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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Pure heart
게시물ID : pony_637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뉴-Lv1
추천 : 8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3/19 15:19:08
아아, 공주님, 공주님.

그러고보니 말입니다, 저 충신, 공주님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공주님 같은 분에게는 저 같은 소인이 하기에는 신분의 격차를 무시하며 교양없이 구는 그런 이야기였기에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지만...오늘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들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럼, 공주님의 시간을 더 이상 뺐으면 안되니 꼭 해야할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혹시 공주님은 80년 전 새해를 맞이하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네, 80년 전이라면 제가 그제서야 갓난 아기의 티를 겨우 벗어나고 있던 때였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캔틀롯 성 안에서 그때 시작되고 있었던 연회 속에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군요. 그곳에 있던 모두가 그 행사에 어울릴만한 격식을 차린 아름다운 옷들을 입은 채 모두들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던 모습과 밤의 어둠을 환하게 비추고 있던 조명들의 빛이 유난히 아름다웠고 그 장소에서 성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던 오케스트라 연주단의 선율이. 그 장소에 있던 모든 것들이 말입니다.

...아아, 공주님은 신기하신가 보군요. 
하긴, 정말 어렸을 적의 일인데도 그렇게나 자세히 기억을 할 수 있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하하하...

공주님, 제가 그 모든 것들을 기억 할 수 있던 것은 말입니다...바로 공주님 덕분이였습니다.

네? 아하하...이런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때 생각이 나서는 저도 모르게 추억에 너무 몰입했던지라...왜 공주님 덕분이라는 것이 궁금하시다는 거죠?

저는 거기서 살면서 공주님을 처음 보게 되었거든요.
우렁찬 나팔 소리와 함께 열리던 거대한 성문 안에서 지금 쓰시고 계시는 그 빛나는 왕관을 쓰시고는 살면서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드레스를 입고 나오시던 공주님의 모습을 말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지금와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이긴 합니다만...저는 공주님을 본 순간 공주님과 눈이 마주쳤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느낌이 든 순간 그때 공주님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시고 있었죠.
마치 태양과도 같이, 언제나 모든 대지에 황금색 빛을 뿌려주는 그 태양과도 같은 미소를 저를 향해 짓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애써 기억하시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니까요.

..........

..........음.
역시,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쉽사리 말이 나오지는 않는군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말입니다...저는 그때 사랑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공주님에게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어렸을 적 느꼈던 감정은 사랑이 아닌 무언가 동경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나 어린 아이였던 제가 사랑과 동경에 대한 감정을 헷갈릴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은 변화하는 것이니, 어쩌면 어느센가 그 동경이 공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변해버린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 겠군요.

계기가 어찌 되었던 저는 꽤나 나이를 먹어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시기가 됐을 때 까지도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까지 공주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던 저는 공주님을 더 가까이 서 뵙고 싶은 마음만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주님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기 위해 왕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던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제가 이래뵈도 말입니다, 지금은 조금 굳어버렸긴 하지만 한때는 A+를 하나도 놓치지 않을 만큼 명석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자신만만 했었죠.
지금까지 했던 대로만 한다면 공주님의 곁에 서서 지극히 사무적인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단언하듯이 
자만심이 차고 넘치던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막상 고등학교 생활을 1년만 해보니 저의 자만심 넘치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던 것인지 잘 알겠더군요.
저 같은 소인보다 그야말로 하늘 위의 구름 너머 위에서 저를 내려다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휼륭한 동기들이 얼마나 
많이 있던지, 정말이지 젊은 날의 혈기를 가지고도 경쟁심이 이나 열듬감 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저는 공주님의 곁에서 
보좌관의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몸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라도 공주님의 곁에 가기 위해 현제 공주님이 아시는 제가 될 수 있는 한가지 
큰 결단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대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군대로 지원을 해버린 것이죠.

그때 집안에서 어찌나 반대가 심하던지...저의 진정한 목적을 말할 수 없었던 제가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진땀이 흐를 정도네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전 무사히 군대에 입대를 하고...여러가지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때 까지도 학업은 멈추지 않고 있었고 제가 열심히 노력을 한 덕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당당하게 공주님의 곁에 설 수 있는 왕실 근위대장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나이가 들 때 까지 공주님의 곁에 있고 싶어서 조금 욕심을 부리면서도 이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떻게든 자격을 갖춘 채로 있었지만...하하...

역시...결국 나이를 이길 수는 없더군요.

이제 저는 그저 곧 다가오는 죽음 만을 기다리는 늙은이일 뿐...
이렇게 직접 공주님이 절 찾아와 주셨음에도 불과하고 이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동안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하게 되버리고 말았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공주님...당신은 언제나 그때 어렸을 적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저의 짦은 삶에 그대로 남아주셨습니다.
언제나 저의 영원한 태양으로, 저의 영원한 사랑으로 남아있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이제 아마 곧 잠에 빠져 들어버릴 것 같습니다.....

아아, 공주님, 공주님.

저는 감히 죽음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없는 존재를 이용하며 저 같은 소인이 할 수 없었던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저의 무례를 용서하신다면...마지막에는 마음껏 부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평생 공주님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계속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해...셀레스티아 공주.

아하하하...이런.....늙은이가 주책...을................

..............................

한때, 뛰어난 무예 실력과 천재적인 지략을 가졌으며, 이퀘스트리아의 공주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던 한 왕실 근위대장은 
마지막으로 웃으며 깨지 못할 잠에 빠져 들었다.

그의 곁에는 그의 마지막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왔던 셀레스티아 공주만이 있을 뿐이였다.

"...시더..."

공주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젠 주름 투성이가 되어버린 근위 대장의 얼굴을 씀다듬었다.
그녀는 부하들의 안위를 항상 신경쓰며 그들의 희생이 가장 적을 방법을 억지로라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잠도 잘 이루지 못하며 
항상 잘 웃고 부하의 죽음에 언제나 눈물을 흘리고 항상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근위 대장의 
젊을적 시절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근위 대장의 모습을 떠올린 셀레스티아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런 사랑을 한 사람의 평생 분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요...시더..."

셀레스티아 공주는 마지막으로 그의 장례를 준비하러 가기 전, 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그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셀레스티아는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후에, 왕궁 근처에 있던 묘지의 어느 한 비석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공주의 영원한 해바라기

왕실 근위대장 시더

이곳에 잠들다.

그 비석 앞에는 언제나 보랏빛 제비꽃과 해바라기가 남은 채.


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 입니다.

단편으로써는 너무나 짦은 느낌이 들어 이렇게 엽편이란 형식을 붙어 글을 올립니다.

글의 완성도는...낮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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