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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혹은 말대꾸 vs 노인공경...
게시물ID : gomin_10409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W1wb
추천 : 1
조회수 : 47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3/22 14:01:03
오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좀 빠른 길로 가고자 육교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제 자전거가 꽤 무거워서 올라갈 때, 내려갈 때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습니다.

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생겼습니다.
제가 타려고 할 때 이미 할아버지 두분이 타고 있으셨고,
제 자전거가 제법 큰지라 일단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문이 닫히고 내려가는 중 할아버지가 '이건 노인들을 위한 건데 왜 타냐고... 그냥 자전거를 들고 계단으로 내려가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저도 나름 사정이 있었지만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짧은 시간에 구구절절 사정을 다 말씀드리기도 힘들거 같고,
나이도 상대적으로 어린 제가 이것저것 말을 해봤자 말댓구 한다고 그럴까봐 그냥 다른 말은 안하고 멋적은듯 죄송하다고 웃기만 했습니다.

그때부터 그 할아버지는, 역시 우리 나라 젊은 것들은 안된다느니... 나라 꼬라지가 엉망이라느니 말을 막하시더군요...
휴... 1층에 도착하자 할아버지들은 제 갈길을 가시고 저도 집으로 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억울하기도 하고 기분도 많이 상하더라구요...


여기서 제 사정을 잠시 말씀드리면,
족저근막염(발바닥 근육에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 때문에 몇달 가량을 가량을 절뚝이면서 걸어다녔고,
이 때문에 병원 치료도 2달째 받고 있는 중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유도 의사선생님이 많이 걸으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자전거 같은걸 타면 부담이 덜 되어서 괜찮다고 해서 타고 다닌거구요.
엘레베이터에서의 일이 있었던 조금 전도 역시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육교 엘리베이터는 노약자를 위한 거라 생각을 했던 것이고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노인 + 약자(임산부 혹은 환자)를 위한 거라 생각해서 탔던 것인데,
그분들이 봤을 때는 단순히 제가 젊고(그래도 30대 중반),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자전거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으니 고까운 면이 있었을 겁니다...

순식간에 나라 망치는 못난 젊은이가 되어 억울한 면이 있긴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갔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까 마음은 먹고 있는데...
제 고민(?) 혹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그 상황에서 (시간도 짧고 구구절절 하겠지만) 제가 최대한 제 상황을 설명하고 그 분들을 이해시켰어야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시골에서 태어나 20살 될때까지 조부모님 아래서 자란면서 나이드신 분들에게 말대꾸 같은 것을 하면 안된다고 배우면서 컸기에
그러한 상황에서 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변명이나 말대구 같이 받아들이실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 때문에,
변명 혹은 해명을 하지 않은 것 절반, 하지 못한 것 절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느끼는 것들은, 그 할아버지 같이 상대의 상황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면전에서 험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제 자신을 굽히며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 분에게 있어서 해명을 하지 않은 저는 결국 한심한 젊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니까요...

요즘들어 지하철을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데, 꽤 종종 젊은 사람과 어르신 간에 욕을 하며 말싸움을 하시거나,
혹은 주먹다짐까지 하는 경우도 가끔 보기도 합니다.
그런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정말 충격을 많이 받았었는고, 그래도 나이 드신 어르신인데 그렇게 심하게 욕을 하는게 맞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이런 상황을 겪으니, 그렇게 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상황을 따지기라도 했어야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반대로 이렇게 따졌을 때, 그 분이 생각하시에는 결국 다시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말대꾸하는 버릇없는 젊은이'로 비칠까봐 망설여지기도 하구요...

에휴... 나이만 먹었지 소심한 오징어의 넉두리였습니다.
오유 분들은 어떻게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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