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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여호와의 증인이 왔다.
게시물ID : humorstory_414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ool
추천 : 0
조회수 : 10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22 01:17:25
작년 여름이었다.
난 직업도 있고 회사도 있지만
사장님의 배려로 인해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종일은 집에 있었다. 
덕분에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은 나를 백수나 다름 없는 놈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항상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다.
이상하게 얼굴에 많은 모근이 집중되어 턱은 물론이고 뺨 거의 전체에서 수염이 자랐다.
나는 태초의 인간과 너무 흡사한 모습이 은근히 마음에 들었고 사무실에 갈 일이 없으면
약간 다듬는 것외에는 손대지 않고  지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의 팬티만 입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위에 후드티를 입는 정도?
그렇게 살았다.
이야기가 많이 딴길로 빠졌는데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 여러가지 손님들이 온다.
화장품 방문판매나 우유나 신문 영원사원들 같은 사람들...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오는건 종교권유하는 사람들인데 보통 그런 사람들은 굉장히 끈질긴 편이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줌마라서 그런지 내가 어떤 차림을 하고 있건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종교의 모임장소가 곳곳에 배치되어있던 터라 여러곳에서 돌아가며 오는 상황이었다.
난 종교를 믿지 않는 편이라 거의 문전 박대를 하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여호와의 증인은 끈질기게 오고 한번은 손을 넣어서 문닫는 걸 막은 적도 있어 큰일 날뻔한 적도 있었다.
그 후로 난 뭐길래 그렇게 전하고 싶어할까에 대한 의문이 약간 생겨 다음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새벽까지 일을 하고 달콤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벨을 눌렀다.
나는 자다가 일어나 잠이 덜 깬채로 사각팬티바람으로 나의 소중이를 긁으며 인터폰을 받았다
"누구세요?"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이전의 일이 있어 미안한 마음에 문을 열어주었다.
문 앞에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혼자 서 있었다.
"왜요?"
"저기, 이것 좀 읽어 보세요."
단발머리였다. 화장때문인지 얼굴은 하얀색이었고 갸름했다. 눈화장은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속눈썹이 길었다. 
그 아가씨는 파수대라고 적힌 것을 내밀었다
"잠깐 들어오실래요?"
나는 그 아가씨에게 전에 그 사람의 안부를 묻고 싶기도 하고 그녀와 종교 이야기도 좀 하고 싶었다는 건 완전 거짓말이고 그 아가씨가 맘에 들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난 문을 열며 들어오라고 했다. 너무 순순하게 문을 열어준 탓인지 약간 겁을 먹은 듯 했지만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 내 진심을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나의 마음과 달랐나 보다.
그녀는 차마 우리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나는 한번 더 친절을 발휘하여 그 아가씨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고 안으로 당겼다.
그러자 그 아가씨는 눈이 동그래졌다. 
화장을 해서 얼굴색이 변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갸름한 얼굴에 눈이 동그래져서 뒷 걸음질을 치려던게 기억이 난다.
아마도 악어에게 물려 강속으로 끌려들어가는 톰슨 가젤의 눈초리가 그랬을 거다.
나는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단지 꽤나 마음에 들게 생겨서 이야기만 잠시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려던 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반응을 하니 조금 기분이 상했다.
그런 연유로 그것은 잠깐의 실갱이가 이어졌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악어는 언제나 톰슨 가젤보다 강하다.
잠시 후 그녀는 내 힘에 못 이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힘들 빼고 신발을 벗었다. 
난 그것 보다가 내 차림새를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팬티만 입고 있으면
진심을 전하기 어려우리라 난 반바지라도 입으려 방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그 아가씨가 말했다.
"네?"
난 바지를 입으면서 대답했다.
"이거 읽어 보세요."
그녀는 그말과 함께 파수대를 남기고 우리집에서 사라졌다.
비상계단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필시 급하게 달려갔으리라.
그녀는 사라졌지만, 나의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못했다. 
덕분에 난 아쉬움이 가득해서 혹시나 그녀, 아니면 그녀의 동료라도 올 것으로 생각해 기다리고 있다. 
그런날이 오면 꼭 한 번  이야기를 나누리라.
우연인지 아닌지 그 후로 지금까지 외판원이나 단한 번의 종교권유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혹시나 그녀가 온다면 즐거운 대화를 나눌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날의 파수대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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