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 푸념글입니다.
토요일인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 11시까지 근무 예정인 약사입니다
얼마전 어떤 할아버지가 가족분 감기약을 30일치를 처방 받아 오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알약을 잘 삼키기 어려워서 인지 전부 갈아 달라고 하셧구요
그래서 한포에 약을 다 갈아 넣어 드리면 되죠 여쭈었더니
섞지 말고 약을 다 따로 따로 종류 별로 한알씩 갈아서 각각 포장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ex) A, B, C, D 이렇게 나온 처방인데, 보통 하루 세번 30일이면 90포를 해드리면 되는데
각각 갈아서 A약 90포, B약 90포, C약 90포, D약 90포 이렇게 지어달라고 하심
참고로 약국에 믹서만
그러시면서 1시간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물으셔서
'할아버지 저희가 지금 다른 환자분들이 오는 시간대라 좀더 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 말씀드렸더니
'여기 있는 자식들은 다 일 안하고 쳐 놀고 있냐. 이게 뭐 그리 오래 걸리는 거라고' 화를 내시더군요
그래도 어찌 어찌 잘 말씀 드려서 10일분을 먼저 빨리 해드리고 나머지를 나중에 드리기로 했어요
헌대 엇그제가 약타가신지 9일째 되는 날이라서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미리 남은 약을 갈아서 포장해 두었지요
그리고 오늘 약을 받으러 오셔서 준비해둔 약을 드리니
'이거 언제 한거야?'
'그저께에 해둔건데요'
' 더 옛날에 해둔게 아니고?'
'그저께 미리 해 둔거에요'
'야 이새끼야 내가 그게 그저께 된걸줄 어떻게 믿냐. 당장 지금 다시 갈아서 새로해 줘'
'할아버지 약에 아무런 하자도 없는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말씀하시면'
'아 됬고 다시 해달라니까 내가 모르는줄 아냐. 나도 병원에서 들은게 있어'
대체 뭘 어디서 어떻게 들었길래 저리 우기시는건지....
아무 이유 없이 조제약을 추가로 드릴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앞에 있는 약 봉투를 집어서 제 면상에 던지고 멱살까지 잡으려 하시더군요
'그럼 처방 내놔 다른 약국 가서 지을테니까 내 이 자식들을 소비자 보호원이랑 보건복지부에 소송 걸어버릴테니까'
'할아버지 이미 한번 사용한 처방을 다른 약국에서 쓰실수는 없고
어차피 이 약은 집에서 20일 동안 두고 드셔야 하는데 2일 먼저 지었다고 변질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야이 개XX 같은 XX야,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하냐
너 돈 더 받아 쳐먹을려고 이러는 거지 다알아 XX야 그렇게 벌어서 어디 살아봐 이 XX같으니라고
그래 돈 더 줄게 XX야, 돈 더 주면 될거 아냐, 돈 더줄테니까 새로 지으라고'
그렇게 논쟁하다가 결국 다시 해드리기로 했지요 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서 미리 지어둔 약을 가지고 들어 가려는데
'야 그걸 왜 가지고 들어가'
'? 이건 안드신 다면서요'
'내 앞에서 당장 폐기해버려 누굴 호구로 아나 이것들이'
.... 환자와 싸워 득될게 하나도 없기에 결국 원대로 다 해드렸습니다만
심적으로 굉장히 지치더군요
.
제발 말이죠 약국에서 약사를 좀 믿어 주세요
먹고 살아야 하기에
카드 수수료도 안나오는 광고 제품 사러 오는 분들이 있으면
광고 안하는 다른 회사 제품으로 권해 드리기는 하지만
언제나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필요한 약을 권해 드리고 있어요
절대 먹고 잘못될걸 일부러 주는 약사는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환자를 위해 주말이고 빨간 날이고 하루도 쉬지 않고
꿋꿋하게 약국을 여시는 당번 약사님들 있고요
약사들은 약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여러분의 가족이거나 친구들입니다