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듯 스치던 우리 첫만남의 순간을 기억하나요.. 5년 전의 어느 가을.. 선배에게 꼭 안겨있던 담배씨가 그의 곁을 떠나 드디어 내게로 다가왔을 때를.. 너무나 날씬해서 부러질 것 같은 허리며 새하얀 살결 뜨겁게 달아오른 그대의 몸에 난 너무나 황홀하고 정신이 아득해져 마구마구 기침만 해댔죠..
내가 어렵고 힘들 때면 담배씨는 늘 내 곁에 있어주었죠.. 그대와 함께면 늘 행복했고 비록 3분간의 짧은 만남일지라도 그대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어요.. 남들은 술마실때 단란한데 간다 어쩐다 하지만 전 곁에 오직 담배씨만 있어도 행복했어요.. 아.. 담배씨.. 사랑하는 담배씨..
하지만 담배씨.. 우리 사이엔 너무나 많은 벽이 있어요.. 전 담배씨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우선 저희 가족들이 당신과의 교제를 반대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담배씨를 집안으로 몰래 끌어들인 날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하얀 살결에 불장난을 시작한 그 순간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방문을 열어젖히신 마덜께 당신을 들키고 말았었죠.. 낯선 존재가 아들의 방에 와있다는 데 대해 마덜은 당황하셨고 적나라한 장면을 차마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리시며 당신의 향기로운 체취에 코까지 막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그런 짓 할려면 문 잠그고 니들끼리 조용히 몰래 하라고..
아아.. 담배씨.. 사랑하는 담배씨.. 너무나 미안해요.. 그런 불장난이 그토록 큰 화를 초래할 줄이야.. 당신이 부모님 눈 밖에 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담배씨의 사치스러움을 감당하기엔 이제 너무 벅차요.. 당신을 위해 형형색색의 수많은 라이터들과 값비싼 18k 재떨이까지 사 바쳤건만 그대는 만족하지 않았죠.. 당신의 투정에 지치고 힘들어서 잠시동안 금연초와 부적절한 관계도 갖고 귀여운 목캔디와도 놀아나고 했지만 결국은 다시 당신을 찾는 내가 너무 미워서 밤새 담배씨를 부여잡고 울기도 많이 울었었죠.. 아.. 야속한 담배씨.. 하지만 이제는 너무 벅차요..
사랑하는 담배씨.. 이젠 당신을 떠나보낼께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 드라마에서나 있는 말이 아니더군요.. 이제 그대를 놓아줄테니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남자들과 잘 놀아나길.. 앞으론 그댈 찾지 않을래요.. 담배씨도 날 찾지 말아줘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담배 끊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농간에 걸려드는 듯 해서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새해도 되고.. 언젠간 꼭 끊으리라 다짐했던 일인지라 이 기회에 끊기로 했습니다. 담배 끊으려면 일단 그 결심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야 한다는군요.. 나중에 빼도박도 못하게..-_- 그런 의미로도 올립니다. 아울러 새해 금연 결심하신 분들.. 꼭 성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