심해 보일까요.
게시물ID : gomin_76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wertyΩ
추천 : 0
조회수 : 872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0/07/29 15:06:07
축구 중계를 보면서 아버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수원 경기 였는데, 그러면서 차범근 해설위원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선수로서의 차붐과 해설위원으로서의 차범근 감독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수로서는 전설이시죠, 그런 의미에서 이하 차붐이라고 쓰겠습니다.)

근데 저희 아버지께선 차붐을 무척 싫어하시더군요.

1
처음엔 돈 때문에 월드컵 해설하려고 K리그 수원 감독 그만뒀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돈 때문에 SBS해설 하는 건 맞을 거 같다, 차붐이 축구구장을 하나 지을려고 하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MBC랑 사이가 안좋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 동안엔 리그전이 있지도 않는데 해설 때문에 감독직을 그만둔건 아니다, 성적 때문에 책임지고 사퇴한거다,
그래서 선수들이 1승 한 다음에 죄송하다고 절 올린거다.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차범근 사퇴의사 밝히고 사퇴한 다음에 1승했다 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알기론 사퇴전에 컵대회에서 1승 했던걸로 아는데 시간대가 헷갈려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제가 K리그를 자주 안 봤거든요.

2
이번엔 차범근이 잘한건 독일에서 뿐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당시엔 EPL등이 세계최고로 성정하기 전으로 분데스리가가 세계최고 리그였다, 거기서 외국인 최다골을 기록했고 아직 깨지지도 않았다, 
독일 총리가 한국와서 가장 먼저 한 말이 뭐였는지 아느냐, 대통령을 만나야 하지만 지금은 차붐을 더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독일가서 경기 관전하면 관객들이 알아서 알아보고 기립박수 받는 사람이다. 이만큼 해외에서 인정 받고 있는 전설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독일에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당시 독일엔 외국인 선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그리고 10년 넘게 있으면서 겨우 98골 넣었다
라고 하시더군요.
간단하게, 300경기에서 98골 넣은거고, 그 중에 패널티 킥은 없었으며,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라고 답변 드렸습니다.

3
이번엔 차붐이 외국에 나가기 전을 얘기하시더군요.
예전에 청대 대표까지 했던 선수한테 들은건데 차붐정도 실력은 널렸었다,
가진 것도 없는 놈이 국가가 키워줘서 나간거다 대단할 거 없다. 대단해 진것도 독일 나간 다음이지 그 전엔 별볼일 없었다
축협에서 밀어줬기에 가능한거다
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짜증이 확 치밀었습니다. 저희 집안도 이른바 '가진게 없는' 집안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도 군대 가기 전까진 학비 절반 정도만 알바로 조달하고 용돈 조금씩 받으면서 살았는데, 제대 후 집안 상황이 더 나빠져서 학비, 생활비, 학원비 까지 제가 스스로 조달해서 다녔습니다. 집안에서 안 도와준게 아니고 도와주려고는 하는데 못 도와줬었죠.
당연하다곤 생각하지만, 가끔 집안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조금 원망이 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학원 같은데 마음대로 다닐 정도만 됐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가진게 없는 집안에서, 가진거 없는 놈이 국가도움으로 뜬거다, 라고 욕을 하다니요.

독일리그랑 K 리그랑 격차가 얼마나 많이 나던 때인데 국가가 도와준다고, 축협이 도와준다고 독일팀이 차붐을 선수로 받아들이겠냐,
실력을 인정하니까 독일에서 받아준거 아니냐,
실력이 되는 선수를 국가에서 밀어준 게 어떻게 흠이될까 싶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4
그리고 잠시 소강상태가 있다가, 잠시 후 아버지께서 내가 차붐이 싫어서 그런거다라고 하시더군요.
왜 싫어하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만 알고 이기적이라서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어떤 걸 보고 그렇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대답이 없더군요.

이 이상 가다간 싸움날 거 같아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습니다.

....
근데, 이 대화가 생각에 오래오래 남아있네요.

위에도 썼다시피 전 주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고, 항상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까, 차붐이나 박지성 선수 같이 노력만으로 성공한 분들이 참 멋있게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롤모델이기도 하죠.
(제가 운동선수인건 아니지만 특정 직업군에서 자수성가 해야 한다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롤모델이 마땅한 이유도 없이 비난을 받은 거니까요.

거기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누가 도와줘서 사무실만 하나 차릴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데 아무도 안 도와준다 라고 하시던게 기억납니다.
이 생각까지 합쳐지니까 단순한 비난이 아니고, 열등감이 겹쳐진 시기심으로 보이네요.
이제 사회생활 끝내시는 나이에 있으신 분이신데, 아직까지 이런 시기심을 가지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드니까 너무 한심해 보입니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존경하고 싶은데, 왜 항상 제 눈엔 한심한 모습만 보이는 걸까요.
제 눈이 병들어서 일까요.

아무 얘기라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냥...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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